Air – Talkie Walkie – EMI, 2004 ‘[Moon Safari] 어게인’ 혹은 광물성 낭만 만일 이 글이 영화 잡지에 실리는 것이라면, 소피아 코폴라(Sofia Coppola) 감독의 영화 얘기로 시작하는 게 정석일 것이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의 딸인 소피아 코폴라는 배우로 활동하다 1999년 [The Virgin Suicides(처녀 자살 소동)](1999)로 감독 데뷔를 했는데, 바로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프랑스 일렉트로니카 듀오 에어(Air)가 맡았기 했기 때문이다. 뿐인가. 에어는 2004년 초 국내 개봉한 그녀의 두 번째 영화 [Lost in Translation(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3)에도 참여해서 “Alone in Tokyo”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면이 지면이니 만큼, 에어의 데뷔곡 “Sexy Body”와 [Moon Safari](1998)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1960년대 풍 음의 재료들을 팝적인 센스와 라운지 무드로 재조합한 에어의 음악은 당시 신선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세기말이었던 데다 한창 새로운 트렌드로서 일렉트로니카 열풍이 불던 시절이었던 걸 상기하면, 복고적이며 아날로그 질감이 묻어나는 에어의 음악이 왜 쿨하다는 반응을 얻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01년 에어가 의욕적으로 내놓았던 2집 [10,000 Hz Legend]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에어는 이 음반에서 프로그레시브 록에 가까운 예술적 야심을 전송했으나 ‘[Moon Safari] 어게인’을 기대했던 팬들은 당혹스러워했고 피드백은 부정적이었다. 팬들의 반응을 ‘고집’이라고 평할 수도 있겠지만, 팬들이 에어에게 진지하고 복잡한 ‘저 너머의 음악’이 아니라 에어 특유의 느긋하고 가볍지만 맵시 있게 버무린 음악을 원하는 게 부당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Talkie Walkie]는 그로부터 3년만에 내놓은 정규 음반이다(이태리 작가 알레산드로 바리코의 낭송에 음악을 입힌 [City Reading](2003)은 논외로 하자). 그런데 성공적인 결과를 끌어내지 못한 전작에서의 경험은 3집 [Talkie Walkie]에 영향을 미쳤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어떤 의미에서 [Talkie Walkie]는 [10,000 Hz Legend]에 대한 팬들의 냉담한 반응에 대해 에어가 내놓은 응답으로 볼 수 있다. 본인들의 속마음이야 알 길이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장 베노아 덩켈(Jean-Benoit Dunckel), 니콜라스 고딘(Nicolas Godin) 듀오가 던진 [Talkie Walkie]란 승부수는 성공적이다. 이 음반은 낭만적이면서 깔끔하고 따스한 동시에 차가운 에어 특유의 음악이 명민하게 갈무리되어 있다. 지난 음반에 등을 돌렸던 팬들이더라도 둔중하게 내려치는 피아노와 최면적인 박수가 인상적인 오프닝 곡 “Venus”를 들으면 에어의 귀환을 반기며 귀를 쫑긋할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서막에 불과하다. 꿈결처럼 근사하고 화사한 “Cherry Blossom Girl”과 악몽 같으면서 중독성 있는 “Run”은 사랑에 관한 양면을 대비하는 에어의 절묘한 센스가 생생히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Run”은 10CC의 “I’m Not In Love”를, “Surfing on a Rocket”은 라디오헤드의 [OK Computer]를, “Another Day”는 데이빗 보위의 [Ziggy Stardust]를 떠올리게 하는데, 상기한 음악들이 아련히 떠오르기만 할 뿐 에어만의 개성을 잠식할 정도는 아니다. “Venus”, “Universal Traveler”, “Alpha Beta Gaga” 등에서는 에어 식 스페이스 팝과 네오 싸이키델리아의 진수를 들을 수 있다. 낙관적인 휘파람 소리와 팽팽한 무드를 엮은 “Alpha Beta Gaga”의 짜임새는 이 음반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Universal Traveler”의 차가운 원시성에서 보듯, 에어는 미래주의적 테마를 복고적인 질료와 결합하는 데 능하다. 그래서 우주적이고 미래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억지스럽게 들리지 않는다(이들의 음악이 핸드폰과 초고속 인터넷 광고에 자주 쓰이는 건 그 때문이다). 에어는 이번 음반을 통해 자신들만의 개성적인 어법을 완성한 느낌을 준다. 비록 “Sexy Boy”에 버금가는 싱글은 없지만, 음반 자체로 본다면 [Moon Safari]의 후속편을 기대한 이들과 [10,000 Hz Legend]의 후속편을 기대한 이들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음반이다. 20040603 | 이용우 djpink@hanmail.net 7/10 <참고> 이 글은 [씨네21](445호)에 실린 글의 B-Side 버전입니다. 수록곡 1. Venus 2. Cherry Blossom Girl 3. Run 4. Universal Traveler 5. Mike Mills 6. Surfing on a Rocket 7. Another Day 8. Alppha Beta Gaga 9. Biological 10. Alone in Kyoto * Bonus DVD (Music Video) 1. Sexy Boy 2. Kelly Watch the Stars 3. How does It Make You Feel? 4. Radio #1 5. Don’t Be Light 6. Cherry Blossom Girl 관련 글 Air [10,000Hz Legend] 리뷰 – vol.3/no.15 [2001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