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지 | Infant | 로엔 엔터테인먼트, 2012

 

DJ 클래지의 야심작

앨범에서 먼저 눈에 띠는 건 이승열과 랩퍼 MYK의 이름이다. 타이틀곡 “Love&Hate”의 피처링에 참여한 이승열과 랩퍼 MYK는 각각 음악적 역사와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음악가로 DJ 클래지의 첫 번째 솔로 앨범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한다. 아날로그 신서사이저가 만드는 레트로 사운드(소위 ‘아날로그 온기 analog warmth’라고 불리는 것)의 그루브가 이승열의 깊은 음색, 영어 랩에 있어 확고한 지위를 가진 MYK의 플로우의 조합과 충돌하는 순간이 형성하는 쾌감은 이 앨범이 클래지콰이와 마찬가지로, 노래에 참여하는 음악가의 특성을 고려한 DJ 클래지의 작곡과 조율의 결과란 점을 강조한다.

이런 관점으로 다른 곡들도 세심히 살펴보면 꽤 재미있는 감각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 “Bad Girl”과 “Where’s Dance”는 각각 Whale(더블유 앤 웨일)과 진실(매드 소울 차일드)의 섹시한 당김음을 강조하는 미니멀한 구성의 곡이고 이현송과 이수륜(칵스)이 참여한 “40 Nights”는 칵스 특유의 아날로그 신서사이저 음색이 포인트처럼 가미된, 킥 사운드 위로 활공하는 미디 비트가 개러지 로큰롤의 에너지를 껴안는 구성의 곡이다. 또한 클래지콰이의 원년 멤버이자 알렉스의 누나인 크리스티나와 MYK가 부른 “Star Child”는 아프로 비트를 토대로 우주적인 일렉트로 하우스를 착실히 구축하고, 그녀의 솔로곡 “Crazy Love”와 2AM의 임슬옹이 부른 “우리 변한 거잖아”는 클래지콰이의 오랜 팬이라면 반가울만한 고유한 하우스 비트를 들려준다.

한편 써니힐의 코타, 주비와 MYK가 참여한 “Sexy Doll”은 <Midnight Circus>의 “Let’s Talk About” “꼭두각시”와 <The Grasshoppers>의 “나쁜남자” “베짱이 찬가”로 구체화된 써니힐의 ‘자의식’을 부각시키는 곡이다. 특히 김완선이 부른 “Can Only Feel”과 H.O.T.의 장우혁, 어반 자카파의 현아가 참여한 “Loving You”는 다른 곡에 비해 파격적인 덥스텝의 향연을 선보이는데 과거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이었던 댄스가수를 동시대 한국의 가장 마이너한 장르로 밀어 넣는 과격함이 인상적이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곡들은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서 클래지의 작업방식과 지향을 드러낸다. 개별 곡을 부를 가수의 특징을 작곡에 적극 반영하되 앨범이 가야할 목적지를 잊지 말 것. 제목을 ‘꼬꼬마'(infant)로 정한 게 지나친 겸손으로 여겨질 만큼 <Infant>는 밀도 높은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의 경험을 선사한다. | 차우진 nar75@naver.com

rating: 8/10

 

수록곡
01. Bad Girl(with Whale of W&Whale)
02. Love&Hate(with 이승열 /Rap MYK)
03. Where’s dance(with 진실 of Mad Soul Child)
04. 40 nights(with 현송&수륜 of Koxx)
05. Star child(with Christina /Rap MYK)
06. 우리 변한거잖아(with 슬옹 of 2AM)
07. Can Only Feel(with 김완선)
08. Loving You(with장우혁, 현아 of URBAN ZAKAPA)
09. Sexy Doll(with 코타&주비 of SunnyHill /Rap MYK)
10. Crazy for love(with Christina)
Bonus Track. 우리 변한거잖아(Remix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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