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Amsterdams – Worse for the Wear – Vagrant, 2003(라이선스: 서울음반, 2004) 차분하고 따스한 어쿠스틱 펑크, 달콤쌉싸름한 콜렉션 서태지의 신보 덕분에 얼마 전 인구에 회자된 음악 스타일이 있으니, 바로 이모코어(emo-core)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감성적인 코어 음악’이란 뜻. 거칠고 직선적이며 극단적인 하드코어 펑크의 후예 중 하나로, 하드코어 펑크를 입체적이고 유연하게 탈바꿈한 갈래다. ‘감수성 예민한 펑크’라고 거두절미해 이해해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뉴 암스테르담스(New Amsterdams)는 대표적인 이모코어 밴드 겟 업 키즈(Get Up Kids)의 리더이자 프론트맨인 매튜 프라이어(Matthew Pryor)가 이끄는 사이드 프로젝트다. 음악 스타일을 미분하기 좋아하는 이들의 잣대를 대면 이들의 음악은 이모코어와 새드코어(sad-core)의 경계에 있다. 새드코어는 또 뭔가. 좀더 우울하고 느리고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가까워서 펑크의 자취가 한층 탈색된 음악이다. [Worse for the Wear]는 뉴 암스테르담스의 세 번째 음반이다. 전체적인 사운드는 데뷔작 [Never You Mind](2000)와 2집 [Para Toda Vida](2002)의 중간쯤에 수렴된다. 이번 음반의 입구와 출구는 1분이 약간 넘는 연주곡들이 자리하고 있다. 펌프 오르간, 멜로트론, 펜더 로즈가 엮는 건반 3중주의 풍경은 당초문(唐草紋: 덩굴무늬)이란 뜻의 첫 곡 제목처럼 옛스럽고 환각적이다. 음반의 몸통에 해당하는 나머지 10곡은 삶과 사랑의 속살을 때론 블랙 유머로 때론 씁쓸하게 빚은 가사와 달콤쌉싸름한 곡조를 결합한 이들 특유의 음악을 들려준다. 스트로크 위주로 연주하는 어쿠스틱 기타와 설탕을 거의 넣지 않은 초콜릿 맛에 가까운 보컬이 전면에 나서고 의외로 리드미컬한 베이스와 드럼이 바닥을 다지는 모습은 음반의 전체적인 교집합에 해당한다. “The Spoils of the Spoiled”, “From California”를 비롯해 대부분의 곡들이 금세 귀에 익는 인상적인 훅(hook)을 갖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그 가운데 익스트림의 “More Than Words”를 연상시키는 “Are You True”, 밴조와 해먼드 오르간이 매력적으로 삼투하는 “Asleep at the Wheel”, 트립합을 새드코어로 변주한 것 같은 “All Our Vice”는 흥미로운 트랙들일 테고. “Hanging on for Hope”와 “Worse for the Wear”는 폭넓은 이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차분하고 서정적인 곡조가 매력적인 트랙들이다. ‘인디 록은 미국 대학생들의 포크 음악’이란 어느 평론가의 주장과는 조금 다른 맥락에서, 뉴 암스테르담스의 음악은 어쩌면 ‘요즘 미국 청년 세대의 포크 록’이란 판단이 든다. 판단의 옳고 그름을 떠나, 부드러운 인디 록의 현주소를 표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음반은 너무 무겁거나 우울하지도, 너무 요란하거나 가볍지도 않은, 절묘하게 균형이 잡힌 수작이다. 이러다 매튜 프라이어가 겟 업 키즈를 사이드 프로젝트로 삼는 것 아니냐는 (행복한!) 우려의 소리가 들리는 건 그 방증쯤으로 여기면 될 것 같다. 20040607 | 이용우 djpink@hanmail.net 7/10 <참고> 이 글은 [씨네21](446호)에 실린 글입니다. 수록곡 1. Vignette 2. The Spoils of the Spoiled 3. Hover Near Fame 4. From California 5. Hanging on for Hope 6. The Smoking Gun 7. Are You True 8. Asleep at the Wheel 9. Poison in the Ink 10. All Our Vice 11. Worse for the Wear 12. Slight Return 관련 글 New Amsterdams [Never You Mind] 리뷰 – vol.3/no.6 [20010316] 관련 사이트 The Get Up Kids 공식 사이트 http://www.thegetupkid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