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ected – Me First – Sub Pop, 2004 부드럽고 상쾌한 삼중의 사슬 일렉티드(The Elected)는 블레이크 세네트(Blake Sennett)의 사이드 프로젝트 밴드이다. 블레이크 세네트는 코너 오버스트(Conor Oberst, a.k.a Bright Eyes)의 절친한 친구이자 LA에서 결성된 인디 록 밴드 릴로 카일리(Rilo Kiley)의 리더이다. 릴로 카일리는 2002년 [The Execution Of All Things]를 통해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햇빛 담뿍한(sun-soaked)’ 인디 팝과 컨트리의 어법을 깔끔하게 조화시키는 능력을 선보인 바 있다. 일렉티드의 데뷔 음반인 [Me First]를 발매한 곳은 서브 팝(Sub Pop) 레이블이다([The Execution Of All Things]는 새들 크릭(Saddle Creek)에서 발매되었다). 서브 팝은 포스탈 서비스(The Postal Service)의 [Give Up](2003)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바 있는데, 이 음반은 글리치 터치를 가한 신서 팝과 인디 록을 화학적으로 절충함으로써 좋은 평가를 얻어낸 바 있다. 포스탈 서비스의 양대 기둥 중 하나인 지미 탐보렐로(Jimmy Tamborello, a.k.a DNTEL)는 [Me First]의 믹싱(“Go On”)과 일부의 프로듀싱(“A Response To Greed”)에 참여했다. 밴드와 더불어 음반의 전체적인 소리를 조율한 이는 브라이트 아이스의 프로듀서인 마이크 모기스(Mike Mogis)이다. [Me First]의 소리는 위 두 문단에 걸쳐 장황하게 늘어놓은 사실들의 연쇄고리 속에 있다. 이쪽 씬의 동향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이것이 무슨 말인지 이 글을 쓰는 사람보다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수록곡들 각각이 ‘홀릴 듯한 아름다움(haunting beauty)’을 과시하고 있다, 는 말을 덧붙인다면 음반에 대한 설명은 대부분 한 셈이다. 둔탁하고 재빠른 일렉트로닉 비트가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목소리 샘플링과 더불어 공중에서 산화한 뒤 폭발 후의 먼지처럼 효과음이 흩날리는 도입부를 들으며 CD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게 될 때쯤, 청명한 슬라이드 기타 소리를 흘리며 시작하는 첫 곡 “7 September 2003″는 컨트리의 외피를 두른 흠결없는 팝송이자 음반의 방향성을 잘 드러낸다. 울먹임에 가까운 세네트의 연약한 보컬은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노래하는 가사와 잘 어울린다. 즉 이 음반은 최근 몇 년간의 대중음악이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절충적(eclectic) 시도를 안정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가볍게 달그락거리는 비트와 더불어 슬라이드 기타가 매끄럽게 흐르는 “My Baby’s a Dick”도, 전형적인 컨트리에 가장 가까운 “Wave”도, 쿵짝거리는 리듬 속에서 색소폰이 ‘우짖는’ “Don’t Get Your Hopes Up”도 그렇다. 탐보렐로가 믹싱을 맡은 “Go On”에서 글리치 특유의 잡음이 약간 들리고 망가진 단파 라디오처럼 곡이 끊기는 ‘깜짝쇼’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곡 자체의 로킹한 매력이 당황함을 상쇄시켜준다. 브라이트 아이스의 음반에 실려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A Response to Greed”부터 차분하게 마무리하는 “British Columbia”까지, 후반부에 이르러서도 음반은 흐트러짐 없이 처음의 자세를 유지한다. “A Time for Emily”의 끝부분에서 후반부에 나올 “Don’t Blow It”을 ‘예고’하는 것도 나름으로 귀여운 발상일 것이다. 이 음반이 나온 것은 지난 3월이지만 좀 더 기분좋게 들을 수 있는 것은 오늘같은 밤, 하루종일 자외선과 스모그 속에서 지저분하게 흔들리던 햇살의 여진을 품은 공기가 뿜어져 나오는 밤일 것이다. 아니면 그 공기를 그대로 품고 다시 움직이는 한낮의 거리에서라도 이 음반은 좋은 사운드트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담긴 소리가 당신의 짜증을 누그러뜨리면서 마음속의 푸른 하늘을 열어젖힐리는 없겠지만 더 악화되는 것 정도는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가볍지만 무성의하지 않은 일렉트로니카, 상쾌한 컨트리, 나른하고 서정적인 인디 팝이라는 세 개의 사슬을 사람들의 귀에 걸치면서, 세네트는 “I’ll save my good side for you”(“7 September 2003”)라는 약속을 충실히 지켜낸다. 20040605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8/10 수록곡 1. 7 September 2003 2. Greetings in Braille 3. My Baby’s a Dick 4. A Time for Emily 5. Don’t Get Your Hopes Up 6. Waves 7. The Miles ‘Til Home 8. Go On 9. C’mon Mom 10. A Response to Greed 11. Don’t Blow It 12. British Columbia 관련 글 The Postal Service [Give Up] 리뷰 – vol.5/no.5 [20030301] 관련 사이트 Sub Pop 레이블의 The Elected 페이지 http://www.subpop.com/bands/elected/me_first/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