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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n Bondies – Pawn Shoppe Heart – Sire, 2004

 

 

안전한 경계로 이동하는 복고주의 로큰롤

네오 거라지 록 씬의 선두주자인 화이트 스트라이프스(The White Stripes)는 2004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앨범 [Elephant]와 싱글 “Seven Nation Army”로 각각 best alternative music album 부문과 best rock song 부문에서 두 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뿐만 아니라 멋진 잼 연주로 오프닝을 장식함으로써 구닥다리 블루스에 미친 디트로이트 촌구석 밴드에서 명실상부한 국제적 스타 밴드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특히, 관객석에서 그들의 연주에 환호하던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네오 거라지 록 전반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선호가 크게 확대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슬라이드 바를 끼운 채 발광하듯 넥(neck)을 문질러대던 잭 화이트(Jack White)의 기타 애드립과 특유의 맹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스틱을 내려치는 멕 화이트(Meg White)의 초보적인 드러밍 모습을 보며 ‘저것들은 또 뭐야?’라는 식의 뜨악한 반응도 있었을 것이고, 비욘세(Beyonce)의 화려한 댄스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귀를 막고 투덜거렸을지도 모른다.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네오 거라지 록 밴드들은 그들의 천편일률적인 사운드에 금방 식상함을 느낀 평단과 보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사운드를 원하는 대중들 모두에게서 외면당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디트로이트 코브라스(The Detroit Cobras)의 [Seven Easy Pieces], 뷰(Vue)의 [Down for Whatever], 본 본디스(The Von Bondies)의 [Pawn Shoppe Heart] 등 대표격 밴드들의 신작이 발표되고 있는 점은 씬의 연속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다행스런 반증이다. 이들 중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경쟁 세력으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본 본디스의 메이저 데뷔작인 [Pawn Shoppe Heart]가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이번 앨범은 전반적으로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에 비해 풍성하고 꽉 들어찬 느낌을 전해준다. 이는 트윈 기타 시스템을 통한 농밀한 훅의 조성, 빈번한 코러스의 활용, 그리고 멕 화이트보다 기교와 파워 면에서 한 수 위인 돈 블럼(Don Blum)의 다이내믹한 드럼 연주에 기인한다. 이러한 측면은 싸이키델릭한 블루스 록을 선보였던 본 본디스의 정규 데뷔 앨범 [Lack of Communication](2001)의 방법론과도 차별화 되는 것인데, 아무래도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가 토킹 헤즈(Talking Heads)에서 기타와 키보드를 연주했던 제리 해리슨(Jerry Harrison)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겠다. 즉 [Lack of Communication]을 제작한 잭 화이트가 정통 블루스 노선을 견지했던 데 비해 포스트-펑크 씬에 몸담았던 제리 해리슨은 보다 빠르고 펑키한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디트로이트 씬의 동료 거라지 록 밴드 솔리대드 브러더스(Soledad Brothers)의 드러머 벤 스웡크(Ben Swank)의 이름에서 곡명을 따온 “Been Swank”나 끈적거리는 슬로우 블루스 넘버 “Mairead” 등은 비교적 복고의 방식에 충실한 전형적인 거라지 블루스 록 스타일이다(“Right of Way”와 같은 수준미달의 블루스 넘버도 있긴 하지만). 그러나 거칠게 변조된 블루스-하드 록을 구사하는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에 비해 사운드의 질감은 전반적으로 매끈하고 대중성을 의식한 티가 역력하다. 첫 싱글 커트 곡인 “C’mon C’mon”은 단순한 멜로디와 친숙한 코러스를 앞세운 가벼운 펑크 록이다. 또 걸 펑크 스타일의 “Not That Social”은 거칠기보다는 발랄하고, 두 여성 멤버 마시 볼런(Marcie Bolen)과 캐리 스미쓰(Carrie Smith)의 응원구호 같은 코러스와 제이슨 스톨스테이머(Jason Stollsteimer)의 울부짖는 듯한 보컬이 번갈아 등장하는 “The Fever”는 거친 기타 노이즈와 파괴적인 드럼 비트만 뺀다면 말 그대로 ‘싱 어롱 송’이 될 것 같다. 그밖에 템포의 변화와 필 인(fill-in) 주법의 활용으로 속도감을 증폭시키는 “Broken Man”과 둔탁하고 단순한 기타 리프로 드라이빙 감을 조성하는 “Poison Ivy” 등도 앨범에서 가장 흥분되는 순간을 제공하지만 2분을 조금 넘기는 러닝 타임과 단순한 구성, 그리고 깔끔한 연주 방식을 벗어나지 않는다.

아시다시피 밴드의 리더 제이슨과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잭 화이트는 애들 같은 싸움질 후에 서로에게 독설을 퍼붓는 앙숙이 되어버렸다. 한 마디로 두 걸출한 거라지 로커들은 감정의 대립과 음악적 노선 차이를 드러내며 노골적인 경쟁관계로 변해가고 있다. 그러나 본 본디스가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대항세력으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잭 화이트 사단의 문하생이자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아류라는 태생적 한계를 떨쳐내야 하고 벌써부터 진부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네오 거라지 록 스타일을 벗어버릴지, 아니면 새롭게 각색할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Pawn Shoppe Heart]는 침침한 차고와 지하 클럽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보이려는 야심작임에도 불구하고 이도 저도 아닌 중구난방의 사운드는 별 다른 감흥을 전해주지 못한다. 네오 거라지 록이 ‘노골적인 복고 노선을 표방함으로써 안전한 경계에 서기를 거부했던’ 그 과감함으로 인해 호의적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그들에겐 확실한 자기만의 노선과 색깔을 찾기 위한 어떤 선택이 필요해 보인다. 대중의 귀는 변덕스럽고, 때때로 경계의 묘미보다는 극단의 위태로움에 더 환호하는 법이니까. 20040520 | 장육 jyook@hitel.net

5/10

수록곡
1. No Regrets
2. Broken Man
3. C’mon C’mon
4. Tell What You See
5. Been Swank
6. Mairead
7. Not That Social
8. Crawl Through the Darkness
9. The Fever
10. Right of Way
11. Poison Ivy
12. Pawn Shoppe Heart

관련 글
The Von Bondies [Lack Of Communication] 리뷰 – vol.4/no.10 [20020516]

관련 사이트
The Von Bondies 공식 사이트
http://www.vonbondi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