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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tons – Who Killed The Zutons? – Deltasonic, 2004

 

 

리버풀의 반격

오늘날 영국의 로큰롤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는데 있어서 그 시발점이 된 곳은 항구도시 리버풀이다. 비틀즈(The Beatles)와 서처스(The Searchers)를 위시한 소위 ‘머지사운드(mersey sound)’가 전세계에 영국산 로큰롤의 붐을 몰고 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리버풀의 영광은 매우 짧은 것이었다. 런던이나 맨체스터 등 신흥 명문들의 급격한 부상과 함께 리버풀은 영국 음악계의 주변적 위치로 밀려나버리고 만 것이다. 비틀즈의 해산 이후 리버풀은 단 한 번도 영국 음악계의 주도적 위치에 오르지 못했고 최근까지도 ‘비틀즈만 팔아먹고 사는 동네’라는 조롱을 감수해왔다. 그러나 리버풀의 저력과 자부심이 완전히 꺾여버린 것은 아니었다. 리버풀은 ‘트렌드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추종하지도 않는’ 반골적 도시로서 살아남았던 것이다. 펑크의 전성기에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를 배출하고 슈게이징이 지배하던 시대에 라스(The La’s)를 탄생시키는 등 리버풀은 늘 당대의 유행을 거부하는 비주류로서의 입장을 확고히 견지해 왔다.

2002년에 선풍을 일으켰던 코럴(The Coral) 역시 이러한 리버풀의 반골 기질을 새삼 입증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라디오헤드(Radiohead) 류의 음울한 포스트 브릿 팝이 영국 땅을 온통 뒤덮고 있을 당시 코럴의 박력있고 독창적인 사운드는 마치 한 줄기의 바람처럼 신선한 것이었다. 코럴의 이러한 사운드는 사실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머지델리아(Merseydelia) 또는 코즈믹 스카우스(Cosmic Scouse)라 불리는 신흥 리버풀 씬의 공통된 자산이다. 코즈믹 스카우스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경부터다. 당대의 유행 음악에는 철저히 담을 쌓고 러브(Love), 캡틴 비프하트(Captain Beefheart), 도어즈(The Doors) 등 부모 세대의 음악에 빠져든 리버풀 소년들은 함께 몰려다니며 노래부르는 것으로 청춘을 소비하고 있었다. 이후 제대로 된 악기를 장만하고 본격적인 그룹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이들은 코럴, 밴디츠(The Bandits), 호컴 클론스(The Hokum Clones), 스탠즈(The Stands) 등으로 분화되었고 잔지바르 클럽(The Zanzibar Club)의 밴드웨건 나이트(The Bandwagon Night)를 거점으로 서서히 자신들의 존재를 외부에 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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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Zutons

주톤스(The Zutons)는 코즈믹 스카우스 씬의 후발주자로서 최근 영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기대주의 하나다. 코즈믹 스카우스 밴드에게 있어서 성패의 관건은 유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신들만의 독자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한마디로 어떻게 하면 코럴과 변별되는 사운드를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2003년에 발표된 밴디츠의 데뷔 앨범 [And They Walked Away]는 그 자체로 볼 때 상당히 괜찮은 앨범이었지만 결국 너무나 코럴적인 사운드로 인해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감이 있다. 밴디츠가 코럴과 함께 코즈믹 스카우스 씬을 건설한 주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류’라는 세간의 평가는 사실 공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코럴의 뒤를 따르게 된 이상 나름의 개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에는 어떠한 핑계도 있을 수 없다. 코럴의 레이블 메이트이자 프로듀서까지 공유하고 있는 주톤스의 경우는 이러한 관점에서 더욱 더 어려운 처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 코럴과의 비교는 가히 숙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주톤스의 데뷔 앨범 [Who Killed The Zutons?]는 다행스럽게도 이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코즈믹 스카우스의 근간인 싸이키델릭-블루스-컨트리에 소울 음악과 B급 호러 영화의 감수성을 부여함으로써 뱃노래-덥-중동음악을 채택한 코럴의 접근과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 특히 색소폰 주자 아비 하딩(Abi Harding)의 미니멀한 연주는 그 독특한 음색과 텍스처를 통해 이들의 사운드에 뚜렷한 개성을 불어 넣는다. 이들의 이러한 개성이 가장 명료하게 구현된 트랙들은 이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을 형성한다. 강한 소울 그루브와 좀비적 음침함을 결합한 “Zuton Fever”, “Pressure Point”, “Dirty Dancehall” 등은 근래 보기 드물 만큼 위력적이고 인상적인 명곡들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들의 이러한 비전은 앨범 전체를 통해서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는다. 네번째 트랙 “Confusion”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텍스-멕스 컨트리 곡들은 코럴의 [Magic & Medicine] 앨범과 위험할 정도로 흡사하게 들린다.

2002년에 발표된 주톤스의 데뷔 싱글 “Devil’s Deal”이 노골적인 코럴 카피였음을 감안할 때 [Who Killed The Zutons?]의 음악적 성과는 이들로서는 그야말로 일취월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 주톤스의 사운드가 완성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 듯하다. 앞으로 이들의 성패는 “Zuton Fever”, “Pressure Point”, “Dirty Dancehall”, “You Will You Won’t” 등의 노선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그리고 코럴 풍 컨트리 발라드에 대한 대체재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Beggars And Choosers”나 “Creepin’ An’ A Crawlin'” 같은 멋진 싱글들을 앨범 수록곡에서 누락시킨 점이다. 만약 컨트리 발라드의 숫자를 줄이고 이런 곡들을 포함시켰다면 앨범은 좀더 주톤스적인 것이 되었을 것이고 음반에 대한 평가도 훨씬 나아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앨범에 수록된 컨트리 곡들에 무슨 하자가 있다거나 [Magic & Medicine]과 비교해서 크게 뒤떨어진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주톤스에게서 원하는 음악이 과연 이런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런 음악은 코럴 하나로도 족하지 않은가? 나이키가 있는데 누가 나이스를 신을 것인가? 20040515 | 이기웅 keewlee@hotmail.com

6/10

수록곡
1. Zuton Fever
2. Pressure Point
3. You Will You Won’t
4. Confusion
5. Havana Gang Brawl
6. Railroad
7. Long Time Coming
8. Nightmare Part II
9. Not A Lot To Do
10. Remember Me
11. Dirty Dancehall
12. Moons And Horror Shows

관련 글
The Coral [The Coral] 리뷰 – vol.4/no.15 [20020801]
The Coral [Magic & Medicine] 리뷰 – vol.5/no.21 [20031101]

관련 사이트
The Zutons 공식 사이트
http://www.thezutons.co.uk/zuteconstruct
The Zutons 비공식 사이트
http://www.thezuton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