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523031030-diosDios – Dios – Startime, 2004

 

 

 

선샤인 싸이키델리아

캘리포니아주 남부 L.A. 근방에 위치한 작은 도시인 호손(Hawthorne)시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산 걸출한 두 아들을 낳은 곳이다. 캘리포니아의 태양과 해변이 탄생시킨 두 아들은 다름 아닌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와 블랙 플랙(Black Flag)이다. 하나는 평화로운 햇살과 바다의 품에서 밝게 웃음 지으며 쾌활한 로큰롤을 연주했고, 나머지 하나는 그것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대도시 L.A의 빈민가로 들어가 비타협적인 펑크 로커들이 되었다.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햇살과 아름다운 해변, 신선한 포도주는 미국인들 모두가 동경하는 신의 축복이지만 안락한 삶과 거리가 먼 노동계급 청년들에게 그 모든 것은 신물나는 따분함 그 자체였을 것이다. 어쨌든 이 고즈넉한 소도시는 서프 록을 흥얼거리던 무사태평한 시절을 지나 음악보다는 폭동에 가까웠던 웨스트 사이드 하드코어 펑크의 진앙지가 되는 역설을 잉태했던 것이다.

세월은 많이 지났지만 평화로운 햇살만큼은 여전할 이 도시는 디오스(Dios)라는 새로운 밴드를 배출한다. 케빈 모랄레스(Kevin Morales)와 조엘 모랄레스(Joel Morales) 형제가 이끌고 있는 5인조 밴드 디오스는 2004년 1월에 EP [Los Arboles]를 내놓았는데, 쓰리 핑거 어쿠스틱 기타와 하모니카 연주와 함께 카랑카랑한 일렉트릭 기타 스크래치를 뒤섞은 절묘한 싱글 “Everyday” 등 좋은 곡들을 담고 있었지만 별다른 주목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디오스는 곧 이어 동명 타이틀 데뷔 앨범 [Dios]를 발표했는데, “Smile”이라는 데모 싱글을 경매 사이트 이베이(eBay)에 올려 앨범 제작비를 마련했다는 다소 웃기는 소문도 떠돌았다.

디오스의 음악은 여느 미국 인디 록 밴드들만큼이나 질박하고 루치(rootsy)한 감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대단히 편안하고 서정적인 미감을 발산한다. 한 마디로 얼트 컨트리 풍의 소박한 어쿠스틱 사운드와 싸이키델릭한 질감이 혼합된 사운드 텍스처 위로 다소 현란한 전자음이 덧입혀지는 이들의 연주방식은 그다지 참신하지는 않지만 세련된 구석이 있다. 자칫 평범한 컨트리 풍 발라드에 머무는 듯 한 “Nobody’s Perfect”와 같은 곡은 중반부 이후 페이저 이펙트를 건 전자 음과 함께 고조되면서 다양한 음향을 배치함으로써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있고, 다소 감상적인 아르페지오 건반 연주가 반복되는 “The Uncertainty of How Things Are” 역시 과거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자주 구사하던 화려한 키보드 연주를 통해 독특한 형식미를 선보인다. 앨범에서 가장 서정적이면서도 친근한 트랙들은 마지막 부분에 배치되어 있는데, 먼저 “Meeting People”은 선율과 구성, 연주 등 모든 부분에서 가장 뛰어난 트랙으로서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정감 어린 곡이다. 그리고 빗소리와 함께 고즈넉하면서도 섬세한 하모니를 들려주는 “All My Life”는 침침한 카페의 배경음악으로도 손색이 없을 듯 한데, 이런 감상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올 곡이지 싶다.

한편, 이들의 연주는 묘한 애상을 머금은 라틴 음악의 느낌도 풍기는데, 모랄레스 형제의 아버지가 한 때 멕시코의 가두(街頭) 음악단인 마리아치(mariachi)에서 노래했다는 사실에서 이런 무드의 근원을 유추해볼 수는 있겠다(모랄레스 형제의 외모와 성(姓)은 분명 멕시코 계로 보이긴 하지만 확인은 되지 않는다). 또한 몇몇 트랙들은 이들이 심취했던 이전 음악들의 잔향을 머금고 있는데, 비틀스(The Beatles) 풍의 코러스를 담은 “All Said + Done”나 블러(Blur)처럼 들리는 “You’ll Get Yours” 등도 흥미롭지만 닐 영(Neil Young)으로부터의 영향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After the Gold Rush](1970)에 수록된 명곡 “Birds”를 커버하기도 했고, 특히 “You Make Me Feel Uncomfortable”과 같은 곡에서 케빈 모랄레스의 음색은 닐 영의 목소리를 빼다 박은 듯하다.

디오스는 비치 보이스처럼 쾌활하게 들썩거리지도 않고 블랙 플랙처럼 살벌한 분노로 일그러지지도 않은 채 햇살 아래서 달콤한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영롱한 선율을 담고 있는 디오스의 부드러운 싸이키델릭 사운드는 분명 비치 보이스로 대변되는 선샤인 팝(sunshine pop)의 수혜를 받았지만 그들은 내리쬐는 한낮의 햇살보다 저물어 가는 석양을 응시하는데 더 익숙해 보인다. 약물과 광기 없이도 이런 달콤한 싸이키델리아에 빠질 수 있게 해주는 캘리포니아의 태양, 이것만큼 좋은 음악적 자양분도 없다는 것을 이들 남루한 해변의 청년들은 증명하고 있다. 20040503 | 장육 jyook@hitel.net

8/10

수록곡
1. Nobody’s Perfect
2. Starting Five
3. The Uncertainty of How Things Are
4. Fifty Cents
5. All Said + Done
6. You’ll Get Yours
7. Birds
8. You Make Me Feel Uncomfortable
9. Just Another Girl
10. You Got Me All Wrong
11. Meeting People
12. All My Life

관련 사이트
Dios 공식 사이트
http://www.wearedios.com
Startime Records의 Dios 페이지
http://www.startimerecords.com/dio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