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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ear – The End Is Near – Touch & Go/Pastel Music(수입), 2004

 

 

침대 속에서 일어나 부르는 새로운 절망의 노래

매트 커데인(Matt Kadane)과 부바 커데인(Bubba Kadane) 형제가 주축이 되었던 슬로코어 밴드 베드헤드(Bedhead)는 이 장르에 입문할 시기에 한 번은 거쳐가야 할 밴드이다. 베드헤드가 내놓은 세 장의 정규 앨범은 느리고 암울한 슬로코어 사운드를 정의했을 뿐만 아니라 서정적이기도 했고, 한편으로 3명의 기타리스트가 뿜어내는 증폭의 노이즈는 모과이(Mogwai)에 못지 않은 사운드 테러리즘을 구현해내었다. 특히 이들의 대표작이자 마지막 앨범 [Transaction de Novo](1998)는 슬로코어 사운드 미학의 한 정점에 우뚝 섰으며, EP [4-songEP19:10]에 수록된 조이 디비전(Joy Division) 커버 곡 “Disorder”나 밴드 해체 이후 포스트 록 밴드 마카(Macha)와 조인트 앨범으로 발표한 [Bedhead Loved Macha](2000)까지 베드헤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지만 늘 불면의 침대머리에 혼령처럼 머물러 있었다.

커데인 형제가 베드헤드의 해체 후 1999년에 결성한 밴드인 뉴 이어(The New Year)는 데뷔 앨범 [Newness Ends](2001)를 통해 베드헤드의 암울한 사운드에서 한 발짝 벗어난 보다 다채로운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밝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짓누를 듯 무겁지도 않은 매력적인 소프트 록 넘버 “Gasoline”과 빠르고 거친 이모코어 스타일을 도입한 “Carne Levare” 등 뉴 이어는 어쿠스틱한 느낌이 강화된 슬로코어 넘버들 사이에서 새로운 영역을 기웃거렸다(커데인 형제는 2003년에 영화 [Hell House]의 OST를 만들기도 하는 등 게으름뱅이 딱지도 떼어버리려는 듯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베드헤드와 뉴 이어의 모든 정규 앨범은 인디 레이블 터치 앤 고(Touch & Go) 레코드에서 발매되고 있는데, 신작 [The End Is Near]는 터치 앤 고와 정식 계약을 맺고 있는 파스텔 뮤직의 발빠른 수입 덕택에 유럽과 미국보다도 국내에 먼저 선을 보였다. 한편, 이번 앨범에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스티브 앨비니(Steve Albini)가 엔지니어로 참여했는데, 그의 존재감은 크게 부각되지는 않지만 정교하게 파열되는 노이즈 속에서 그의 장인적 감각만은 또렷이 빛나고 있다.

앨범 제목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곡명을 단 “The End’s Not Near”는 중첩된 기타 노이즈에 의지하는 커데인 형제의 전형적인 연주 방식에서 벗어나 선명한 아르페지오 키보드 연주를 배경으로 기타 피드 백 노이즈를 덧칠하고 있다. 이어지는 “Sinking Ship”은 앨범에서 가장 편안하게 즐길만한 미드 템포의 컨트리 풍 넘버로서 아름다운 슬라이드 기타 음을 감싸는 소박한 어쿠스틱 기타 백킹은 베드헤드보다는 페드로 더 라이언(Pedro The Lion)을 연상시킨다. 그밖에 묵직한 퍼즈 톤의 리프가 등장하는 “Plan B”나 느리게 이완되는 전형적인 슬로코어 풍에서 헤비한 드럼 비트와 함께 거칠게 질주하는 “Age of Conceit” 등도 단조로운 슬로코어 록의 무드와 구성을 탈피하고 있다. 한편, “Age of Conceit”의 다소 갑작스럽고 썰렁한 엔딩 때문에 사그라진 흥분은 8분에 가까운 대곡 “18”에 이르러 기어이 폭발하고 만다. “18”은 낮고 처연하게 읊조리다 점차 증폭되는 업다운 기타 스트로크와 함께 파괴적인 기타 트레몰로와 애드립으로 휘몰아쳐 가는 전형적인 상승구조의 곡이다. 장엄한 파국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다소 상투적인 끝마무리가 역시 아쉽긴 하지만 최근 침체에 빠진 슬로코어 씬에 오랜만에 등장한 보석 같은 곡이라 할만하다.

록 음악이 펼쳐 보이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가장 검은 한 극단에 베드헤드를 위치시키는 데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들의 단조로운 무채색 앨범 재킷만큼 끈질기게도 우울했던 베드헤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침대 속에서 곰삭은 절망의 세월은 쉽게 떨쳐지지 않는 모양이다. 뉴 이어의 사운드는 이제 베드헤드의 고집스런 암흑빛에서 이탈하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그들은 희망보다는 절망을, 시작보다는 끝을 붙들고 있다. 모든 것이 끝나버렸음을 음울한 광기로 선언하던 짐 모리슨(Jim Morrison)보다는 화사한 표정으로 말이다. 20040503 | 장육 jyook@hitel.net

7/10

수록곡
1. The End’s Not Is Near
2. Sinking Ship
3. Chinese Handcuffs
4. Plan B
5. Disease
6. Age of Conceit
7. Start
8. 18
9. Stranger to Kindness

관련 사이트
The New Year 공식 사이트
http://www.thenewyear.net
Bedhead 공식 사이트
http://brainwashed.com/bedh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