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티요나(Nastyona) – Bye Bye My Sweet Honey [EP] – 쌈지, 2004 약간 작은 할렐루야 2002년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의 ‘숨은 고수 찾기’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부산 출신 밴드 네스티요나는 유망한 신인이었다. 보컬인 요나의 이름을 빌어 다시 말하면, 나로서는 그들이 시장이라는 큰 물고기의 뱃속에서 사흘 밤낮으로 만든 음반을 들고 나와 니느웨에 사는 우리 죄 많은 인디 록 팬들의 귀를 충만하게 채워주기를 바라게 된 것이다. 그것이 2년 전이다. [Goo]와 [Suede]를 리믹스한 것 같은 자켓과 함께 돌아온 네스티요나는 우리가 할렐루야를 외치도록 해 줄 수 있을까. 당시 이들이 들려주었던 “Song for My Father”와 “Cause You’re My Mom”에 대한 인상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색다른 곡’이었다. 이는 밴드가 낯선 형식을 익숙하게 들리도록 솜씨좋게 가공해냈다는 이야기의 다른 표현이다. 노이지한 기타 운용과 변박·엇박을 활용한 완급조절은 명료한 멜로디와 적재적소에 배치된 건반에 힘입어 서늘하고 싸이키델릭한 무드를 빚어냈다. 성대는 솜사탕으로, 혀는 수은으로 된 듯한 요나의 목소리에는 곰인형을 끌어안고 자는 냉소적인 소녀의 카리스마가 있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곡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자신감이었다. 테마를 제시하고 확장하며 반복하는 이들의 음악에는 망설임이 없었는데, 이러한 자신감은 최근의 음악들이 가장 자신없어하는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할 것이다. 그 자신감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 EP의 미덕이다. 영롱한 건반과 딜레이 걸린 기타가 분위기를 잡자마자 보컬이 뒤따르고, 곧이어 나머지 악기들이 패기있게 가세하는 “Present”가 좋은 예이다. 싱코페이션 리듬과 엇박을 활용하며 춤을 추다가 묵직한 거라지 록으로 선회하는 “Covered”나, 하드록과 부기우기 스타일을 오가는 “If She Finally Comes”에서 볼 수 있듯 무드의 급격한 변화 또한 이 밴드의 특징 중 하나이다. EP임에도 불구하고 “Present”를 인트로로, “Good Night My Brother”를 아우트로 격으로 배치함으로써 일관성을 확보하려 한 흔적도 보인다. 여기까지가 그들의 자신감과 패기가 해낸 부분이다. 그럼 해내지 못한 부분은? 새로 실린 곡들 중 “Song for My Father”와 “Cause You’re My Mom” 이상의 인상을 주는 곡이 없다는 점이 첫 번째일 것이다. 유일하게 한국어로 가사를 쓴 곡이자 ‘재지’한 분위기를 시도한 (홍보 자료에는 ‘보싸 노바의 리듬과 진행을 차용했다’고 되어 있는) “이렇게”는 이들이 그런 쪽과 인연이 없다는 사실 말고는 들려주는 것이 없다. “Cause You’re My Mom” 같은 곡들이 보여주는 ‘자의식’에 비해 한국어 가사가 싱겁다는 점은 이들이 영어라는 언어의 ‘장벽 효과’를 노리면서 가사를 쓴 것이 아닌가, 라는 의심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킨다(리뷰에 영어 가사 이야기를 쓴 게 올해 들어 이것으로 세 번째다). 비슷한 맥락에서 “If She Finally Comes”와 “Secret”이 야심차게 준비한 곡인 건 알겠지만 그 야심이 계속 흐트러지고 있다는 점도 말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전자는 자갈밭에서 기어를 바꾸는 채소트럭처럼 덜컹거리고, 후자는 살바도르 달리의 시계 그림마냥 축 늘어진다. 무겁고 싸이키델릭한 분위기를 의도하며 만든 곡 같은데 드럼과 기타 소리가 이상할 정도로 후면에 배치되었다는 사실은, 그럼에도 보컬이 ‘가요’처럼 전면에 또렷이 나서지도 않는다는 사실과 더불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다. 프로듀싱의 문제가 이 두 곡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두 곡은 특히 그 문제점이 드러난다. “Song for My Father”만큼의 인상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결론은? ‘흥미롭고 멋지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건반이 종종 기타 노이즈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거나 혹은 그 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 밴드가 자신들의 소리를 어떻게 통제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고 있다는 증거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네스티요나를 들으면서 ‘이 부분은 누구와, 저 부분은 누구와 닮았다, 그래서 뻔한 음악이다’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음반은 ‘부분의 합이 전체와 같은’ 경우에 속하는 음반에 가깝다. 따라서 뻔한 음악이라고 하기는 곤란하다. 더구나 듣는 동안에는 이 음반이 EP라는 사실을 자꾸 잊게 되고, 그래서 정규 음반을 대하듯 이야기하게 된다. 좋은 징조일까? 그러기를 바란다. 아멘. 20040425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6/10 수록곡 1. Present 2. Cause You’re My Mom 3. Covered 4. Song for My Father 5. 이렇게 6. If She Finally Comes 7. Secret 8. Good Night My Brother 관련 사이트 네스티요나 공식 홈페이지 http://www.nastyo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