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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ke Park – For The Love Of Music – Sub City, 2003

 

 

White Mask, Yellow Soul

“수영 박은 좋지만 마이크 박은 별로…”라는 것이 한국의 인디 록 매니아들의 취향이라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 앨범을 듣고 “마이크 박에게 이런 면모가 있다니…”라고 놀라는 것도 유감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이 앨범은 마이크 박의 음악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전달된 정보가 헛정보라는 착각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즉, 마이크 박이 캘리포니아를 본거지로 ‘스카의 세 번째 조류’를 일으킨 주역이라는 정보를 들었어도, ‘스카는 내 취향이 아님’이라고 못박았던 사람에게는 의외의 작품이라는 뜻이다.

간단히 말해서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스타일은 ‘어쿠스틱 포크’에 가깝다. 절반 정도의 트랙들에서는 드럼 비트와 일렉트릭 기타(및 베이스)의 탄주가 들리지만 최소한의 편성으로 그치고 있으며, 나아가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트랙들은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곡들이다. 그건 아마도 앨범을 여는 첫 트랙 “Supposed to Be There Too”의 인상이 너무 강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7번째 프렛에 카포를 끼우고 높은 음에서 스트러밍되는 기타의 단조로움은 전주부와 간주부에서 첼로의 풍부한 저음과 대조를 이루면서, ‘어쿠스틱 포크’라는 말에 동반되는 서정성까지 전달해 주고 있다. 앨범을 듣다 보면 아홉번째 트랙에 있는 “Thankful All the Same”에서 비슷한 소회가 전달될 것이다.

그렇지만 ‘어쿠스틱’하다고 해서 그저 ‘고독하고 내향적이고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무언가 모를 긴장감이 감돌고 있음을 느끼지 못한다면 아둔한 귀와 미련한 심성의 소유자일 것이다. 가사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나도 이런 부류의 청자에 포함될 것이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Supposed to Be There Too”의 가사에 갱(gang), 스킨헤드(skinhead), 루드 보이(rude boy) 같은 용어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듣다 보면 이 곡이 개인적 감정과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담아내려 애쓴 곡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펑크 로커’의 애티튜드는 곡의 스타일과는 무관하게 여러 곡들에서 드러나지만, 특히나 단순한 곡 구조가 여러 절을 반복되면서 구체적 스토리텔링을 던지는 “On That Stage”, “Southbound 280″나 “Present Day Memories”에서 특히 빛난다. 잘 빠진 후렴구(코러스)가 선명하지 않거나 아예 없더라도, 노래하는 사람이 무슨 말을 전달하려는지 저절로 귀가 기울여지는 곡들이다.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마이크 박의 목소리의 음조나 창법에 펑크 보컬의 억양이 남아 있고 이 점이 음악에 긴박감을 부여하는 점을 확인하는 것도 흥미롭다. 말하자면 마이크 박이 이전에 풀 밴드로 녹음하고 연주했던 곡들을 그가 처음 만들어서 흥얼흥얼 읊조릴 때 어떤 상태였는가를 보는 것만 같다. 그 점에서 “Just Like This”나 “Hey You!”같은 곡들은 ‘최초의 합주’ 때가 어땠을까를 엿보게 해주면서, 나중에라도 에너지와 파워를 고양시켜서 다시 연주되기를 기대한다.

“Train Maps”나 “From Korea”는 다른 곡들에 비해서 빼어나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동)아시아계로서 흥미로운 사회적 상상을 담은 가사가 있어서 한국인인 나에게 특별히 흥미롭다. “기차 지도들은 영어로 쓰여져 있어 / 여행하기가 훨씬 편해 / 나는 말하지 ‘스미마셍(すみません), 나는 이곳 출신도 아니고 그곳 출신도 아니죠'”(“Train Maps”)라면서 일본 여행에서 받았던 묘한 느낌을 묘사한 부분이라든가, “지난 주에 새 친구를 만나서 우연히 말하다가 ‘니거(nigger)’라는 말을 썼어 / 그는 ‘걱정 마, 너는 그들처럼 생기지 않았어. 넌 아마 중국인일 거야. 하지만 나와 똑같지는 않아’라고 말하더군”이라면서 ‘인종주의자 친구와의 만남’을 노래한 부분 등등…

그래서 음악을 듣고 난 뒤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즉, ‘(동)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음악이 왜 아프리카계나 인도-아랍계들처럼 자신의 문화적 뿌리의 흔적이 잘 드러나지 않을까’라는 오래된 의문을 ‘문화적 뿌리의 흔적이 선명하게 드러날수록 반드시 좋은 음악은 아니다’라는 판단으로 바꾸기로 했다. 물론 아직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는데, 일단은 (북)아메리카로도, (동)아시아로도,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동화되거나 ‘번역’될 수 없는 영역에서 새로운 창조의 가능성을 찾는 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3박자의 슬로코어라고 할 만한 “Counting Sheeps”를 들으면 이런 생각을 굳히게 되는데, 엄마와의 대화를 소재로 자신이 나이 들어가는 것을 묘사하는 가사는 ‘(동)아시아적 가족관계’에 대해 모른다면 잘 이해하기도 힘들지만 또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yellow skin, white heart” 혹은 ‘바나나’라는 표현은 (동)아시아인이 피부만 노랗지 마음은 서양과 미국을 추종한다는 경멸적인 말이다. 그렇다면 어설프더라도 지금은 겉과 속을 한번 뒤집어볼 일이다. 이 리뷰의 제목처럼. 20040415  |  신현준 homey81@empal.com

8/10

수록곡
1. Supposed to Be There Too
2. On That Stage
3. Counting Sheep
4. Challenging Me
5. Just Like This
6. Train Maps
7. From Korea
8. Southbound 280
9. Thankful All the Same
10. Hey You!
11. Present Day Mem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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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Plea For Peace’ 투어 홈페이지
http://www.pleaforpeace.com
마이크 박 홈페이지
http://www.mikeparkmusic.com
아시안 맨 레코드사 홈페이지
http://www.asianmanrecords.com
칭키스 홈페이지
http://www.thechinke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