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sive – The Ugly Organ – Saddle Creek, 2003 격렬하고 피곤한 분노 커시브(Cursive)의 2003년 신작 [The Ugly Organ]이 나왔을 때 어떤 사람은 “브라이트 아이스(Bright Eyes)의 코너 오버스트(Conor Oberst)가 제 2의 딜런(the next Dylan)이라면 커시브는 제 2의 레논(the next Lennon)이다”라고 정리한 적이 있다. 이 두 뮤지션이 오마하(Omaha) 인디 씬의 대표 주자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비유이다. 전작인 [Domestica](2000)에 비해 훅이 강화되었다는 것을 고려해본다면 더욱 그렇다. (스티븐 킹의 공포소설 [It]에 나오는) 피에로 마왕의 주제음악으로 쓸 법한 뒤틀린 오르간 소리에 이어 후려치는 듯한 기타 리프로 시작하는 “Some Red Handed Sleight of Hand”와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Art Is Hard”는 흔히 ‘이모 코어(emo core)’라고 부르는 스타일의 음악을(주의: ‘감성 코어’가 아니다!) 인상깊게 들려준다. 명료하고 매끄럽지만 어둡고 거칠다. “I’m writing songs to entertain”(“Butcher the Song”)이라는 선언에 어울리는 곡들이다. 몽롱한 코러스로 분위기를 살짝 뒤트는 “The Recluse”나 정말 비틀스같은 코러스를 선보이는 “A Gentleman Caller”, 비장하게 흐르는 포크 풍의 “Sierra”도 멋진 곡들이다. ‘느슨한 컨셉 음반’이라는 점은 [Domestica]에 이어 신보에서도 유지된다. 전작은 보컬 팀 커셔(Tim Kasher)의 이혼이라는 개인적인 고난을 섹스에 관한 어두운 시각으로 채웠고, 이 음반 역시 그가 겪고 있는 ‘성적인 분노와 관계에 대한 좌절’을 표현하고 있다… 라는 것이 영미권 평단의 전반적인 의견이지만 굳이 가사를 신경써서 듣지 않는다 해도(잘 들리지도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음산한 오르간 소리가 음반에 어떤 일관된 무드를 조성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 정도는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그 정서가 결코 나긋나긋하지는 않다는 점도. 더불어 사운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멤버는 첼리스트 그레타 콘(Gretta Cohn)이다. 트레일 오브 데드(Trail of Dead)의 경우를 보아도 알 수 있듯 강렬한 록 사운드와 서정적인 현악 사운드가 충돌하는 예는 드물지 않지만 이 음반의 경우 콘의 첼로는 음반 전체에 독특한 질감을 덧입히면서 사운드의 핵심으로 자리한다. 활이 끊어질 정도로 격렬한 보잉(bowing)을 선보이는 “Some Red Handed Sleight of Hand”나 “Art Is Hard”에서 첼로는 완연한 ‘록 악기’이고, 유연한 움직임을 보이는 “Driftwood: A Fairy Tale” 같은 곡에서는 다른 악기들이 첼로에 대해 보조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확실히 몇몇 곡에서 잊혀지기 어려운 인상을 남기기는 하지만 초반부의 격렬함과 후반부의 안온함에 비해 중반부의 곡들이 혼란스럽고 밀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을 지우기는 어렵다. 재로 만든 인간처럼 퍼석퍼석하게 비틀거리는 “Butcher the Song”이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이 곡이 ‘평론가에 대한 공격’을 담고 있어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음반이 이쪽 계열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오래 남을 음반이 되리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미처 잡아내지 못한 음반의 탁월한 점을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기획의 컨셉인 ‘Plea For Peace’와 연관지어 볼 때), 이들이 표현하는 뒤틀리고 어려운 정서가 과연 ‘평화’와는 어떤 관련을 갖고 있는 것일까. 아마 가장 온건한 의미에서의 평화, 부정성에 대한 환상이 현실로 옮겨지지 않는 범위에서 부정성을 긍정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평화일까. 아마도. [Rainbow Six: Raven Shield]가 현실로 옮아갈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그걸 끝내 현실로 옮기고 싶어하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도. 20040330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7/10 수록곡 1. The Ugly Organist 2. Some Red Handed Sleight of Hand 3. Art Is Hard 4. The Recluse 5. Herald! Frankenstein 6. Butcher the Song 7. Driftwood: A Fairy Tale 8. A Gentleman Caller 9. Harold Weathervein 10. Bloody Murderer 11. Sierra 12. Staying Alive 관련 글 평화를 호소하는 인디 록 공연: Plea For Peace 2004 – vol.6/no.8 [20040416] 제 3차 스카 리바이벌’의 선구자, 99.9%의 인디 맨: 마이크 박과의 인터뷰 – vol.6/no.8 [20040416] Pioneer of the Third Wave Ska Revival, 99.9 Per Cent Indie Man ? An interview with Mike Park – vol.6/no.8 [20040416] Denali [The Instinct] 리뷰 – vol.6/no.8 [20040416] Mike Park [For The Love Of Music] 리뷰 – vol.6/no.8 [20040416] Jenny Choi [Postcard Stories] 리뷰 – vol.6/no.8 [20040416] 관련 사이트 커시브 공식 홈페이지 http://www.cursivearmy.com/ ‘Plea For Peace’ 투어 홈페이지 http://www.pleaforpeace.com 마이크 박 홈페이지 http://www.mikeparkmusic.com 아시안 맨 레코드사 홈페이지 http://www.asianmanrecords.com 칭키스 홈페이지 http://www.thechinke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