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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e – Celebrity Skin – Geffen, 1998

 

 

병 속의 편지

1980년대 스타일의 파워 코드로 기선을 제압하는 오프닝 “Celebrity Skin”은 흥겹다. 샴푸 광고에 나오는 머릿결처럼 찰랑거리는 기타와 스마일 마크를 찍는 듯한 드럼 위로 매끈하게 흐르는 “Awful”의 코러스는 매력적이다. 달뜬 기운을 머금은 이 두 곡은 흔히 ‘캘리포니아 스타일’이라는 말로 형용하는 ‘선샤인(sunshine)’ 팝-록에 가깝다. 적어도 “Violet”이나 “Doll Parts”처럼 ‘그르렁거리며 신음하는’ 곡을 연주하던 밴드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새로운 출발? 이 음반을 녹음하는 동안에는 그러려 했던 것 같다. 음반이 나오자마자 드러머가 나가고 밴드는 망가지기 시작했지만.

요점은 음반의 주된 내용물이 그런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묵직하게 몰아붙이는 “Playing Your Song”이나 “Use Once & Destroy”처럼 아레나 록 스타일의 ‘둥둥거리는(stomping)’ 드럼이 진득하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싸이키델릭한 기타에 맞춰 ‘분노’를 표출하는 곡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감정이 ‘시대정신’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은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커트니 러브는 데보라 해리(Deborah Harry)처럼 노래하고, ([Live Through This]의 뒷면에 있던) 초라하고 발벗은 소녀의 사진은 우아하게 익사하는 오필리어의 그림으로 바뀌어 있다. 화사함과 탐미는 음반의 주된 정서이다(“Boys On The Radio”의 가사를 보라).

그래서 이 음반을 언급하면서’조차’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불을 붙이고 꺼버린 ‘록의 우울한 황금시대’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롤링 스톤(Rolling Stone)]의 평가처럼 이 음반은 커트니 러브에 대해 알건 모르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음반이고, 언더월드(Underworld)와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 프로디지(Prodigy)의 시대는 ‘시대적 반영으로서의 록음악’이라는 고리타분한 선언이 먹히는 시절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 음반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메인스트림의 스타가 된 스캔들투성이 밴드의 프로페셔널한 소리와 매끄러운 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럼으로써 “Awful”이나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을 닮은 “Boys On The Radio”처럼 기억에 오래 남을 울림과 “Heaven Tonight”처럼 범상한 소프트 록이 동시에 존재한다. 음반 제작에 깊숙이 관련된 두 인물, 즉 ‘음악적 조언자(musical consultant)’이자 다섯 곡의 공동 작곡자인 빌리 코건(Billy Corgan)과 프로듀서 마이클 베인혼(Michael Beinhorn: 사운드가든(Soundgarden), 소울 어사일럼(Soul Asylum),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ili Peppers) 등과 작업)의 존재가 음반의 출신 성분 이외의 무언가를 더 알 수 있게 도와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하나를 가리킨다. 즉 머리에 꽃을 얹은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피조물 같은 이 흥겨운 로큰롤 음반은 그 뜬금없이 밝은 음률로 인해 그 안에 숨겨진 상처를 드러낸다. 이를테면 로큰롤 팬들에게 최후의 단꿈을 꾸게 해 주었던 어떤 시절의 기억에 대한 작별 인사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Awful”의 “If the world is so wrong /Yeah you can break them all /With one song”이라는 가사를 듣다 보면 이글스(Eagles)의 노래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We thought we could change this world / With words like ‘love’ and ‘freedom'”(“Sad Cafe”) 음반 자체가 결코 뛰어난 퀄리티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이들에게 이 음반이 갖는 무게는 닐 영(Neil Young)의 [After The Gold Rush]와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자문할지도 모른다. 당신은 록을 믿는가? 믿는다면, 록의 무엇을, 어떻게 믿는가? [스쿨 오브 록(School Of Rock)]의 대사처럼 ‘짱들의 시대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신실하게? 20040411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7/10

수록곡
1. Celebrity Skin
2. Awful
3. Hit So Hard
4. Malibu
5. Reasons to Be Beautiful
6. Dying
7. Use Once & Destroy
8. Northern Star
9. Boys on the Radio
10. Heaven Tonight
11. Playing Your Song
12. Pet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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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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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ney Love 공식 사이트
http://www.courtneyl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