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ns N’ Roses – The Spaghetti Incident? – Geffen, 1993 마초이즘 헤비 메틀의 마지막 불꽃 [Use Your Illusion I / II](1991)를 한 앨범으로 치면 [The Spaghetti Incident?]는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세 번째 정규 스튜디오 앨범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커버 앨범이니 건스 앤 로지스가 만든 순수한 의미에서의 정규 앨범은 [Appetite for Destruction](1987)과 [Use Your Illusion I / II] 단 둘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The Spaghetti Incident?]는 앞의 두 앨범에 비해 중요도 측면에서는 떨어지지만 발표 당시의 화제성과 대중적 관심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았던 앨범이다. 이 앨범은 슬래쉬(Slash)에 의해 구상되었지만 애초에 내놓지 않으려던 작품이었고 이들에게 우호적이었던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의 스티브 존스(Steve Jones)가 발표를 독려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밴드의 초기 드러머였지만 마약 문제로 방출되었던 스티븐 애들러(Steven Adler)가 이익분배 문제로 밴드를 소송한 사건으로부터 앨범 타이틀이 정해진 일화도 유명하다. 물론 히피 세대의 싱어송라이터이자 희대의 살인마로 악명을 날린 찰스 맨슨(Charles Manson)의 “Look at Your Game Girl”을 보너스 트랙으로 담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앨범의 시작은 의외로 로맨틱하다. 물론 건스 앤 로지스가 발라드 연주에 감각이 있었긴 했지만 1960년대에 활동한 두 왑(doo wop) 그룹 스카이라이너스(The Skyliners)가 불렀던 “Since I Don’t Have You”는 마초 로큰롤러들에게는 다소 안 어울리는 취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곡의 달콤한 바이올린 연주를 대신한 슬래쉬의 기타 솔로는 강한 벤딩을 통해 블루지한 질감을 잘 살려내고 있으며 액슬 로즈(Axl Rose)의 보컬도 나름대로 감성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나자레스(Nazareth)의 “Hair of the Dog”나 티 렉스(T. Rex)의 “Buick Mckane”와 같은 구닥다리 하드 록 넘버도 포함되었지만 이 앨범의 주된 레퍼토리는 펑크 록이다. 즉 건스 앤 로지스는 뉴욕 펑크의 아버지 쟈니 썬더스(Johnny Thunders)의 “You Can’t Put Your Arms Around a Memory”까지 거슬러 올라가 이기 앤 더 스투지스(Iggy & The Stooges)의 “Raw Power”나 뉴 욕 돌스(New York Dolls)의 “Human Being”과 같은 고전을 거쳐 미스피츠(Misfits)의 “Attitude”, 피어(Fear)의 “I Don’t Care About You” 등 하드코어 펑크 넘버들까지 손대고 있다. 그리고 앨범의 리스트는 아메리칸 펑크뿐만 아니라 스티브 존스가 작곡한 섹스 피스톨스의 “Black Leather”, 댐드(The Damned)의 “New Rose”, 유케이 서브스(U.K. Subs)의 “Down on the Farm” 등 브리티시 펑크까지 섭렵하여 그야말로 펑크 록 연대기라도 훑는 것처럼 포괄범위가 넓고 균형감이 있다. 이 중 가장 뛰어난 커버 곡은 1970년대 말 뉴욕 펑크 씬을 마지막으로 장식했던 밴드인 데드 보이스(The Dead Boys)의 2집 앨범 [We Have Come for Your Children]의 수록곡 “Ain’t It Fun”이다. 특히 세션 보컬로 참여한 마이클 먼로(Michael Monroe)의 남성적인 목소리와 백 보컬의 그르렁거리는 샤우팅은 곡 자체에 내재해 있는 거칠고 속도감 있는 느낌을 다소 답답한 원곡보다 강렬히 표현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The Spaghetti Incident?]는 원곡의 메인 리프와 멜로디를 충실하게 따르고 펑크 록 특유의 공격적인 위악성을 그대로 살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서인지 별 다른 특색이 없이 오히려 텍스트에 묻히는 측면도 있다. 연주에 있어서는 슬래쉬와 함께 강력한 트윈 기타 플레이를 펼치던 이지 스트래들린(Izzy Stradlin)의 부재가 크게 느껴지며 지나치게 많은 백그라운드 보컬을 불러들여 액슬의 보컬 비중이 낮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다만 티 렉스의 “Buick MacKane (Big Dumb Sex)”에서 액슬은 사운드가든(Soundgarden)의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이 “I want to fuck, fuck, fuck, fuck you”라고 외쳐대던 “Big Dumb Sex”의 코러스 부분을 메들리로 조합하는 재기를 발휘한다. 또 몇몇 곡에서 액슬을 대신한 더프 맥케이건의 보컬은 액슬처럼 관능적이지는 않지만 멤버 중 가장 펑크 록에 경도되었던 그의 성향을 증명하듯 직선적이고 터프한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이 앨범을 통해 한 가지 더 언급해둘 것은 그런지 록 진영이 그들의 음악적 모태인 펑크에 대해 묘한 애증의 시각을 보였던 데 비해 헤비 메틀의 화신인 건스 앤 로지스가 오히려 더 직접적이고 진지한 방식으로 펑크에 접근했다는 사실이다. 펑크 록을 무시해왔던 미국의 주류 헤비 메틀 씬의 간판 밴드가 자신들의 마지막 성과물을 저주받은 펑크 제단에 통째로 바쳤다는 사실은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기일에 건스 앤 로지스를 듣고 있는 필자의 상황만큼이나 역설적이다. 물론 그들이 펑크 록의 태도와 정치학을 계승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머틀리 크루(Motley Crue)가 펑크를 대했던 방식보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건스 앤 로지스는 머틀리 크루나 스키드 로우(Skid Row)에게 부족했던 장인적인 연주력과 데프 레퍼드(Def Leppard)가 지니지 못했던 반항적 태도, 본 조비(Bon Jovi) 따위가 결코 범접할 수 없었던 터프하고 강렬한 사운드를 겸비했던 1980년대 헤비 메틀 씬의 마지막 불꽃이었다. 그러나 그리 영광스런 불꽃은 아니었다. 결코 두 영웅은 양립할 수 없어서일까. 건스 앤 로지스는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로 추앙 받던 그런지 록에 대한 가장 상징적이면서도 극명한 안티테제로 치부되며 때때로 수모를 당하고 부당하게 평가절하된 면이 없지 않다. 그런지 록의 부상기이자 헤비 메틀의 끝물에 등장한 그들은 푸들 메틀로 불리던 LA 메틀과는 차별화되는 진중한 음악을 들려주었고 관습화된 주류 헤비 메틀의 도식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던, 어떤 측면에서는 내부의 대안이었다. 이런 철지난 재평가가 공허하게 느껴질 만큼 이제 그런 대책 없는 마초이즘 로큰롤도 찾아보기 어려운 과거의 유산이 되었고 로큰롤 자체가 구리게 인식되고 있지만, 깁슨 레스폴 기타를 메고 슬래쉬 흉내를 내는 과묵한 록의 추종자들이 아직도 많을 거라는 믿음은 쉽게 거두기 힘들 것 같다. 20040405 | 장육 jyook@hitel.net 7/10 수록곡 1. Since I Don’t Have You 2. New Rose 3. Down on the Farm 4. Human Being 5. Raw Power 6. Ain’t It Fun 7. Buick Mckane (Big Dumb Sex) 8. Hair of the Dog 9. Attitude 10. Black Leather 11. You Can’t Put Your Arms Around a Memory 12. I Don’t Care About You / Look at Your Game Girl [bonus] 관련 글 Guns N’ Roses [Appetite For Destruction] 리뷰 – vol.6/no.7 [20040401] Guns N’ Roses [G N’ R Lies] 리뷰 – vol.6/no.7 [20040401] Guns N’ Roses [Use Your Illusion I] 리뷰 – vol.6/no.7 [20040401] Guns N’ Roses [Use Your Illusion II] 리뷰 – vol.6/no.7 [20040401] 관련 영상 “Since I Don’t Have You” 관련 사이트 Guns N’ Roses 공식 사이트 http://www.gnronline.com Guns N’ Roses 팬 사이트 http://www.mygn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