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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s N\’ Roses – Use Your Illusion II – Geffen, 1991

 

 

권력과 영광 (2)

날카롭고 예리한 기타, 굴착기처럼 진동하던 드럼, 보름밤의 늑대인간처럼 울부짖던 보컬, 분노와 저주와 차별로 뭉친 신비스럽고 저속한 가사들, 프로그레시브 메틀과 라이트 핸드 해머링과 보컬 옥타브에 대한 실없는 논쟁들, ‘음악도 모르는 가요 팬과 팝 팬들’에 대한 경멸, 수많은 금지곡들, 닳고닳아 소리가 뭉개진 카세트 테이프, 비문과 오타로 가득한 해설지들, 기네스북에 도전하던 데이브 롬바르도(Dave Lombardo), 날이 갈수록 뚱뚱해지던 잉베이 말름스틴(Yngwie Malmsteen), 먼지와 어둠이 비슷한 색으로 뒤섞인 ‘록 감상실’에서 하루종일 틀던 “November Rain” 비디오, 습기찬 연습실, 문신을 한 장발의 남자들, 그들과 같이하던 쭉쭉빵빵한 여자들.

우리는 헤비 메틀을 사랑했는가? 지나간 유행을 돌아보면서, 우리는 VHS 베타 데크로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그 비디오’들을 다시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익스트림(Extreme)의 음악은 멋졌지만 [Poronograffitti]라는 음반 제목은 더 멋지지 않나, 라고 생각하던 시절, 제 2의 빅토리아 시대라도 된 것처럼 도덕적이고 건전한 문화와 사악하고 쾌락적인 문화가 시끄럽게 난교 파티를 벌이던 시절, 최후의 메틀 구루(guru)였던 건즈 앤 로지스는 후회없이 자신들의 야심을 불살랐다. 스판덱스와 체크무늬 남방을 같이 걸치고 다니던 액슬 로즈의 패션은 그 자체로 시대의 교두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Use Your Illusion II]는 [I]과 다른 방향을 통해 화룡점정을 이루려 한다. 그러나 점은 찍었되 용은 날아오르지 못했다.

[I]이 다채롭고 일관된 음반이라면 [II]는 장엄하고 산만한 음반이다. 이는 다음의 말과도 통한다. [I]이 외향적이라면 [II]는 내향적이다. [I]이 공격적이라면 [II]는 성찰적이다. 하나씩 짚어보자. 화려한 편곡을 뽐냈던 [I]에 비해 [II]는 전통적인 록 밴드 편성에 홍키통크 피아노를 더하는 ‘검소한’ 방향으로 전체적인 사운드를 잡고 있다. 그럼으로써 사운드의 일관성은 확보했지만 [I]의 문제점이기도 했던 멤버간의 갈등은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Civil War”와 “14 Years”을 들으면서 전자가 로즈, 후자가 스트래들린의 곡이라는 것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두 번째, [II]에는 유난히 대곡 성향의 곡이 많다. “Civil War”, “Breakdown”, “Estranged”와 같은 곡들은 서사적(epic)인 전개와 긴 기타 솔로, 진중한 가사라는 1970년대 하드 록의 방식을 충실히 따른다. 그러나 “Civil War”와 “Estranged” 같은 경우 곡이 품고 있는 욕심에 비해 주제의 전개와 발전 방식은 관습적이고 맥이 빠져 있다. 훵키한 질감을 내려 했던 “Locomotive”는 단조로운 곡 전개로 인해 지루하게 들린다. 가사 또한 대곡이 종종 빠지기 쉬운 함정인 ‘후까시’에 지나치게 집착함으로써 곡의 활력을 빼앗는데 한몫한다. 솔직한 추진력으로 감동을 주는 “Breakdown” 정도를 제외한다면, 이 음반에서 빛나는 곡은 비교적 짧은 길이의 곡들이다. 평론가와의 태그 매치인 “Get In The Ring”이나 사도-마조히즘을 다룬 (스트래들린의 리듬감이 빛나는) “Pretty Tied Up”, 화끈한 메틀 넘버 “You Could Be Mine”, 나름의 ‘인더스트리얼’인 “My World” 같은 곡들 말이다. 결국 이러한 곡들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액슬 로즈가 1990년대의 에미넴(Eminem)이었다는 사실이고, 또한 그가 “Cleaning Out My Closet”이나 “Lose Yourself” 같은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사실이다(로즈가 1990년대의 에미넴이라는 증거 하나 더. 그는 엘튼 존과 공연을 같이 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이 음반은, 다시 한 번, 그 시대를 직접 경험했던 사람들에게 VHS 베타 버전 비디오 테이프의 기억과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좋은 곡을 만들 줄 알았던 메틀 밴드. 그리고 그 곡들을 솜씨좋게 들려줄 능력을 갖고 있던 밴드. 그 과정에서 ‘The peril of Rock & Roll decadence'(“Pretty Tied Up”)의 엔터테이너적인 모습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던 1990년대 최후의 밴드. 어떤 면에서, 대중음악이란 결국 기억의 음악이다. 권력과 영광과 몰락에 대한 기억. 헤비 메틀만큼 이런 낱말들이 잘 들어맞는 스타일이 있을까? 20040417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7/10

수록곡
1. Civil War
2. 14 Years
3. Yesterdays
4. Knockin’ on Heaven’s Door
5. Get in the Ring
6. Shotgun Blues
7. Breakdown
8. Pretty Tied Up
9. Locomotive
10. So Fine
11. Estranged
12. You Could Be Mine
13. Don’t Cry (Alternate Lyrics)
14. My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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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Breakdown”

관련 사이트
Guns N’ Roses 공식 사이트
http://www.gnronline.com
Guns N’ Roses 팬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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