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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s N’ Roses – Use Your Illusion I – Geffen, 1991

 

 

권력과 영광 (1)

두 장으로 구성된 [Use Your Illusion I, II]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그런지의 폭발 직전 나온 20세기 최후의 위대한 하드 록/헤비 메틀 음반’이라는 것이다. 시기상으로도 머틀리 크루(Motley Crue)의 [Dr. Feelgood](1989)과 메탈리카의 [Metallica](1990) 등 헤비 메틀의 대미를 장식하는 음반이 연이어 발매되던 때다. 전자는 L.A 메틀에 없었던 ‘중량감’을 부여한 음반이고 후자는 쓰래시 메틀과 아레나 록(arena rock)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은 음반이다(추신. 두 음반의 프로듀서는 모두 밥 록(Bob Rock)이다). 마지막 주인공 [Use Your Illusion I, II]는 헤비 메틀의 영광과 몰락의 경계선에 위치하면서 의미심장한 금언으로 음반을 열어젖힌다. “당신이 순수함을 잃었을 때/남는 거라고는 블루스 뿐/모든 영웅들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Right Next Door to Hell”)

다른 한편, 시야를 좁혀 이야기하면 이 음반은 20세기 최후의 스판덱스 마초맨 액슬 로즈(Axl Rose)의 개인적인 야망과 그에 대한 이지 스트래들린(Izzy Stradlin, 기타)의 저항이 어느 한쪽의 완전한 패배로 나타나지 않은 음반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멤버간의 알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좋은 예인 것이다. 판매고에 대한 걱정 때문에 두 장을 묶어 내는 대신 따로 발매했지만 둘 다 스매시 히트를 기록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전설의 영역으로 넘어갔다(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의 [Human Touch]와 [Lucky Town](1992)이 바로 다음 해에 이 선례를 따랐다). 그리고 이 음반을 끝으로 밴드는 사실상 와해되었다.

그렇다면 멤버간의 알력이란 무엇이었을까. 간단하게 말하면 ‘근본주의’와 ‘수정주의’ 사이의 갈등이다. 전자의 진영에는 스트래들린이, 후자에는 로즈(와 나머지 멤버)가 있었다. 스트래들린이 ‘루츠’에 기반한 검소하면서도 강렬한 하드 록을 원했던 반면 로즈는 밴드의 음악을 화려하게 치장하고 싶어했다. 키보디스트를 정식 멤버로 영입했고, 혼과 스트링 섹션으로 곡을 감쌌으며, ‘끈적하게’ 노래하는 여성 코러스를 사용했다. 로즈가 당시 엘튼 존(Elton John)(!) 같은 곡을 쓰고 싶어했다는 점은 “Tonight”과 “60 Years On”의 영향이 드러나는 ‘피아노 서사시’ “November Rain”을 통해 알 수 있고, [Use Your Illusion II]의 “You Could Be Mine”에서는 직접적으로 엘튼 존의 곡 제목(“I’ve Seen That Movie Too”)을 인용하고 있다. 이 음반을 회상할 때 “November Rain”과 “Don’t Cry” 같은 파워 발라드가 먼저 떠오른다는 사실은 결국 그의 의도가 성공했음을 증명한다.

스테디셀러가 늘 그렇듯 음반에는 ‘숨겨진 명곡’들이 많다. 그런 곡들은 로즈의 독재가 빛날 때보다는 멤버들간의(정확히 말하면 스트래들린과의) 긴장이 조화를 이루는 순간에 만들어진 곡이다. 하드코어 펑크에 육박하는 속도로 무지막지하게 내달리는 “Right Next Door to Hell”의 다이내믹한 리프와, 고전적인 아우라마저 풍기는 블루스 록 “Dust N’ Bones”, 평온한 컨트리 “You Ain’t The First”를 듣다보면 스트래들린이 좋은 작곡자이자 기타리스트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앨리스 쿠퍼(Alice Cooper)를 초빙하여 만든 싸이키델릭 “The Garden”과 그에 이어지는 “The Garden of Eden”은 최면에 걸린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음반이 진행될수록 초반의 화려한 소리가 점점 내향적이고 공격적으로 변모한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인데, 이는 ‘록 스타의 자기혐오’에 대한 로즈의 ‘성찰’을 중심으로 진행되며(“Don’t Damn Me”) 실제로 후반부의 곡들은 모두 그의 곡들이다. 로즈의 장광설과 여성혐오가 전면에 드러나면서 대미를 장식하는 건즈 앤 로지스 식 아트 록 “Coma”는 사악한 퀸스라이크(Queensryche) 같다.

전체적으로 음반은 [Use Your Illusion II]보다 다채로우면서도 일관된 울림을 들려준다. 10여 년이 지나 다시 음반을 듣는 지금 ‘▶▶┃’ 버튼을 누르는 곡이 “Live and Let Die”와 “Don’t Cry”, “November Rain” 같은 당대의 히트곡이라는 사실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당시 ‘환장했던’ 곡 또한 이 곡들이었다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건스 앤 로지스를 이야기할 때 (특히 한국에서) 음반의 완성도만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두 번째 음반인 [Use Your Illusion II]를 들으면서 다시 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음반도 길겠다, 천천히 들으면서 놀아보자. 20040330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9/10

수록곡
1. Right Next Door to Hell
2. Dust N’ Bones
3. Live and Let Die
4. Don’t Cry [Original Version] 5. Perfect Crime
6. You Ain’t the First
7. Bad Obsession
8. Back off Bitch
9. Double Talkin’ Jive
10. November Rain
11. The Garden
12. Garden of Eden
13. Don’t Damn Me
14. Bad Apples
15. Dead Horse
16. C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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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The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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