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하는 연말결산, 올해는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스캐터브레인, 영기획, 웨이브가 함께 결산 기사를 준비했다. 이 공동 기획은 각 웹진이 꾸준히 주목해온 영역에 대한 결산 기사를 각자의 관점으로 정리한 것이다. 스캐터브레인은 2013년에 열린 페스티벌들의 라인업을 통해 해외 음악의 동향을 살펴보고, 영기획은 몇 개의 키워드로 2013년 전자음악의 경향을 살펴본다. 웨이브는 2013년 한국 대중음악의 경향을 살핀다. 모쪼록 이런 기획이 독자들의 흥미와 여러모로 정체된 음악 웹진의 활동에 약간의 자극이 되길 바란다. 반응이 나쁘지 않으면 종종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이렇게라도 서로가 자주 얘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따로 또 같이, 해피 뉴 이어! | [weiv] 웨이브: 2013년 한국 음악계 결산 스캐터브레인: 페스티벌 라인업으로 보는 해외 음악계 동향 영기획: 키워드로 보는 한국 전자음악 경향 1. 아이돌 vs 비 아이돌로 재편된 산업 구조 올해 한국 대중음악계는 그 언제보다 산업적 주목을 받은 해였다고 본다. 이변이라고 할 만한 일들도 그 맥락에서 살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조용필의 [Hello] 앨범이 음원과 음반 차트를 올킬했고 싸이의 신곡 “젠틀맨”은 작년의 “강남스타일”에 이어 빌보드 싱글차트 2위를 기록했다. 버스커버스커 역시 새 앨범이 차트에서 화제가 되었고, 무엇보다 올 봄에는 공연이나 방송 출연 같은 이슈가 없었음에도 1년 전의 음악이 차트 상위권에 재진입하기도 했다. 크레용팝은 어떤가. 듣도 보도 못한 이 걸 그룹은 일종의 현상으로까지 자리 잡으며 순식간에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체결해 국제적인 활동의 발판을 마련했다. 엑소는 10여 년 만에 앨범 판매량 100만장의 기록을 달성했고, 지드래곤과 소녀시대는 월드투어를 마쳤다. 최백호 같은 왕년의 어르신이 아이유나 에코브릿지, 재즈뮤지션 말로 등과 함께 작업하며 새삼 주목받은 것도 기억에 담아둬야 할 순간이다. 바야흐로 한국 대중음악은 질적으로 팽창 중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월드투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국제적인 활동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고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일도 그리 낯설지 않게 여겨진다. 해외 언론들, 특히 가디언이나 뉴욕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같은 신뢰도 높은 언론사에서 ‘k-pop’에 대한 기사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학계에서도 대중음악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으며, 동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한국 대중음악의 지위는 상당히 빨리 상승하고 있다는 감도 든다. 그리고 이 모든 흐름은 음반에서 음원으로,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유선 인터넷에서 무선 인터넷으로 변하는 음악 산업과 미디어 플랫폼 환경의 지구적 변화가 중요하게 작동한 결과일 것이다. 무엇보다 올해 한국 대중음악의 변화는 축적된 결과라는 인상이 강하다. 다소 논쟁적일 수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아이돌 중심으로 재편된 한국의 음악 산업 구조 변화는 2007년 무렵의 걸 그룹 경쟁 구도 이후에 가속화되었다고 본다. 그 이후로 한국 아이돌 산업은 제작, 생산, 유통, 판매에 있어 국제적인 구조에 편입되고 있다. SM이나 YG처럼 잘 나가는 회사들 얘기가 아니다. 곡을 수입해 OEM 방식으로 제작하는 경우나, 빅뱅과 인피니트의 ‘월드투어’에 라이브네이션 같은 해외 자본이 개입하는 걸 상기해보자. 심지어 올해 큐브와 FNC는 JYP보다 더 높은 순수익을 얻었다. 유니버설과 소니는 소년공화국과 와썹을 직접 데뷔시켰고, 삼성은 인도네시아 오디션 프로그램 <갤럭시 슈퍼스타>와 우승자의 투어를 후원한다. 태국과 베트남에선 K-POP을 표방한 아이돌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장이 커질수록 조직도 고도화된다. 창의성, 순발력보다 효율성에 민감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A&R(Artist&Repertoire)만큼 HR(Human Resource)도 중요해졌다고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구조적인 변화 덕분에 현재 한국 대중음악의 질적 변화가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조용필과 버스커버스커, 최백호와 아이유 등은 어떤 의미에선 아이돌로 재편된 음악계에서 대중이 선택한 안티테제일 수 있다. 크레용팝은 극단적으로 치열한 걸 그룹 경쟁 구도에서 탄생한 변종이다. 싸이의 성공은 유튜브 중심으로 전환된 국제 음악시장과 한국 아이돌 기획사의 온라인 마케팅 정책과의 접점에서 발생한 우연한 효과다. 엑소의 앨범 100만 장 판매량은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0여 년간 동아시아 시장을 공략한 결과이고, 소녀시대와 지드래곤의 월드투어 역시 영미권의 음악 자본이 지구적 관점에서 동아시아로 시선을 돌린 맥락에서 살필 법하다. 무엇보다 이런 산업적 징후는 앞으로 밴드와 싱어송라이터들이 포진한 인디 씬이나 이적, 윤종신, 유희열 등이 속한 ‘중간계’ 음악(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2. M&A 인수나 합병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올해의 이슈는 SM과 울림 엔터테인먼트의 합병이었다. 정확히 말해 SM C&C의 울림 엔터테인먼트 인수인데, SM C&C는 2012년 9월에 이미 영화배우 장동건, 김하늘 등이 소속된 에이엠이엔티를 흡수 합병했다. 이후 강호동, 신동엽, 김병만, 이수근, 전현무 등을 영입했는데 그 점에서 SM C&C의 울림 엔터테인먼트 인수는 음악적 결합이라기보다는 매니지먼트 중심의 구조 변화로 봐야한다. 중요한 건 이런 변화가 SM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장혁, 김우빈이 소속된 IHQ는 올해 9월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지분 50.01%를 165억 원에 인수했는데,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이미 2010년에 11% 지분을 유니버설 뮤직에 넘기며 글로벌 콘텐츠 유통을 맡겼다. 음악 제작, 매니지먼트, 해외 유통의 균형을 추구하는 구조다. 걸스데이가 소속된 드림티 엔터테인먼트 역시 코스닥 상장사인 웰메이드스타엠에 인수됐다. 배우 이종석, 송새벽, 오연서 등이 소속된 웰메이드스타엠은 드림티의 지분을 100% 인수했고, 주주총회를 통해 예당컴퍼니의 경영권을 확보해 음반사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프로듀서인 신사동호랭이와 인더스트릿을 설립한 것도 인상적이다. 아이유의 소속사인 로엔 엔터테인먼트 역시 씨스타와 케이윌 등이 소속된 스타쉽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는데, SM C&C와 마찬가지로 독립적인 레이블 체제를 유지하는 조건임을 밝힌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이런 M&A의 과정은 모두 음악 산업의 규모 확장에 따른 질적 변화란 맥락에서 봐야 한다. EMI나 유니버설, 소니 엔터테인먼트 등이 80년대 말에 인디 레이블을 흡수, 인수하며 거대 레이블로 성장한 것과 비교해볼 가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점에서 올해 유난했던 JYP의 부진도 살필 필요가 있다. JYP는 이런 변화를 진작부터 실험했지만 주목할 만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이것이 어떤 문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음악 산업의 질적 변화의 시점이 이제야 도래했다고 말하기엔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산업의 전환기는 내부의 갈등 혹은 한계를 합리적으로 봉합해 생존하려는 노력으로부터 발생한다. 한국의 음악 산업은 이미 ‘인터내셔널’한 영역으로 진입했고 수익모델도 거기서 나온다. 이런 지구적인 관점은 앞으로의 변화들을 살피는 데 기본이 될 수밖에 없다. 3. 저작권과 음원 사업 저작권과 관련한 이슈도 컸다. 작년 대선 즈음 불거진 ‘음원시장 정상화’ 논의는 확대와 분쟁을 겪으며 올 연말에 어느 정도 봉합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음악저작권 복수신탁단체 도입이 논란을 거쳐 복수단체 지정으로 확정된 것이 일단의 변화다. 문화부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함께 대한음악저작인연합회가 복수신탁단체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인가했고, 내년 6월부터는 창작자가 음악 저작권 관리 주체를 선택해 맡길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런 경쟁 구도로 인한 서비스의 향상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관련 법규의 개정이 필수적이다.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도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리해서 살필 필요가 있다. 기준점은 ‘음원의 공급가격’, ‘디지털 음원 사용료 징수규정’ , 그리고 ‘수익의 배분’이다. 일단 음원의 공급가격 정상화는 곡별로 스트리밍 서비스와 다운로드 서비스에 공급가를 책정하는 음원 종량제의 도입으로 일단 정리되었다. 올해 개정된 ‘디지털 음원 사용료 징수규정’은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데, 개정안에 따르면 노래를 부른 가수는 다운로드(곡당 25원에서 36원), 스트리밍(매출액의 2.5%에서 6%)을 통해 소폭 인상된 몫을 받게 된다. 작사·작곡가는 다운로드(곡당 45원에서 60원). 스트리밍(매출액의 5%에서 10%), 제작자는 다운로드(곡당 200원에서 264원). 스트리밍(매출액의 35%에서 44%)을 가져간다. 서비스 사업자의 경우엔 무제한 정액제가 폐지되는 대신 이용료를 올리고 수익을 60% 이상에서 40%로 낮추는 것으로 조정됐다. 정액제-종량제의 논의에서 미흡하지만 중요한 성과는 ‘홀드백 제도’의 도입이다. 음원제작자의 선택에 따라 일정 기간 음원을 월정액 묶음 상품에 적용하지 않는 권리다. 그럼에도 원론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이런저런 개정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사업자는 수익의 40%를 보장받는다. 음원의 가격을 상승해도 요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더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음악 생산과 관계없는 서비스 사업자라는 구도 역시 바뀌지 않는다. 이 문제는 여전히 논쟁적으로 남아 있다. 한편 유무선 인터넷에 기반한 음악 서비스 사업이 늘어나는 것은 좀 더 세심한 관점을 요구한다. 올해는 멜론, 벅스, 네이버, 현대카드 뮤직 외에 삼성뮤직이 런칭했고, CJ헬로비전은 광랜 인터넷서비스에 전자책과 음원 서비스 등을 결합한 ‘컬처인터넷’ 상품을 출시했다. 삼성뮤직에는 소리바다가, CJ헬로비전에는 엠넷이 음원을 제공한다. 음악 서비스의 확장은 플랫폼의 확장과 같은 맥락에 있다. 음원 가격이 고정된 상태에서 생산자와 공급자들은 더 많은 플랫폼을 찾아야 하고, 플랫폼 사업자들은 회원 확보와 확장을 위해 더 많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기획해야 하는 필요가 서로 맞물리는 것이다. 한편 조만간 한국에 진입하거나, 한국 시장 진입 가능성이 높은 해외 유통 플랫폼들도 이런 변화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아마존은 2014년에 한국에 진입한다는 사실을 확정했고 아이튠즈나 스포티파이, 구글뮤직 등은 매년 그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 음악 시장은 세계 12위의 규모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주목도가 높아진 곳이라는 점도 이런 관점에 기여한다. 삼성뮤직에 음원을 제공하는 소리바다가 2013년 12월에 구글 뮤직과 스포티파이 모두와 음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도 시사적이다. 저 서비스들의 한국 진출과 연관은 없다고 해도 음원 시장의 확대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게 볼 필요가 있다. 삼성이 미국에서 음악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힌 것이나, 위팝(http://www.wepop.co.kr)과 같은 매장 전용 음악 서비스가 등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할 것이다. 저작권 이슈가 중요해지는 와중에 저작권법 개정 작업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난 수년간 디지털 음원 사용에 대한 논란은 사용자를 법적으로 규제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쪽으로 유지되었다. 저작권법 개정안은 이에 대한 분쟁의 소지를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진행 중이다. 개정안은 현행법상 판매용 음반에 대한 정의에 디지털음원을 포함시켜 저작권 징수 체계를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저작권법의 비친고죄 규정에 관한 수정안도 준비 중이다. 일부 로펌 등이 비친고죄 규정을 악용해 고소와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마련되었다. 주체가 법인인 경우에는 친고죄로 고소 요건을 엄격히 하고, 개인이 저작권자인 경우에만 비친고죄로 적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법안들은 2014년 초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에 따라 저작권법 적용과 일반적인 사용 범위가 어느 정도 접점을 찾으리라 기대된다. 4. 홍대 안 vs 밖 홍대를 근거지로 삼은 인디 씬의 이슈는 홍대 밖으로 나가는 일이었다. 수년 동안 내부에서 여러 프로젝트들이 준비되거나 시도되었는데, 그중 가장 대중적인 것이 [GET(Great Escape Tour) 인 제주]일 것이다. 올해는 그 연장으로 [제트 페스트(Jeju Experience Tour &Festival)]가 열렸다. 행사의 주최측인 ㈜제주바람은 박은석 평론가, 부스레코드의 부세현 대표, 붕가붕가레이블의 고건혁 대표가 설립한 기획집단이고, 홍대 밖에서 열린 대규모의 공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편 이 행사는 문화와 여가를 복합적으로 고민한 기획이라는 점에서 ‘인디 음악’이 현재 어떻게 소비되는지 생각해볼 만한 지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사실 2000년 이후 서울의 여러 장소에서 ‘음악 씬’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은 꾸준히 있었다. ‘홍대 앞을 나가자!’는 구호로 정리할 만한 이런 움직임은 붕가붕가 레코드가 종종 사용한 ‘쑥고개 씬’이나 한예종 중심의 기획자들이 사용하던 ‘돌곶이 씬’으로 호명되기도 했고, 문래동에 ‘로라이즈’ 같은 공간이 생겼던 것에도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그 점에서 봉천동에 오픈한 라이브 클럽 ‘사운드마인드’도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운드마인드는 밴드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과 해일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그 지인들이 투자자 형식으로 뭉친 공간으로, 나는 이게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보고 관심을 기울일 필요도 있다고 본다. 일단 봉천동에 존재하는 몇 개의 음악 공간들이 최근 기획 공연을 연속해서 진행하거나 공연이 가능한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등의 동시적 변화의 조짐 때문이다. 그리고 신림역 앞이라는 유흥가와 인접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낮아 임대료가 저렴하다. 그리고 이게 중요한데, 서울대에서 활동하는 밴드나 동아리 등을 꾸준히 섭외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대의 음악 동아리나 소모임이 꽤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음악적 인프라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밴드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 외에도 그 지역에서 시작하는 어떤 흐름이 생길 여지가 있다고 본다. 요컨대 거기서만 볼 수 있는 공연이라는 게 가능하리라는 점에서 사운드마인드는 일단 관심을 자극한다. 5. 이효리와 이상순, 그리고 윤영배 의외로, 나는 올해 이효리의 변화에 대해 주목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효리는 여전히 가십의 대상으로 다뤄지지만, [모노크롬]은 그가 어떤 전환점을 지나고 있음을 보여준 앨범이었다. 지난 앨범에서부터 이효리는 프로듀서의 역할을 지향해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앨범은 그에 대한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김태춘의 블루스를 앨범에 넣는 모험을 강행하고 아이돌 팝과 같은 빠른 댄스곡 대신 미니멀한 “미스 코리아”를 타이틀로 삼으며 “미스 코리아”와 [이야기해주세요]의 두번째 앨범에 수록된 “날 잊지 말아요”, 그리고 스피카의 “내가 미친년이야” 등을 작사작곡하는 것까지, 올해 이효리가 보여준 음악적 지향은 그녀가 싱어/송라이터와 프로듀서를 동시에 지향하며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리고 여기엔 이상순과 윤영배를 중심으로 한 푸른곰팡이의 커뮤니티가 관계된다. [모노크롬]에는 조동희, 이규호가 참여했고 윤영배는 이상순과의 신혼여행에 동행할 정도로 이효리와 친분이 두텁다. 방송에서도 윤영배를 ‘멘토’로 지목할 만큼 음악적 영향력을 크게 받았다고 밝히는 바, 앞으로의 이효리는 음악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어쩌면 이제까지 한국에 없던 포지션을 차지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걸 굳이 성장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지금 이효리의 성과는 이전의 삶의 축적에 의한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녀는 분명히 어떤 지점을 지나가고 있다. 실제 삶의 한 부분과 자기 표현의 영역이 점차 교차하고 있다. 어떤 세계관이 그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 결과적으로 이효리는 어쨌든 중요한 롤모델이 될 것이다. 메이저의 제작 시스템에 속해 있으면서도 자기 결정권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효리의 주체성과 성과는 기존 가요계에 어떤 영감을 던질 만하다. 나는 그다음에 벌어질 일들이 궁금하다. | 차우진 nar75@naver.com [웨이브+스캐터브레인+영기획 연말결산 공동 기획] 웨이브: 2013년 한국 음악계 결산 스캐터브레인: 페스티벌 라인업으로 보는 해외 음악계 동향 영기획: 키워드로 보는 한국 전자음악 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