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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s N’ Roses – G N’ R Lies – Geffen, 1989

 

 

[Appetite For Destruction](1987)이 정상의 위치에 있던 1988년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는 두 장의 미니 음반을 합친 형태의 비정규 음반 [G N’ R Lies]를 내놓았다. [G N’ R Lies]는 건스 앤 로지스에게 정규음반이 아니면서도 그에 못지 않은 인기와 판매고(미국에선 [Appetite For Destruction]과 나란히 차트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논란거리를 가져다주었다. 우리나라에선 커피 CF에 배경음악으로 “Patience”가 쓰이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았던 음반이기도 하다. 음반의 구성은 1986년의 라이브를 담은 [Live ?!*@ Like A Suicide]와 1988년 녹음된 어쿠스틱 네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당시 모 잡지에서 “미국 서해안의 클럽을 휩쓸던(?) 시절의 생생한 실황”이라고 소개했던 전반부는 Geffen과 계약을 맺고 메이저 데뷔를 준비하던 중 자체 레이블인 Uzi Suicide에서 10000장 한정 발매한 EP [Live ?!*@ Like A Suicide]를 옮겨온 것이다. 처음 발매되었던 1986년, 단 4주만에 매진된 바 있는 [Live ?!*@ Like A Suicide]에는 스튜디오 녹음으로 공개되지 않았던 세 곡의 자작곡과 에어로스미스(Aerosmith)의 “Mama Kin”이 담겨있다. 전반적으로 연주 잘하는 클럽 밴드 이상의 그 무엇을 찾기 힘든 하드 로큰롤이지만 이지 스트래들린(Izzy Stradlin’) 특유의 쫄깃쫄깃한 리듬 커팅은 이 시절부터 이미 자리 잡고 있었음이 느껴진다. 네 곡의 라이브에는 [Appetite For Destruction]에서 느낄 수 있던 활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저음과 고음을 모두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음반 후반부에 비해 1986년의 액슬 로즈(W. Axl Rose)는 철저히 질러대는 모습만을 보여준다. 당시 음악 좀 듣는다며 폼재고 다니던 아이들 사이에는 이런 얘기가 떠돌았다. “건스 앤 로지스가 물만 먹으면서 고생할 때도 액슬 로즈는 저음 내려고 꿀을 먹으며 연습했대.” 사실이건 아니건 1986년 액슬의 모습에는 완급의 조절 없이 있는 대로 “강함”에만 집착하는(이후로도 기본적인 차이는 없지만) 치기어린 모습이 느껴진다. LP시절 앞면에 해당하는 [Live ?!*@ Like A Suicide] 속에 담긴 건스 앤 로지스는 아직 정돈되지 못한 에너지가 산발적으로 폭발해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흥겨운 연주 속에는 [Appetite For Destruction]에서 만날 수 있는 강박적이고 때론 섬뜩한 ‘그 무엇’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하드 부기 밴드다운 면모를 강하게 풍기는 “Mama Kin”으로 [Live ?!*@ Like A Suicide]가 마무리되면 액슬의 휘파람 소리와 함께 흐르는 “Patience”로 음반의 후반부가 시작된다. 당시 L.A. 메틀의 음반에는 구색 맞추기처럼 어쿠스틱 러브송이 등장하곤 했지만 테슬라(Tesla)가 어쿠스틱 라이브 음반을 들고 나오기 전까지 헤비 메틀로 분류되는 밴드가 음반의 한 면을 완전히 어쿠스틱으로 채우는 것(그것도 어깨가 들썩거리는 로큰롤)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건스 앤 로지스는 모험을 감행했고, 결과는 1라운드 KO승이었다. 처연한 휘파람의 “Patience”는 서막에 불과했다. “Used to Love Her”, “You’re Crazy”, “One in a Million”의 세 곡은 밴드의 음악적 뿌리가 무엇인지, 어디로 나아가고자 하는지를 제대로 시사해주고 있었다. “한 때 그녀를 사랑했지 / 그러나 난 그녀를 죽여야 했어…… 묻어버렸어”를 외치는 블루스 “Used to Love Her”는 건스 앤 로지스의 문제아 정서와 블루스/아메리칸 하드 록이라는 음악적 뿌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Appetite For Destruction]에도 수록되었던 “You’re Crazy”에서 액슬은 어쿠스틱 연주만큼이나 여유 있는 모습과 함께 더욱 분노에 서린 목소리를 들려준다. 가볍게 디스토션이 걸린 기타가 첨가된 폭풍의 중심에 있는 곡, “One in a Million”은 음악적으로 볼 때 뭔가 시도하려다만 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액슬 로즈는 텁텁한 어쿠스틱과 날렵한 일렉트릭 연주가 뒤섞인 음악을 꿈꿨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곡이 정작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이유는 음악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흑인의 피를 받은 슬래쉬(Slash)가 떡하니 기타를 잡고 있는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가사에는 이민자와 동성애자 등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적이고 멸시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기 때문이다. “난 이민 온 녀석들과 호모들을 이해할 수 없어 / 우리나라에 들어온 주제에 지들 편의대로 행동하잖아”

음악적인 문제이건, 가사가 일으킨 비난 때문이건 간에 액슬 자신도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사과한다”며 이 곡 자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음악 외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One in a Million”(과 음반 후반부 네 곡)에 뿌리를 대고 있는 음악적 기운은 [Use Your Illusion](1991)에 이르러 어쿠스틱과 일렉트릭, 강함과 부드러움, 고색창연함과 새로움이 절충하는 수많은 명곡까지 가지를 뻗고 있다.

지금 들어보면 너무 익숙해서 반갑기만 한 옛 기억 속의 노래들일 뿐이다. 하지만 당시로선 헤비 메틀의 마지막 불꽃이 타오르던 시절, 하드 록 내부에 존재하는 요소들을 새롭게 다듬어 음악적 폭을 넓혀보려 시도한 흥미 있는 음반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Appetite For Destruction]의 성공에 힘입어 급조된 듯한 인상을 지울 순 없지만… 재치 있으면서도 뭔가 심각하게 비뚤어진 심기가 느껴지는 악곡, 가사, 그리고 커버까지 이 음반은 절대로 명반이나 음악적 성공을 지향한 것이 아님이 느껴진다. 그저 1988년에 건스 앤 로지스의 멤버들이 얼마나 막가파로 사는지, 어떻게 음악을 즐겼는지 보여줄 뿐이다. 어쨌건 가사 청취가 거의 불가능한 필자에게 [G N’ R Lies]는 언제 들어도 즐거운 음반이다. 즐겨라! 이것이야말로 로큰롤의 절대 명제 아니겠는가. 20040422 | 조일동 heavyjoe@hanmail.net

6/10

수록곡
1. Reckless Life
2. Nice Boys
3. Move to the City
4. Mama Kin
5. Patience
6. Used to Love Her
7. You’re Crazy
8. One in a Mil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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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Patience”

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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