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29103016-mrairplanemanMr. Airplane Man – C’mon DJ – Sympathy for the Record Industry, 2004

 

 

짜깁기 거라지 록의 ‘요상한’ 매력

보스턴(Boston) 출신의 미스터 에어플레인 맨(Mr. Airplane Man)은 여성 2인조라는 독특한 편성의 네오 거라지 록 밴드이다. 기타와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마거릿 가레트(Margaret Garrett)와 드럼과 퍼커션을 맡고 있는 타라 맥마너스(Tara McManus)는 술집과 길거리 공연을 전전하다 제프리 에번스(Jeffrey Evans)의 눈에 띄어 네오 거라지 록의 대표 레이블 심퍼씨 포 더 레코드 인더스트리(Sympathy for the Record Industry)에 입성하게 된다(그는 다름 아닌 화이트 스트라이프스(The White Stripes)도 이 레이블에 소개해준 인물이다). 2001년에 발표된 데뷔 앨범 [Red Lite]는 아직까지 아마추어 티가 가시지 않은 연주와 부틀렉 레코딩이라 해도 무방한 그야말로 조야하고 질 낮은 로-파이 사운드를 구사했는데, 이듬해 내놓은 [Moanin’]에 와서야 진득한 거라지 블루스와 펑크의 공격성을 배합함으로써 음악적 형식미를 갖추기 시작한다. 소형 마이크로 녹음한 것 같이 잘 들리지도 않던 데뷔 앨범 수록곡의 리믹스 버전이자 [C’mon DJ]에서 가장 거칠고 다이내믹한 “Red Light”을 들어보면 이들이 듣고 있기 민망한 습작 로큰롤을 벗어나 농밀한 사운드 텍스처를 만드는 방법을 깨달아 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일단 이 앨범은 귀에 잘 감기는 괜찮은 거라지 펑크 곡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대로 만족스럽긴 하다. 그러나 평가하기에 난감한 것은 커버 곡이 지나치게 많고 자작곡인 경우에도 무언가 모방한 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는 점이다. 먼저 이전 두 앨범과 마찬가지로 다수 수록된 커버 곡들은 창작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 같긴 하지만 색다른 해석으로 커버 곡 특유의 흥미를 자아내는 것도 사실이다. 원조 거라지 로큰롤 밴드의 하나인 웨일러스(The Wailers)의 “Hang Up”, 1960년대를 풍미한 네덜란드 출신의 싸이키델릭 록 밴드 아웃사이더스(The Outsiders)의 “Sun Going Down”, 마마스 앤 파파스(The Mamas & the Papas)의 하모니를 연상시키는 상큼한 듀엣 송으로 변형된 트래디셔널 블루스 넘버 “Travelin'”, 시카고 블루스의 전설 하울링 울프(Howlin’ Wolf)의 “Ask for Water” 등 4곡의 커버 곡은 낯선 선곡이지만 이들의 고전 위주의 음악적 취향과 진지한 태도를 간파하기에 충분하다.

전반적으로 이들의 연주는 미시시피 델타 블루스와 걸 펑크 스타일의 조합이지만 단순한 팝송에 대한 동경을 꼭 틀어쥐고 있는 듯하다. 보컬인 마거릿 가레트는 소닉 유쓰(Sonic Youth)의 킴 고든(Kim Gordon)이나 거라지 록 씬의 우먼파워를 대표했던 쓰리 헤드코티스(Thee Headcoatees)의 멤버이자 같은 레이블 소속인 홀리 고라이트리(Holly Golightly)로부터의 영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한편, 몇몇 자작곡들을 듣다보면 흥겹게 발을 구르다가 점차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Don’t Know Why”의 경우 기타의 질감은 역시 거칠지만 발랄한 리듬감과 팝적 선율이 돋보이는 곡인데, 패티 스미쓰(Patti Smith)의 “Dancing Barefoot”과 전반적인 곡조와 일부 가사가 흡사한데다 너바나(Nirvana)의 “About a Girl”의 기타 리프까지 떠올리게 만들면서 심기가 불편해진다. 유일한 발라드 곡 “How Long”도 많은 해외 리뷰에서 지적하듯 메이지 스타(Mazzy Star)의 몽환적인 발라드 “Fade Into You”의 투박한 거라지 블루스 버전이라 할만큼 닮아 있다.

[C’mon DJ]는 표절(plagiarism)이라고까지 하기는 어렵지만, 의도했든 아니든 묘한 짜깁기 냄새가 풍긴다는 점에서 독창적이거나 정직한 앨범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전(前) 세대 거라지 록의 창조적 계승과 나이브한 답습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수많은 밴드들 가운데 미스터 에어플레인 맨만이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야하는 것은 아닐 테고, 그들 3류 블루스 추종자들에게 결여되어 있는 팝적인 훅과 멜로디를 지녔다는 점에서 차별대우를 해주고도 싶다. 그러나 원초적이고 진득한 사운드의 미덕에도 불구하고 혁신의 노력이 부족한 네오 거라지 록 진영의 한계를 고스란히 떠 안고 있다는 점에서 야박한 평가는 피할 길이 없을 것 같다. 20040327 | 장육 jyook@hitel.net

5/10

수록곡
1. C’mon DJ
2. Don’t Know How to Love
3. Don’t Know Why
4. Wait for Your Love
5. Fallen
6. How Long
7. Hang Up
8. Make You Mine
9. Sun Going Down
10. Travelin’
11. Red Light
12. Ask for Water
13. Lonesome Road

관련 사이트
Mr. Airplane Man 공식 사이트
http://www.airplaneman.com
Sympathy for the Record Industry 공식 사이트
http://www.sympathyrecor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