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cksilver Messenger Service – Quicksilver Messenger Service – Capitol/Edsel, 1968/2000 샌프란시스코 싸이키델릭 록의 전형 1960년대 말을 풍미한 싸이키델릭 록의 성지는 샌프란시스코의 헤이트와 애쉬버리다. 흔히 헤이트-애쉬버리라고 불리는 이곳은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 모비 그레이프(Moby Grape), 컨트리 조 & 더 피시(Country Joe & The Fish), 빅 브라더 & 더 홀딩 컴퍼니(Big Brother & The Holding Company) 등 한 시대를 호령한 싸이키델릭 밴드들의 요람이었다. 퀵실버 메신저 서비스(Quicksilver Messenger Service)는 제퍼슨 에어플레인과 그레이트풀 데드에 이어 헤이트 애쉬버리의 No.3로 꼽힐 수 있는 밴드다. 당시 이곳에서 활약한 수많은 그룹들 중 퀵실버 메신저 서비스 만큼 지명도와 음악 양면에서 No.3라는 표현에 잘 어울리는 밴드도 드물다. 이들의 음악은 포크 록 취향의 제퍼슨 에어플레인과 잼 밴드 성향의 그레이트풀 데드 사이의 중간 지점 쯤에 위치한 음악이다. 위에서 언급된 다른 그룹들이 자기들만의 개성을 앞세운 독특한 음악을 주로 들려준 것에 비해 퀵실버 메신저 서비스의 음악은 상대적으로 익명적이고 장르의 규범에 좀더 충실하다. 퀵실버 메신저 서비스의 음악적 특성은 포크 싱어 송라이터와 잼 성향 연주자들의 결합이라는 그룹의 성격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룹의 창립자 디노 발렌티(Dino Valente)는 1960년대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포크 씬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구가하던 싱어 송라이터다. 영 블러즈(Young Bloods)의 히트곡 “Get Together”의 작곡자로 한창 명성을 떨치던 그가 자신의 밴드를 결성한 것은 당시로서는 흥행의 보증수표와도 같은 것이었다(그는 일각에서 “Hey Joe”의 작곡자로도 알려져 있는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가 이 곡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는 1994년에 사망할 때까지 이 곡에서 발생한 인세를 꼬박꼬박 챙겼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1965년에 그룹이 결성되자 마자 마약 소지 혐의로 경찰에 구속 수감되었고 졸지에 작곡가 겸 보컬리스트를 잃은 나머지 멤버들은 이후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잼 밴드로 활동하면서 밑바닥부터 명성을 쌓아 나갔다. 데뷔 3년만에 어렵게 발표된 데뷔 앨범 [Quicksilver Messenger Service]는 바로 이러한 고난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Quicksilver Messenger Service]는 이들이 지닌 음악적 양면성을 극명하게 반영하는 앨범이다. 이들은 영어의 몸이 된 창립자의 유지를 받들어 앨범의 절반을 포크 성향의 싸이키델릭 록으로 채우고 나머지 절반에서는 자신들이 지닌 잼 밴드로서의 본성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잼 밴드로서 이들의 면모가 가장 잘 나타나는 트랙은 각각 7분과 12분에 달하는 대곡 “Gold & Silver”와 “The Fool”이다. 멤버 전원이 즉흥연주에 가담하면서 예측불허의 음악을 전개하는 그레이트풀 데드에 비해 퀵실버 메신저 서비스는 안정된 리듬과 잘 짜여진 구조를 중시하는 다소 보수적인 스타일의 연주를 들려준다. 이들의 연주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이들이 자랑하는 존 시폴리나(John Cipollina)와 개리 덩컨(Gary Duncan)의 ‘쌍기타’ 인터플레이다. 기교적으로 출중하면서도 거라지 록의 느슨하고 조야한 느낌을 동시에 간직한 이들의 연주는 히피 밴드 특유의 자연스러움과 계산되지 않은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의 “Take Five”를 토대로 한 “Gold & Silver”는 이 앨범의 유일한 연주곡이다. 그런데 아마 “Take Five”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곡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게 될 지도 모른다. 원곡의 5/4박자를 6/8박자로 바꾼 리듬은 다소 평범하게 들리고 개리 덩컨의 솔로 역시 그리 인상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존 시폴리나의 날카로운 톤과 죽이는 비브라토 그리고 창조적인 프레이징은 이 곡을 매우 들을 만한 곡으로 격상시킨다(참고로 왼쪽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개리 덩컨의 연주고 오른쪽이 존 시폴리나의 연주다). 존 시폴리나의 활약은 프로그레시브 록 성향의 대곡 “The Fool”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특히 5분 여가 경과한 시점에서 등장하는 ‘방울뱀 소리’와 박진감 넘치는 와와 기타 솔로는 이 곡의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을 형성한다. 디노 발렌티의 유고로 인해 갑자기 보컬 권한대행을 맡게 된 베이시스트 데이빗 프라이버그(David Freiberg)는 몇몇 고음부에서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을 노출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한 보컬을 들려준다. 잼 밴드의 아킬레스 건은 언제나 송라이팅이다. 하긴 좋은 송라이터가 있다면 굳이 잼 밴드로 나설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들의 송라이팅 능력은 즉흥 연주 위주의 두 곡을 뺀 나머지 곡들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포크/컨트리/블루스 풍의 소품 4곡(“The Fool”의 멜로디도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이 곡은 애당초 노래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다) 중 멤버들이 직접 만든 곡은 빈약한 싸이키델릭 발라드 “Light Your Windows” 하나에 불과하다. 나머지 곡들은 해밀턴 캠프(Hamilton Camp), 디노 발렌티, 닉 그래베니츠(Nick Gravenites) 등 철저히 외부인들의 작품 일색이다(디노 발렌티는 오리지널 멤버고 닉 그래베니츠는 앨범의 프로듀서라는 점에서 완전한 외부인으로 간주하기는 좀 어렵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결과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증폭된 싸이키델릭 록 사운드의 가세로 활기차면서도 장엄한 송가로 탈바꿈된 해밀턴 캠프 작곡의 가스펠 포크 “Pride Of Man”은 비단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일 뿐만 아니라 퀵실버 메신저 서비스가 남긴 최고의 노래이기도 하다. 디노 발렌티가 만든 “Dino’s Song”은 컨트리 색채가 가미된 포크 록 넘버로 다소 옛 티는 나지만 그래도 충분히 즐길 만한 트랙이다. 닉 그래베니츠의 “It’s Been Too Long”은 그가 재적했던 그룹 일렉트릭 플랙(The Electric Flag)을 연상케 하는 수준급의 블루스 록이다. 앨범 하나를 만들기 위해 이처럼 여기저기 손을 벌려야 하는 이들의 처지를 감안할 때 후속 앨범 [Happy Trails]가 본격 라이브 잼 앨범으로 만들어진 사실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디노 발렌티가 빠진 상황에서 이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어차피 라이브에서의 신들린 즉흥 연주가 아니던가? 이 점에서 [Happy Trails]가 퀵실버 메신저 서비스 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간주되는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골수 팬이 아닌 이상 이 앨범을 끝까지 참고 들을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보 디들리(Bo Diddley)의 “Who Do You Love”에 기반한 25분짜리 잼? 구미가 당기는가? 이런 점에서 이들의 데뷔 앨범 [Quicksilver Messenger Service]는 이들의 음악에 관심은 있으되 그다지 위험부담을 지고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다. 비록 듣는 이의 인생을 바꿀 만한 명작은 아니지만 이들 전성기의 연주 실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잼 세션과 수준급의 소품들을 고루 수록한 이 앨범은 샌프란시스코 싸이키델릭 록의 전형을 제시하는 것으로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20040315 | 이기웅 keewlee@hotmail.com 6/10 수록곡 1. Pride Of Man 2. Light Your Windows 3. Dino’s Song 4. Gold And Silver 5. It’s Been Too Long 6. The Fool 관련 사이트 Quicksilver Messenger Service 비공식 사이트 http://www.penncen.com/quicksil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