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rtney Love – America\’s Sweetheart – EMI, 2004 생존자로서의 안간힘 커트니 러브(Courtney Love)가 홀(Hole)을 해체하고 린다 페리(Linda Perry: 前 포 넌 블론즈(4 Non Blondes)의 보컬로 밴드 해체 이후 핑크(Pink)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의 음반에 참여하여 명성을 얻고 있는 여성)를 작곡 파트너로 맞이하여 솔로 데뷔작 [America’s Sweetheart](2004)를 제작할 것이라는 소식은 상당한 의구심을 품게 만들 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음반이 발매된 시점에서 안도하게 되는 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린다 페리가 커트니 러브를 핑크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같은 마음껏 손댈 수 있는 가수로 취급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는 점이며, 나머지 하나는 무슨 말을 듣던 간에 커트니 러브가 그리 녹록치는 않은 대단한 ‘관록’의 싱어라는 점이다(사실 사전 지식 없이 음반을 들었을 때 린다 페리의 존재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록은 죽었다’고 얘기되는 시대에 ‘모노 사운드의 바이닐(vinyl) 판’으로 대변되는 ‘록의 황금기’에 대한 향수를 노래한 첫 싱글 “Mono”부터 실로 대단한 커트니 러브의 관록을 접할 수 있다. 디스토션을 잔뜩 건 직선적인 기타리프와 술주정을 늘어놓듯 질질 끌어대는 허스키한 보컬이 어우러지는 “Mono”와 “But Julian, I’m A Little Bit Older Than You”, “All The Drugs” 등에서 커트니 러브는 홀의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 [Celebrity Skin](1998)에서 뒷전으로 밀어놓았던 펑크의 공격성을 다시금 전면으로 불러들인다([Celebrity Skin]의 “Awful”에서 “한때는 펑크가 완벽했지만, 이제는 끔찍할 뿐이야”라던 심경에 무슨 변화가 생긴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3분 안팎의 짧은 곡들에서 그녀는 단조롭지만 강렬한 훅의 펑크 팝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런 곡들이 핑크 유의 ‘punk-trash’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커트니 러브가 바로 자신이 출발했던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을 향해 “입 닥쳐”라고 말하는(“Zeplin Song”)) 그 지점에 서서 노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America’s Sweetheart]가 커트니 러브의 ‘인디 시절’로의 회귀를 보여주는 음반은 결코 아니다. “Hold On To Me”나 “Sunset Strip”, (엘튼 존(Elton John)의 작사가인 버니 토핀(Bernie Taupin)이 공동 작사한) “Uncool” 등의 차분한 트랙들은 ‘팝송’으로서 훌륭한 자질은 갖춘 곡들이며, 침잠하다 한 순간 폭발하는 커트니 러브의 메마른 목소리는 “난 더럽고 어두운 거리로부터 여기까지 왔어 / 아무도 날 보호해 줄 사람은 없지 / 이 악몽들을 쫓아버리기 위해 / 반짝여야 해 / 빛나야만 해”(“Sunset Strip”)라는 가사와 맞물리며 그녀의 삶의 궤적을 따라잡는다. 록스타로서의 화려한 인생과 그 이면의 회한에 대해 노래하는 커트니 러브의 목소리는 그녀의 현재 상황과 겹쳐지며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고 절박하게 다가온다. 그런 맥락에서 음반의 단순하지만 과시적인 기타 사운드 또한 때때로 공허함을 동반하며, 갈라지고 쥐어 짜내는 커트니 러브의 보컬은 이런 감상을 끊임없이 증폭시킨다. [America’s Sweetheart]는 (이제는 더 이상 언급하기조차 진부한 커트 코베인(Kurt Cobain)과의 관계에서든, 메인스트림에 의해 집어삼켜진 얼터너티브 씬 내부에서든) ‘생존자’로 남겨진 커트니 러브의 ‘선택’에 대한 음반이다. ‘미국의 연인’이라는 음반 명을 ‘타협’으로 받아들이던 ‘위악’으로 받아들이던 간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다짐과 “난 내가 내일을 보지 못하리란 사실을 알고 있어”라는 자조가 엇갈리는 [America’s Sweetheart]는 추악한 쇼 비즈니스계의 밑바닥을 핥고 돌아온 커트니 러브의 ‘현재 모습’을 가장 솔직한 방식으로 까발린 음반이다. 혹자에겐 “I’ll Do Anything”과 “Hello”가 “Smells Like Teen Spirit”으로부터 기타 리프와 가사파트(와 멜로디)를 빌려왔다는 사실이 용서할 수 없는 범죄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는 어쩌면 생존자로서 그녀가 지고 나가야 할 숙명일지도 모른다. 커트니 러브가 더 이상 인디 씬의 ‘순수함’을 간직한 마녀(혹은 창녀)는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자신의 현 상황에 솔직한 송라이터인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아직까진 나의 커트니 러브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일 수 없게 만드는 이유이다. 20040302 | 김태서 uralalah@paran.com 7/10 수록곡 1. Mono 2. But Julian, I’m A Little Bit Older Than You 3. Hold On To Me 4. Sunset Strip 5. All The Drugs 6. Already Golden 7. I’ll Do Anything 8. Uncool 9. Life Despite God 10. Hello 11. Zeplin Song 12. Never Gonna Be The Same 관련 글 Hole [Pretty On The Inside] 리뷰 – vol.6/no.8 [20040416] Hole [Live Through This] 리뷰 – vol.6/no.8 [20040416] Hole [Celebrity Skin] 리뷰 – vol.6/no.8 [20040416] 관련 영상 “Hold On To Me” ([The Letterman Show] 중) 관련 사이트 Courtney Love 공식 사이트 http://www.courtneyl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