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연의 제목은 역설적이다. 왜냐하면 ‘베를린에서 온 새로운 음악’이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내한한 바바라 모르겐슈테른(Barbara Morgenstern)과 막시밀리안 헤커(Maximilian Hecker)의 음악을 ‘새롭다’라 부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가장 완곡한 의미에서의 ‘못 들어본 음악’이라면 모를까). 하지만 동시에, 이 공연의 제목은 또한 적절하다. 크라우트록과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와 같은 ‘견고하고 묵직하며 난해한 음악’의 산실 정도로 알려져 있는 독일의 ‘부드럽고 멜랑콜리한 팝 음악’이라는 점에서는 그렇다. 그리고 아마 이 공연은 제목의 이 두 가지 의미를 충실히 채운 듯 하다. 음악과 관객수로. 예정시간보다 15분 늦게 시작한 공연의 첫 뮤지션은 바바라 모르겐슈테른. 고백컨대 이 공연 전에 그녀의 음악을 들어본 적은 없었다. 뒤늦게 구해 들은 [Nicht Muss](2003)은 유럽 팝 특유의 단조롭지만 감상적인 멜로디 라인 주변을 앰비언트의 터치로 장식한 소리들을 담고 있었는데(디엔텔(Dntel)의 리믹스 작업에도 참여한 경력이 있었던 만큼 몇몇 곡에서는 글리치(glich)식의 접근법도 엿보였다) 좀 더 무겁긴 하지만 다가서기 쉬운 랄리 푸나(Lali Puna)라고 하면 적절한 설명이 될까. 노트북과 키보드, 그리고 기타 연주자와 드러머를 대동하고 간편한 복장으로 나온 그녀는 ‘관객들의 사진을 찍고 싶다’며 카메라를 들고 ‘킴치’라고 외치면서 다소 딱딱했던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준 뒤 “Nichts und Niemand”를 노래하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소리를 컴퓨터로 처리한 음반과는 달리 공연에서는 실제 악기의 연주가 만만치 않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전공이 재즈인 듯한 세션 드러머의 정확하고 날카로운 박자감각은 인상적이었다. 관객들이 낯선 노래들에 슬슬 감응하기 시작할 무렵, 그녀는 뒤로 묶은 머리를 풀고 몸을 흔들며 분위기를 돋구었고 관객들은 박수와 웃음으로 그에 화답했다. 사이키델릭한 접근법이 두드러졌던 “Das Work”와 마지막을 장식한 대곡(인 동시에 최근 음반의 타이틀)인 “Nicht Muss”는 멋진 마무리였다. 그리고 무대 정리와 세팅. ‘언제 나오냐’는 수군거림이 커지려는데 관객석 앞쪽에서 낮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헤커의 세션맨들이 무대에 실루엣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잠시 뒤 하얀 와이셔츠를 단정히 차려입은 껑충한 키의 창백한 미남이 기타를 메고 등장하자 고음역대의 비명과 박수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울려퍼졌다. 그리고 “Sunburn Days”의 낯익은 인트로. 한국 공연 전에 들렀던 일본에서(*) 감기에 걸렸다는 말을 들은 터라(공연 전날 있었던 홍대 앞 클럽에서의 간이 공연도 ‘간략하게’ 했다는 후문 또한 있었고) 목소리 상태에 대해 잠시 걱정을 했었는데 탁성과 미성을 오가는 헤커의 목소리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독일식 발음(그렇다. 영어 선생들이 그렇게 갈궈대던 ‘독일식 발음’이다)으로 “Thank You”라고 관객의 박수에 화답한 뒤 무대 중앙에 설치된 키보드에 앉아 [Rose](2003)의 수록곡 “Kate Moss”를 부르면서 공연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간단히 말해 헤커는 최선을 다한 공연을 보여주었고 객석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서투른 영어로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려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동시에 그의 영어 가사가 ‘단순했던’ 까닭도 알 수 있었다) 기타와 키보드를 번갈아 오가면서 노래하는 모습도 ‘그림이 됐다.’ “Cold Wind Blowing”을 피로할 때는 스네어 드럼 하나가 부서질 정도로 격한 모습도 보였고, 라이오넬 리치의 “Hello”와 아하(A-Ha)의 “Take On Me” 커버는 나름의 유머를 발휘한 대목이었다. 특히 “Rose”는 음반에서보다 훨씬 호소력있게 들렸고. 그러나 중간중간 공연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도 받았는데(이를테면 멤버들이 등장하는 부분과 헤커 혼자 등장하는 부분 사이의 연결 같은) 그 때문에 공연 중간중간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해지는 점도 있었다. 그리고 앵콜과 사인회. 모르겐슈테른과 헤커가 같이 한 곡 부르면 어떨까 싶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사람들은 독일에서 온 이 ‘새로운’ 뮤지션들과 그들의 동료들에게 달려가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20040224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이 공연은 독일문화원의 후원으로 세계 각지를 ‘순방’하는 공연이다. 일종의 ‘문화 사절단’인 셈인데 표 값이 비교적 낮게 책정된 것은 그 덕도 있었던 듯. (**) Thanks to Pastel Music. Set List Barbara Morgenstern 1. Nichts und Niemand 2. Tag und Nacht 3. Ohne abstand 4. Is 5. Aus Heiterem Himmel 6. Das Work 7. Der Augenblick 8. Nichts Muss Maximilian Hecker 1. Sunburnt Days 2. Kate Moss 3. I Am Falling Now 4. Cold Wind Blowing 5. Daylight 6. Hello (Lionel Richie cover) 7. Song for Sara Madson 8. My Story 9. Fool 10. Rose 11. My Friends 12. Polyester 13. Over 14. Infinite Love Song 관련 글 Maximilian Hecker [Rose] 리뷰 – vol.5/no.19 [2003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