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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Byul) – 83 –  비단뱀 클럽, 2003

 

 

고향을 그리워하는 아방가르드

어떤 뮤지션은 음악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있고, 어떤 뮤지션은 CD 속지와 함께 이해하는 것이 옳을 때가 있으며, 어떤 뮤지션은 그가 사는/살았던 시간과 장소에 대한 이해가 음악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별은 이 셋 중 두 번째에 가깝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질서를 세우려 애쓰고 있는데([월간 뱀파이어], 홈페이지) 이 과정에서 별은 자신들의 음악에 ‘무관심한’ 태도를 갖는다. 그들이 낸 두 장의 CD는 [월간 뱀파이어]의 부록처럼 꾸며졌으며, 이는 자신들의 모호한 음악이 갖는 중요성을 강변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보인다.

그럼으로써 별이 획득하고자 하는 것은 중요성이다. 이는 그들이 그렇지 않다고 부정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들이 자신들의 작업을 통해 암시하는, 재미로 하는 진지한 음악이라는 역설은 비판에 대한 이중의 도주로를 마련해준다. 그 메커니즘은 진지하게 접근하는 감상자를 차단하고 무심한 감상자를 공격한다. 팝 아트에서 흔히 보이는 이러한 전략은 그 전략 자체가 이미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들은 그 호흡기의 마지막 공기를 빨아들이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으로써 그들이 선정한 바로 그 전략은 시들어 죽게 된다. 이는 재미와 진지함의 틈새를 키치와 실험으로 돌파하려는, 최근 몇 년 동안 나타났던 뮤지션들(누구일까)이 종종 빠지는 함정일 것이다.

자체의 질서라는 별의 전략은 이 싱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라진 클럽을 회상하며 만들었다는 “상수도 5/1″은 자신들이 조직한 내면적 짜임관계(Konstallation)가 자신들과 외부 세계를 연결한다고 주장하겠지만(혹은 하지 않겠지만) 이 음산한 앰비언트 사운드는 개인적인 경험의 가벼운 표현이라는 외적 선언을 통해 외부 시선이 개입할 수 없는 자체의 질서를 세우는 것으로 만족함으로써 외부의 질서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하는 양상을 띠게 된다. 에어(Air)가 만든 아날로그 신스 팝 같았던 “988072-2” 같은 곡은 빛나는 팝적 센스를 내면화함으로써 곡 자체의 내면화를 거부하였으며, 그래서 인위적인 짜임관계라는 강박에서 벗어났다. 비슷한 샘플 운용과 더욱 음산해진 사운드, 역시 그럴듯한 멜로디를 지닌 “83”은 팝을 타자화함으로써 스스로를 외부의 질서에서 소외시키는 효과를 거두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마저 소외시켰고, 그래서 크레인에 깔린 듯한 불편한 신음만이 떠돌아다닌다.

아마 이 싱글은 별이 자신들의 변화를 타진해 보는 시도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 같다. 그리고 그에 대한 내 판단은 위의 별점으로 대신하려 한다. 그들이 이 싱글의 시도를 다음 음반에서도 밀고 나갈지 아니면 예전과 같은 스타일의 음악으로 돌아갈지는 그들의 자유다. 20031002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3/10

수록곡
1. 83
2. 상수도 5/1
3. 푸른 전구빛
4. Untitled
5.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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