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컴플렉스 – 2-0.5 – 원뮤직, 2004 실험적 EP 살다 보면 때로 신기한 일들이 벌어진다. 소에게 소고기를 먹여 키우기도 하고,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충동결혼을 하기도 하며, 일요일이 납기 마감일인 전기요금 고지서가 오기도 한다. 종교를 믿는 건 아니지만 이러한 일들을 겪다 보면 어떤 알 수 없는 섭리가 인간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한국의 인디 음악계에서 가장 최근에 벌어진 신기한 일은 피터팬 컴플렉스의 EP 발매이다. 나는 “Burn It Down”과 “Paranoid Android”와의 차이를, “회색, 하늘, 도시”와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와의 차이를 모르겠다. 이건 답습이라고, 리메이크라고, 심지어는 표절이라 부르기도 어렵다. 간단히 말해, 이건 도용이다. “Paranoid Android”와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의 핵심적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소리다. 전자의 경우 급변하는 구성의 기타 싸이키델리아, 후자의 경우 앰비언트 무드와 변조된 보컬. 이러한 점은 이 두 곡의 멜로디가 나름대로 말끔하다고 해서, “너의 기억”이나 “너마저 날”이 들을 만하다 해서 묵인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전지한이 톰 요크의 창법을 따라하는 정도가 문제되는 수준을 넘어버린 것이다. “Don’t Let Me Down”의 어쿠스틱 버전은 ‘이제 그만 좀’이라는 생각이 든다. 밴드는 이걸 자기들의 “Creep”으로 만들고 싶은 것일까? 만약 이것이 ‘관계자들’끼리만 돌려 듣는 데모 음반이라거나, 한 걸음 양보해서 클럽에서만 파는 EP 정도였다면 이렇게 말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음반 가게에 내놓고 파는 음반이라는 생각을 하면 난감해진다. 홍보문구에서 [OK Computer]를 노골적으로 끌어다 쓰는 데에 이르면 할 말이 없어진다. 전작을 듣고 이들에게 기대를 걸었던 입장에서는 실망스럽다. EP의 ‘자유로운’ 성격을 고려해볼 때 밴드로서는 여기 실린 소리들이 일종의 ‘테스트’ 내지는 ‘실험’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음반의 유일한 실험적인 요소는 이걸 판매하려 한다는 것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도용의 한계를 실험하는 음반이거나. 20040127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3/10 수록곡 1. Burn It Down 2. 너의 기억 3. Don’t Let Me down 4. 너마저 날 5. 회색, 하늘, 도시 관련 글 피터팬 컴플렉스 [Radio Star] 리뷰 – vol.5/no.5 [20030301] 관련 사이트 피터팬 컴플렉스 공식 사이트 http://www.peterpancomple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