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on Albarn – Democrazy – Honest Jons, 2003 필자 VS 알반 앨범을 들으면서 이건 하룻밤만에 녹음한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고 최근의 투어 중 호텔방에서 틈틈이 만든 거란다. 과거에 Dan Abnomal이라고도 불리우던 사나이는 방금 오늘의 투어 공연을 끝냈다. 쇼가 끝난 후 쓸쓸히 남의 나라, 미국의 거리를 걷는다. 데이몬 알반(Damon Albarn), 슈퍼 히어로에서 다크 히어로로 변신했다가 양쪽 진영 모두에서 핀잔을 먹었던 바로 그 사내다. 괴수(Gorillaz) 놀이를 해 본 적도 있지만 이벤트성이었을 뿐이다. 이도저도 아닌 위치는 그의 고독을 가중시킨다. “저스틴도 없고… 콕슨도 떠나고…” 갈 데가 없다. 피로에 지친 몸을 이끌고 호텔방에 기어들어간다. 누가 나에게 총이라도 건너줬으면 좋겠네(“I Need A Gun”). 오늘은 ‘그 앨범’의 마지막 곡을 만들어봐야지. “앨범! 평생 앨범을 만들어왔어! 빌어먹을 앨범!” 하드 레코더 하나 꺼내놓고 술을 홀짝 거린다. 노래를 만들고 사운드를 집요하게 덧바르고, 프로듀서를 닥달하는 짓도 이제 지겨워. 이젠 그냥 되는 대로 만들어보자. 니들도 이젠 블러 앨범 지겹지? 난 이제 투어도 앨범도 싫어. 머리도 벗어지기 시작하는 남자에게 뭘 기대하는 거야, 니들(“Gotta Get Down With The Passing Of Time”). 그는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레코더에는 지금 녹음되고 있다는 붉은 불이 점멸한다. 한 잔 더 하고. 한 번 더 가자. 그 위에 다른 곡조를 하나 덧입혀본다. 흥얼흥얼… 흥얼흥얼… 달이 높이 떴다(“Hymn To Moon”). 한 잔 더 하고. 한 번 더 가자. 드디어 ‘그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 만들어졌다(“End Of Democrazy”).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이걸 발매했다는 사실이다. 알반 아저씨,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냐? 하지만 솔직히 당신의 이런 뻘짓이 기분 나쁘진 않어. 사실 할 꺼 다 했잖아. 하이 퀄리티의 앨범 만들 만큼 만들어봤잖아. 로 파이를 넘어서 로 퀄리티, 아니 노 퀄리티의 미학도 해보고 싶은 거 당연할 거야. 할 꺼 다 한 사람들이 나중에 ‘힘 뺀’ 앨범 하나씩 꼭 만들곤 하더라구. 당신의 경우에 좀 다른 건 아예 대놓고 했다는 거지. ‘Demo(데모앨범)’-‘Crazy(미친짓)’. 혹은 “나는 졸작을 낼 권리가 있다”는 민주주의(Democracy)? 그래 그거야. 자기 레이블에서 5000장만 발매했다. 10인치짜리 LP두 개짜리로. 누가 뭐랄 사람 없는 거다. 필자도 이런 짓 한 적이 있다. 통기타를 배운 지 반년 정도 지났을까, 이틀 동안 하숙집에 틀어박혀서 카세트 레코더에 마이크를 연결한 후 앨범 한 장 녹음을 시도한 것이다. 작곡과 작사는 모두 그 이틀 동안에 해치웠고 앨범의 믹싱은 오직 PLAY/REC/STOP의 버튼 세 개를 통해 이루어졌다. 곡과 곡의 사이에는 딸깍하는 스위치 누르는 소리가 들어가구. 물론 나와 알반의 차이는 능력차 뿐이 아니다. 나는 명반을 만든다는 환상에 빠져 있었고 알반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건 명반을 몇 장 만들어본 놈과 그렇지 못한 놈의 차이다. 그래, 이런 식이 뻘짓은 뭐 아무나 하겠냐? 무도에서는 ‘자연체’가 가장 고수의 자세라고 한다. 요컨데 고수가 될수록 초보와 자세가 비슷해진다 이거지. 이 앨범이 힘 빼고 만든 ‘자연체의 음악’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별은 못 준다. 20040217 | 김남훈 kkamakgui@hanmail.com 2/10 수록곡 Disc1 1. I Need A Gun 2. Reedz 3. Half A Song 4. Five Star Life 5. A Rappy Song 6. Back To Mali 7. I Miss You 8. Hymn To Moon Disc2 1. Dezert 2. Sub Species Of An American Day 3. America Welfare Poem 4. Saz Theory Book 5. Gotta Get Down With The Passing Of Time 6. End Of Democrazy 관련글 Blur [Leisure] 리뷰 – vol.5/no.11 [20030601] Blur [Modern Life Is Rubbish] 리뷰 – vol.5/no.11 [20030601] Blur [The Great Escape] 리뷰 – vol.5/no.11 [20030601] Blur [Blur] 리뷰 – vol.5/no.11 [20030601] Blur [13] 리뷰 – vol.5/no.11 [20030601] Blur [Think Tank] 리뷰 – vol.5/no.9 [20030501] Gorillaz [Gorillaz] 리뷰 – vol.3/no.10 [20010516] 관련 사이트 Damon Albarn 공식 사이트 http://www.damon-albar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