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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ah Jones – Feels Like Home – Blue Note/EMI, 2004

 

 

익숙한만큼 반가운, 반가운만큼 아쉬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2004년도 그래미 시상식의 잔영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노라 존스(Norah Jones)의 새 앨범이 나왔다. 노라 존스의 블루노트 데뷔 앨범 [Come Away With Me](2002)는 음악 외적인 성취만으로도 얘기할 거리가 넘치는 앨범이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그래미 8개 부분 수상과 1800만장의 판매고는 평단과 대중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필자의 사견으로 전자는 미국의 음악이라 할 수 있는 재즈, 블루스, 컨트리가 적절히 배합된 음악적 성향이 보수적인 성형의 그래미 심사위원단에 9.11 테러 이후 어필했다는 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여겨진다. 후자는 비록 앨범은 블루노트 레이블에서 발매되었지만, 1990년대를 휩쓴 디바들의 영향력이 현저히 감소한 시점에서 편안히 감상할 수 있는 음반을 기다렸던 어덜트 컨템포러리 팝 애호가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분석 속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큰 지명도를 갖고 있지 않던 여성 보컬의 데뷔 앨범으로서 [Come Away With Me]가 이례적인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다.

영광스러웠던 데뷔작의 성과는 두 번째 앨범을 내는 노라 존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노라 존스는 조급하게 변화를 시도하기보다 데뷔 앨범의 기조를 따르는 안전한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1집은 노라 존스의 목소리가 전면에 서고 재즈 밴드의 완성도 있는(하지만 튀지 않는) 연주가 뒤를 받치는 형식을 택하고 있다. 그리고 “Don’t Know Why”와 같은 히트넘버의 멜로디는 앨범이 가진 가장 큰 매력중의 하나였다. [Feels Like Home](2004)은 이러한 형식을 그대로 유지한 ‘[Come Away With Me] 다시 부르기’와 같은 느낌이 든다. 앨범의 첫 싱글 “Sunrise”를 들으면 우선 반가움이 든다. “Don’t Know Why”에서 밴드의 연주가 단조롭고 무난했다면, “Sunrise”에서 밴드의 연주는 조금 더 복잡한 구성 속에서 그 존재감이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이 곡의 주인공은 밴드의 베이시스트 리 알렉산더(Lee Alexander)와 노라 존스가 함께 만든 멜로디와 노라 존스의 목소리이다. 친숙함과 고급스러움을 함께 갖고 있는 노라 존스의 목소리는 그 자체가 큰 대중성을 갖는다.

“Sunrise(혹은 “Don’t Know Why”)”와 별다를 것 없는 노라 존스 표 음악들 사이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곡들은 대부분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곡이다. 예를 들어 컨트리 뮤지션 돌리 파튼(Dolly Parton)은 “Creepin’ In”과 제목부터 컨트리 풍인 “The Long Way Home”에서 노라 존스와 입을 맞췄다(“The Long Way Home”은 의외로 탐 웨이츠가 만들었다). 쿵짝거리는 단순한 리듬 위에 노라 존스와 돌리 파튼의 주고받는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기타 노라 존스의 음악에서 양념처럼 사용됐던 컨트리의 느낌과는 달리 컨트리 넘버로 손색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What Am I To You?”는 더 밴드(The Band)의 멤버인 레번 헴(Levon Helm)이 드럼을 치고 가쓰 허드슨(Garth Hudson)이 오르간을 연주한 블루스 풍의 곡이다. 듀크 앨링턴(Duke Ellington)의 “Melancholia”를 개작한 “Don’t Miss You At All”은 피아니스트로서 그녀의 재능을 엿볼 수 있는 트랙이다.

그녀의 음악을 조금만 들어본 사람이라면 노래의 주인공이 노라 존스라는 것을 금방 알아 챌 수 있을 것이다. 데뷔 앨범만으로 노라 존스의 스타일이 정형화되었다고 할까? 이번 앨범에서 그녀는 유명한 아티스트들을 초청했지만 그 틀을 깨지 못했다. 이 앨범은 잘 만든 앨범이고, 대중적인 성공도 보장되어 있어 보이지만 그것만으로 무엇인가 부족해 보인다. 벌써부터 매너리즘을 얘기해야 하나? 다음 앨범 또한 많은 사람들이 1집과 비교해서 들을 것이다. 어쩌면 1집의 성공이 그녀의 발목을 잡을 지도 모른다. 20040219 | 이성식 landtmann@empal.com

5/10

수록곡
1. Sunrise
2. What Am I To You?
3. Those Sweet Words
4. Carnival Town
5. In The Morning
6. Be Here To Love Me
7. Creeping In
8. Toes
9. Humble Me
10. Above Ground
11. The Long Way Home
12. The Prettiest Thing
13. Don’t Miss You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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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노라존스 공식 사이트
http://www.norahjon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