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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Bloody Valentine – Loveless – Creation, 1991

 

 

달콤하지만 치명적인 생의 아이러니

명반의 기준이 ‘영항력’에 있다면 [Loveless]는 이른바 ‘전설의 반열’에 오른 음반이다. 이 음반에서 일렉트릭 기타가 발현하는 노이즈 층(layer)을 심화시키면 플라잉 소서 어택(Flying Saucer Attack)이 되고, 일렉트로닉적인 경향을 강화하면 써드 아이 파운데이션(Third Eye Foundation)이 된다. 서정적이며 여성적인 면을 덧칠하면 슬로다이브(Slowdive)가 되고 사운드에서 피드백을 걷어내면 로우(Low)가 되며, 포크 버전으로 바꾸면 메이지 스타(Mazzy Star)로 탈바꿈한다. 비교적 한국에서 지명도가 떨어지는 캐더린 휠(Catherine Wheel)이나 러쉬(Lush)같은 밴드까지 예로 든다면 이런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Loveless]를 말할 때 흔히 언급하는 것은 ‘기타의 재발명’이다. 록의 중요한 요소인 노이즈 사운드를 견지하면서 구상음악적인 음의 ‘배치’를 시도한 것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다. 물론 록에서 구체음악은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가 [Dark Side of the Moon]에서 이미 했기 때문에 시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 그러나 [Dark Side of the Moon]과 [Loveless]는 접근방식이 다르다. 핑크플로이드가 록 사운드에 ‘상징성’을 호출하기 위해 구체음악을 차용했지만 보조적인 역할 이상은 아니었던 반면,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은 구상음악적인 틀을 록 본연의 특성 자체를 뒤집는 데 사용하고 있다. 이 음반의 ‘위대함’은 여기서 발생한다. 록과 노이즈가 불가분의 관계였지만 그동안 소음이 사운드 안으로 수용되지 못하고 소리의 ‘특이성’이 주는 독특함을 제시하는 데서 그쳤던 반면, [Loveless]는 전자음악적인 음의 ‘배치’를 통해 긴밀한 소리의 축조를 실현했다. 이런 기술적인 성공을 통해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은 남성성, 외향성으로 상징되는 록을 여성성, 내향성의 특질이 두드러지는 달콤한 소음으로 전환했다.

물론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 받고 있는 평가에 의문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1990년에 발매한 EP [Tremolo]를 제외하고 어느 음반에서도 [Loveless]에서 보여준 ‘소리의 축조’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으며, 음악의 성향조차 내향성과 외향성을 오고간다. 포스트 펑크와 드림 팝, 메탈의 노이즈를 혼합했지만 산만하기 이를 데 없다. 다시 말해 일관성이 없다. 하지만 이 지적조차 이 음반과는 상관없는 것이다. 록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록이 아닌 다른 음악의 장점을 빌리는 방법론은 현재 포스트 록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 음반의 영향력은 세월이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레나토 포지올리(Renato Poggioli)는 [전위의 이론]에서 “예술이란 인류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밝혀주는 것이며, 행복을 찬미하면서도 절망을 노래해야 하고, 사회의 바닥에 깔려있는 잔인함과 부패를 폭로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음악이 전 세대의 규범을 거부하고 탄생한 결과물이며, 사랑의 부재, 즉 극심한 고독이 범람하는 당대의 현실을 다뤘다는 걸 감안해본다면 본 음반에 적합한 표현이 될 것 같다. 음반의 가사처럼 사랑을 믿지 않으면서도 할 수밖에 없는, 달콤하지만 치명적인 생의 아이러니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Loveless]는 언제나 좋은 음반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20040212 | 배찬재 focuface@hanmail.net

10/10

※ 구상음악은 음향을 가공하여 테이프몽타주로 구성한 음악으로서, 자연음, 기계음같은 일상의 구체적 음향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구체음악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은 구체음악이라는 용어가 오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이 리뷰에서는 핑크 플로이드가 사용한 테이프몽타주 기법이 현재의 구상음악보다는 초기 구상음악, 즉 구체음악적 성격을 띠기 때문에 구체음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구상음악이라는 용어를 불가피하게 혼용했음을 밝혀둔다.

수록곡
1. Only Shallow
2. Loomer
3. Touched
4. To Here Knows When
5. When You Sleep
6. I Only Said
7. Come in Alone
8. Sometimes
10. What You Want
11.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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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My Bloody Valentine 팬 사이트
http://www.mybloodyvalentine.net
My Bloody Valentine 한국 팬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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