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214113131-isnt anything

My Bloody Valentine – Isn’t Anything – Creation, 1988

 

 

발렌타인 이브, 11시 57분

열 여섯 번과 네 번이다. “Soft As Snow”에서 뎁 구지(Deb Googe)의 훵키한 베이스 라인이 진입하기 위해서는 열 여섯 번의 스네어 연타가 필요했다. 그러나 “Only Shallow”를 특징짓는, 의식의 시공간을 순식간에 ‘저기 어딘가로’ 넘겨 버리는 기타 노이즈 뭉치는 네 번의 스네어 연타 이후에 등장한다. 이 차이는 스타일의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의 차이일까.

맑음과 흐림이다. “Soft As Snow”와 “Lose My Breath”, “Only Swallow”와 “Loomer” 사이에는 급격한 무드의 선회가 있다. 첫곡은 ‘압도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그 다음 곡은 다소 부드럽게 음반 속으로 들어갈 채비를 갖춘다. “Lose My Breath”의 맑은 기타 스트러밍은 잠에서 깨어난 기분을 안겨준다. 그러나 “Loomer”의 풍성하게 뒤틀린 드론 사운드는 얕은 잠에서 깊은 잠으로 넘어가는 어떤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바깥과 안이다. [Isn’t Anything]의 사운드는 로큰롤 특유의 공격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을 포기하지 않는다. 슈게이징(shoegazing)이라는 말이 공연 내내 신발 끝만 바라보는 밴드들을 비꼬기 위해 만든 것이라지만, 지저스 앤 메리 체인에 못지 않게 시끄러우면서도 훨씬 그루비한 울림을 갖는 “Feed Me With Your Kiss”나 노이즈 페티시즘을 자극하는 “Nothing Much To Lose”는 이 밴드가 먹이를 향해 뻗는 촉수처럼 날선 슈게이징을 만들어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바깥과 안이다. 그렇게 기타 사운드에 집착하면서도 음반의 많은 곡이 리프를 중심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은 밴드가(실은 케빈 쉴즈가) 좀 더 무정형적이고 불길한 울림을 지니는 어떤 통로를 찾아다니고 있었다는 점을 암시한다(당시 그는 밴드의 기타 사운드를 ‘미끄러지는 기타(glide guitar)’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아직 통로로 미끄러지기에는 소리의 결이 거칠다. “(When You Wake) You’re Still In A Dream”은 멋진 제목과는 달리 내내 깨어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원인과 결과다. [Loveless]에서 소급하여 그 소리의 기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Isn’t Anything]은 석연치 않은 음반일 것이다. 소리들은 뭉쳤다가 흩어지는 것을 반복하지만 이로 인해 곡 자체의 긴장감은 팽팽해지되 앨범 전체의 흐름은 다소 산만하다. 동시에 관습적인 로큰롤의 규범을 벗어나려는 갖가지 시도들은 오늘날까지도 청자에게 낯선 경외감을 안겨준다. 그것이 그 자체의 흐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Isn’t Anything]은 [Loveless]의 원인이 아닌 원인이 된다. 이제 크리에이션 레이블이 파산 직전에 몰릴 때까지 케빈 쉴즈가 녹음하고, 뒤엎고, 다시 녹음하는 일만이 남은 것이다. 20040216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7/10

수록곡
1. Soft As Snow (But Warm Inside)
2. Lose My Breath
3. Cupid Come
4. (When You Wake) You’re Still In A Dream
5. No More Sorry
6. All I Need
7. Feed Me With Your Kiss
8. Sueisfine
9. Several Girls Galore
10. You Never Should
11. Nothing Much To Lose
12. I Can See It (But I Can’t Feel It)

관련 글
My Bloody Valentine [This Is Your Bloody Valentine] 리뷰 – vol.6/no.4 [20040216]
My Bloody Valentine [Ecstasy & Wine] 리뷰 -vol.6/no.4 [20040216]
My Bloody Valentine [Loveless] 리뷰 – vol.6/no.4 [20040216]
OST [Lost In Translation] 리뷰 – vol.6/no.4 [20040216]

관련 사이트
My Bloody Valentine 팬 사이트
http://www.mybloodyvalentine.net
My Bloody Valentine 한국 팬 사이트
http://home.postech.ac.kr/~knecht/valent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