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Bloody Valentine – This Is Your Bloody Valentine – Tycoon, 1985 미완의 노이즈 혁명 록 음악 역사에 있어 실험적 업적을 남긴 밴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처럼 충격적인 파격을 감행한 창작집단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들만의 피투성이 발렌타인 데이(밴드명은 속어로 ‘my fu**ing girlfriend’의 뜻이라는 얘기도 있다)가 올해로 20주기를 맞았지만 그 시작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지금 이 시간까지 이들의 요상한 노이즈 덩어리가 뿜어내는 파급력은 전혀 퇴색되지 않은 채 선홍빛 광기를 발휘하고 있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은 1984년 아일랜드의 더블린(Dublin)에서 결성된 후 주로 런던에서 활동한다. 초창기 라인업은 케빈 실즈(Kevin Shields, 기타), 콜름 오쿠삭(Colm O’Ciosoig, 드럼), 데이브 콘웨이(Dave Conway, 보컬), 티나(Tina, 키보드) 등 4명이었는데, 데이브와 티나는 비교적 일찍 팀을 떠났다(케빈의 결벽증적 작업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출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니 LP로 발매된 데뷔작 [This Is Your Bloody Valentine]은 밴드의 전성기 시절 사운드에 비추어 볼 때 다소 의외의 사운드를 담은 앨범이다. 7곡의 문제작들은 조이 디비전(Joy Division)과 바우하우스(Bauhaus)의 암향이 묻어나는 고딕 펑크 스타일을 바탕으로 소닉 유쓰(Sonic Youth)나 저저스 앤 메리 체인(The Jesus and Mary Chain)을 참고한 노이즈의 성벽을 축조하고 있다. 즉 이들의 대표작인 [Isn’t Anything]과 [Loveless]에서와 같은 몽환적인 무드나 달콤한 선율미는 발견되지 않는 반면, 원색적인 훅과 파괴적인 비트를 남발하는 다소 조잡한(rude) 로큰롤을 들려준다. 먼저,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데이브 콘웨이의 보컬 음색이다. 천상의 디바, 블린다 부처(Bilinda Butcher)의 창백한 미성과 정반대로 그의 보컬 톤은 칙칙하고 괴이하게 일그러져 있다. 또 다른 특징은 노이즈의 레이어 속에 파묻히기보다는 강렬한 해머 스트러밍을 고수하며 데이브의 음산한 저음을 광기로 충동질해가는 콜름의 드럼 연주이다. “Don’t Cramp My Style”과 같은 곡에서 콜름이 난사하는 드럼 비트는 쓰래쉬 메탈에 버금가는 박력을 지니고 있으며, 여기에 발작에 가까운 데이브의 샤우팅과 케빈의 극단적인 피드 백 노이즈가 피범벅처럼 뒤엉키고 있다. 이렇듯 본작은 원초적인 노이즈만이 앙상하게 불거진 단조로운 앨범으로 총평될 수도 있을 테지만 몇 가지 의미 있는 부분들도 발견된다. 날카롭게 돌출되는 헤비 비트와 괴성 속을 떠도는 케빈의 기타 연주는 이들의 전유물인 중층으로 덧칠된 건조한 노이즈의 미학이 데뷔 시절부터 싹트고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The Love Gang”의 로큰롤 리프는 명백히 저저스 앤 메리 체인을 닮았지만 극단적으로 이펙트를 건 기타 음의 질감은 케빈의 노이즈 운용법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드러낸다. 또 “Inferno”, “The Last Supper”와 같은 곡에서 아련히 들려오는 티나의 건반 연주는 -물론 그녀는 프로 연주자가 아니었기에 케빈의 조작을 거쳤으리라 추측되긴 해도- 노이즈의 난장 속에서 유독 세련된 장식미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The Last Supper”는 멜로디를 뭉그러뜨리지 않고 비교적 나긋나긋하게 부르는 데이브의 보컬을 감상할 수 있고 케빈의 기타 노이즈보다 키보드 연주가 부각되는 유일한 곡이다. 어찌 보면 포스트 록으로 통칭되는 현대 실험주의 록의 혁신은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에서 이미 매듭을 지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아니, 이들과는 다른 길을 갔거나 이들보다 앞서 나간 밴드들마저도 이 붉은 그림자를 떨쳐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혁신의 시작은 같은 해 발표된 저저스 앤 메리 체인의 데뷔작 [Psychocandy]와 같은 명반에 비할 때 모호하고 초라하다. ‘이것이 당신의 피투성이 발렌타인이다!’라는 자신만만한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1980년대 초반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록 씬을 점령하고 있던 고딕풍 포스트 펑크의 암흑빛 잔향을 채 지워내지 못한 범작에 머물고 만다. 결국 [This Is Your Bloody Valentine]을 비롯한 이들의 초기작들은 아직까지 전형적 스타일이 정립되지 않은 미완의 혁명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40210 | 장육 jyook@hitel.net 5/10 수록곡 1. Forever And Again 2. Homelovin’ Guy 3. Don’t Cramp My Style 4. Tiger In My Tank 5. The Love Gang 6. Inferno 7. The Last Supper 관련 글 My Bloody Valentine [Ecstasy & Wine] 리뷰 -vol.6/no.4 [20040216] My Bloody Valentine [Isn’t Anything] 리뷰 – vol.6/no.4 [20040216] My Bloody Valentine [Loveless] 리뷰 – vol.6/no.4 [20040216] OST [Lost In Translation] 리뷰 – vol.6/no.4 [20040216] 관련 사이트 My Bloody Valentine 팬 사이트 http://www.mybloodyvalentine.net My Bloody Valentine 한국 팬 사이트 http://home.postech.ac.kr/~knecht/valent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