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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토 유니온(Asoto Union) – Sound Renovates A Structure – Omnione, 2003

 

 

거리에서 들려 오는 럭셔리 펑키 재즈

아소토 유니온은 김반장(드럼, 보컬), 윤갑열(기타), 김문희(베이스), 임지훈(건반)을 라인업으로 하여 2001년 12월에 결성되었다. 탄탄한 연주 실력을 자랑하는 아소토 유니온은 그 이후 ‘Mad Funk Camp’라는 이름으로 길거리에서 라이브 공연을 가지며 입소문을 탔고 2003년 11월 드디어 결과물을 내놓았다. 아소토(asoto)가 아프리카 부두교의 제사의식에 쓰이는 북이라는 아소토 유니온의 어원을 반영이라도 하듯 인트로는 아프리카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입장단과 함께 타악기들의 주도하에 이루어진다.

인트로가 끝나기 무섭게 강하게 뜯어대는 베이스의 핑거링을 필두로 심하게 펑키한 “We Don’t Stop”은 음악을 멈출 수 없다는 그들의 강렬한 의지가 엿보인다. 특히나 베이스의 힘찬 연주는 강한 인상을 남기며 곡을 확실하게 리드하고 다른 악기들은 이를 뒷받침해주며 베이스가 일구어내는 분위기에 동조한다. 여기에 이주한의 트럼펫 연주는 딱딱한 육질의 고기를 연하게 만들어 주는 향신료처럼 부담스러울 정도로 힘이 넘치는 그들의 연주를 연하고 먹기 좋게 만들어 주었다.

심란하도록 로맨틱한 “Think About’chu”는 드럼과 베이스가 한 장단 한 장단씩을 주고받는 가운데 이 사이를 펜더 로즈 피아노(Fender Rhodes Piano)가 여유롭게 노닌다. 일렉트로닉 피아노(electric piano)의 일종으로 방음을 거친 듯 답답한 소리를 내는데, 이 곡에서만 쓰인 것은 아니지만 청명하지 않기에 은은함을 풍기는 특유의 자태로, “Think About’chu”를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말랑말랑하게 만들었다.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로 새단장을 한 최자와 개코의 피처링으로 ‘색다름’을 더한 “Mad Funk Camp All Starz”는 씨비 메스 3집에서 씨비 메스가 “휘파람”을 아소토 유니온의 연주에 맞춰 다시 불렀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물론 주객이 바뀐 데 따른 당연한 결과겠지만 아소토 유니온의 신나는 펑키 블루스와 다이나믹 듀오의 흥겨운 래핑은 래퍼가 주인공이었던 “휘파람”보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제목으로 아소토 유니온의 테마임을 분명히 밝힌 “A.U.Theme”는 콩가(conga)의 난타로 시작된다. 첫 곡이었던 “We Don’t Stop”과 주제를 함께 하며 또 한번 강하게 기타 현을 잡아뜯는데, 이것이 일단락 지어지면 40∼50초 정도의 정적이 흐른 뒤 드럼이 만들어내는 여유로운 레게 그루브와 함께 익살스런 오르간 소리가 쏠쏠한 재미를 주는 히든 트랙으로 깔끔하게 앨범을 마무리짓는다.

이 앨범은 전반적으로 dazz(danceable jazz)라는 컨셉을 충실하게 이행하였다. 그루브의 강도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조근조근한 곡에서조차도 몸을 움직이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이들의 음반은 너울거림의 향연이다. 한마디로 놀기 좋은 댄스 음악이며 적어도 긱스보다는 같이 놀기 덜 부담스럽다. 긱스가 흥겨운 훵크(funk)로 ‘우리는 신나는 동네 음악대, 우리랑 같이 놀자’라고 젊은이들을 꼬셔봤지만, 그들은 우리와 신분이 다른 교수님들과 천재 소년들이 아니었던가? 아소토 유니온의 대즈(dazz)가 긱스의 펑키 뮤직(funky music)보다는 솔직하며 겸손한 건 사실이나 그들의 너무 말끔하고 세련된 스트리트 펑크(street funk)는 그들의 음악이 즐겁지 않은 이들에게 ‘나는 왜 저들의 음악이 신나지 않지?’라는 자괴감을 선사해 줄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아소토 유니온의 뛰어난 기량 때문에 드는 이질감은 아니다. 그러니까 아소토 유니온이 강조하는 거리 문화, 거리 밴드라는 것조차 흑인들이 영유하고 있고, 그들을 에워싸고 있는 음악 가득한 환경에서 유래된 열등감의 소산은 아닐런지 자꾸 의심이 든다. 아소토 유니온의 이번 앨범은 딱히 흠잡을 데가 없을 만큼 훌륭하므로 더 높은 별점을 줄 수도 있었고 실제로 필자가 많이 들었던 음반이기도 하지만 한계 또한 분명하다. 럭셔리 재즈 클럽에서 팔짱끼고 앉아 고개를 까딱이는 재즈 애호가들이나 아소토 유니온의 거리 공연에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몸을 흔드는 젊은이들이나 특별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물론 흥겨운 길거리 공연과 다른 사람 의식할 것 없이 이를 즐기는 문화가 자연스러워져야 한다는 것에는 무조건 동의한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가 ‘우리도 그들처럼’이라는 무조건적인 신봉을 대전제로 나온 발상이라면 별로 유쾌하지 않다.

아소토 유니온은 그들의 음악을 그들만의 사운드라 말하지만 청자 입장에서는 ‘그들만의 사운드’로 느껴지지 않는다. [Sound Renovates A Structure]에서 흘러나오는 그들의 음악은 본토 흑인 블루스 밴드의 연주를 듣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일반 대중들이 듣기에 어떨지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이 듣기에 좋은 음악을 만들었다는 아소토 유니온의 말이 멋있어 보이지 않은 이유는 그들의 음반이 본토 흑인들이 연주하는 블루스 이상의 감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도 이런 사운드를 구사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젊은 밴드가 나왔다는 건 멋진 일이지만 본토 사운드 이상의 독특한 색깔이 없다는 게 아쉽다. 20040205 | 홍마녀 hong-e0122@hanmail.net

7/10

수록곡
1. ..Sound Renovates A Structure Intro
2. We Don’t Stop (Fea. 이주한)
3. Make It Boogie (We’ve Got Funky Jazz)
4. Liquid
5. Think About’chu
6. Dynamite
7. Blow Ma Mind (Fea. T)
8. Smood Feelin
9. Mad Funk Camp All Starz (Fea. Dynamic Duo – 최자와 개코)
10. A.U.Theme (Fea. Shadow)

관련 사이트
아소토 유니온 공식 사이트
http://www.asotoun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