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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Tube) – Melodies & Memories – Sony, 2004

 

 

90년대 우리나라 발라드의 도플갱어

2004년 1월 1일 일본 대중음악이 우리나라에 전면 개방되었다. 이번 리뷰에 소개될 일본 밴드(일본에서는 밴드란 말보다 유니트(unit)란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튜브의 [Melodies & Memories]가 국내에 라이선스 앨범으로 발매되는 일본어 가창 음반 1호이다. 다른 앨범보다 앞서 첫 번째로 라이선스화 된 것은 튜브의 국내 담당자의 발이 빨라서였겠지만, 다른 앨범보다 앞서 튜브를 제일 먼저 발매한 것이나 2004년 1월 1일 0시에 서울에서 콘서트를 했다는 상징적인 홍보 전략에는 튜브의 노래들이 국내 취향에 잘 맞을 것이라는 소니 뮤직 코리아의 기대감이 깔려있을 것이다. 그 기대감의 근거는 튜브의 두 곡이 가요로 리메이크 되고 큰 히트를 기록하여, 튜브의 멜로디를 가요 팬들에게 이미 각인시켰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뿐 아니라 본 앨범에 수록되지는 않았지만 1996년에 큰 히트를 기록하였던 김민종의 “귀천도애” 역시 튜브의 곡 “Summer Dream”을 표절한 것이다.

튜브는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 셋이 기타리스트를 영입하면서 조직되었고, 1985년에 공식 데뷔를 한 이후로 2003년까지 앨범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고참 밴드이다. 밴드의 편성은 록 밴드이지만 발라드에서 록, 라틴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며, 실험적이거나 창의적인 곡보다는 멜로디가 친숙하고 대중적 취향의 곡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본 앨범 [Memories & Ballads]는 이들의 히트 발라드만 모아놓은 [Memories & Ballads II](2001)을 원본으로 일부 수록곡을 수정한 국내 버전이다. 수록곡 대부분은 진행이나 편곡이 신승훈, 김민종 등의 발라드들과 매우 비슷하며 창법은 임창정과 비슷하다. 대부분 곡에 키보드가 기본으로 들어가고 많은 곡에서 맑은 전자 기타가 도입부와 절정부를 장식한다. 이렇게 비슷한 편곡과 전개에도 불구하고 가요 발라드와 차이점이 있다면, 튜브의 노래들에서는 기타 연주나 키보드가 세션이 아니라 밴드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목소리와 연주가 좀 더 잘 조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비슷비슷한 발라드로만 이루어져 있는 앨범은 전반적으로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이 앨범이 발라드 베스트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같은 편곡과 같은 곡의 진행은 이들이 발라드라는 장르를 해석함에 있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도 떨칠 수가 없다.

“きっとどこかで (반드시 어디선가)”는 이들이 B’z처럼 록음악을 전문으로 했어도 어울렸을 거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록의 리듬과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역시나 가장 귀에 잘 들어오는 곡은 국내 번안곡으로 자주 들어서 그런지 “Season In The Sun”과 “ガラスのメモリ-ズ (유리의 기억들)”이다. “Season In The Sun”은 정재욱이 같은 제목으로 리메이크 했으며, CF 배경 음악으로 삽입되며 소폭의 히트를 기록했다. “ガラスのメモリ-ズ (유리의 기억들)”은 캔이 “내 생애 봄날은 간다”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해서 크게 히트한 곡이다. 이 곡을 캔의 버전과 비교하자면, 원곡이 주는 아우라는 물론이고 편곡과 창법을 비교해도 튜브 쪽이 좀 더 담백하다. 그러나 보너스 트랙인 이 두 곡은 다른 수록곡에 비해 성격이 다르다. 원래 이 두 곡은 튜브의 이전 히트곡 모음집에 삽입되어 있었으나 다른 곡들과의 시기적 통일성과 발라드 앨범이라는 컨셉을 무시하고 삽입되었다. 오히려 이 두 곡의 보너스 트랙을 위해서 나머지 곡들이 들러리로 삽입된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무리한 선곡이었다. 그리고 튜브가 발라드 전문 유니트가 아니란 사실을 비추어 볼 때, 이 앨범은 튜브의 진면목을 다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앨범의 마지막 곡은 새로 녹음된 곡으로 신승훈과 함께 듀엣으로 불렀다. 이 사실을 두고 본다면 이 앨범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청취자 그룹이 누구일 것이라는 것에 대한 답은 확실히 선다. 그러나 최근 국내 발라드의 키워드는 R&B인데, 이런 트렌드 속에서 90년대 풍의 튜브 발라드가 시장에서 얼마나 판매될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현재 조성모, 신승훈, 김민종 등이 예전처럼 큰 인기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과 R&B 성향의 발라드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브라운 아이즈, 빅마마, 휘성, 세븐, 플라이 투 더 스카이, H 등이 가요 발라드의 취향이 바뀌고 있다는 실례이다(하지만 이에 대한 반례는 일본 베테랑 밴드 안전지대(安全地帶)의 곡 “ショコラ(쇼코라)”를 리메이크한 엠씨 더 맥스(MC the Max) 의 “사랑의 시”가 최근 방송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이 앨범의 음반 첫 출시 분 3000장은 이미 다 팔렸다고 한다. 튜브의 본 앨범과 함께 하이도(Hyde), X, 토시(Toshi) 등의 비주얼 록 계열의 앨범, 히라이 켄(Hirai Ken), 미시아(Misia), 케미스트리(Chemistry) 등의 R&B계열, 킥 더 캔 크류(Kick The Can Crew), 립 슬라임(Rip Slyme) 등의 힙합 앨범 등이 같이 국내에 라이선스화 되어 발매되었다. 이들 앨범은 대부분 오리콘 차트의 상위권을 한번씩 넘나든 메이저 아티스트들의 히트 앨범이다. 팝 앨범이 그렇듯이 앞으로 발매될 앨범들도 상업성이 강한 메이저 앨범들이 주를 이룰 것이지만 언젠가는 피시먼즈(Fishmans)나 키린지(Kirinji) 같은 인디 아티스트들의 앨범도 라이선스로 발매될 날이 오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그런 의미에서 튜브의 본 앨범은 일본 대중음악 개방을 상징한다는 것 만으로도 매우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20040205 | 이정남 yaaah@dreamwiz.com

5/10

수록곡
1. 十年先のラブスト-リ (십 년 후의 러브 스토리)
2. 君となら (그대와 함께라면)
3. Purity~
4. 世界で君だけが (세상에서 그대만이)
5. 夏の終わりに (여름의 끝에서)
6. 湘南 My Love (쇼난 내 사랑)
7. 女神達よそっとお休み (여신님들 살짝 쉬세요)
8. きっとどこかで (반드시 어디선가)
9. Once in a blue moon
10. 夏よありがとう (여름이여 고마워요)
11. 虹になりたい (무지개가 되고 싶어요)
12. 今日からずっと (오늘부터 쭉)
13. シ-ズンoインoザサン (Season In The Sun)
14. ガラスのメモリ-ズ (유리의 기억들)
15. Dreams of Asia

관련 사이트
튜브 국내 팬 사이트
http://www.tube8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