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 – La Mujer En Un Ardol(EP) – Trusta, 2004 모호한 경계에서 그림, 푸리 등 퓨전 국악을 표방하는 음악인들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은 활동의 기반을 국악계에 두고 있다. 이에 반해 강선일, 박승원, 송경근, 조민수 네 명으로 구성된 공명(共鳴)은 그 활동의 기반을 한정하기 쉽지 않다. 이들은 [여고괴담3-여우계단]의 영화 음악을 비롯 뮤지컬 [우루왕], 연극 [레이디 멕베스]등의 공연 음악을 맡았다. 이뿐 아니라 2001년에는 인디 음악인들의 축제였던 쌈넷 페스티발에 참여하여 록음악 중심의 인디 음악인들 사이에서 눈길을 끈바 있다. 이처럼 공명은 활발한 활동을 통해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기획사 문제와 멤버간의 내홍을 겪으며 휴지기를 갖는다. 그리고 2년간의 공백 끝에 2003년 하반기 공연으로 얼굴을 비췄던 공명이 드디어 새 앨범을 발매했다(하지만 수록곡이 5곡인 미니앨범이라는 점에서 2집으로 불러야 할지는 미지수이다). 공명의 새 앨범의 제목은 [La Mujer En Un Ardol](2004)이다. 에스파니아어로 지어진 앨범의 제목은 1집 [통해야](2001)와 비교해보면 더욱 흥미롭다. 음악 외적으로 1집이 신세대 타악(혹은 국악) 그룹이라는 점에 홍보의 주안점이 맞춰졌다면, 새 앨범에서 이들은 월드뮤직을 표방하고 있다. 국악으로 이들을 한정지으려는 시선에 대한 반발일 수도, 대중에 좀 더 다가서려는 음악적 욕심일 수도, 혹은 월드뮤직 바람에 편승하려는 상업적인 시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음악 역시 악기 편성부터 1집과는 많은 차이를 띄고 있다. 한국의 전통 악기들이 주류였던 1집과 비교해 그룹의 리더격인 박승원은 기타를 연주하고, 앨범의 모든 곡에 현악 4중주가 참여했다. 1집 때 타악기가 많이 쓰여 타악 그룹으로 불렸던 것을 기억하면 2집에서는 악기 편성의 변화에서 알 수 있듯 선율이 부각된다. 앨범의 첫 수록곡은 연주곡 “Sunflower”다. 비록 소금이 주요 선율을 연주하고 있지만, 퍼커션이 주도하는 리듬 파트와 곡 전반에 걸쳐 비중있게 다뤄진 기타, 스트링등을 생각하면 더 이상 이들을 국악인이라는 프레임에서 봐야 하나 회의가 들 정도이다. 최근 월드뮤직의 바람을 타고 뉴에이지 풍의 연주에 국악기가 얹혀진 곡들이 사랑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간혹 그런 음악들이 국악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곤 하는데, 나는 그러한 곡들이 대부분 뻔한 분위기-감상적인 곡조-인 것이 더욱 아쉽다. 이런 면에서 공명의 “Sunflower”를 들으면 기분이 상쾌해진다는 것이 이 곡이 혹은 공명이 가진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이어지는 “Camelopardalis”와 “Rain”은 소금-기타-스트링이 한 목소리로 연주하는 선율이 곡을 지배하는 곡들이다. 그 중에서도 이 곡의 선율은 소금이 주도하는데, 소금의 음색 자체가 기타 서양 악기를 압도한다기 보다는 기타-스트링의 선율이 소금의 선율을 쫓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공명은 새 앨범을 준비하기 위해 여러 나라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들의 회심작은 단연 네 번째 트랙 “La Mujer En Un Ardol”일 것이고, 그 이유는 조화에 있다. 다른 곡과 마찬가지로 소금이 스트링과 화음을 이루지만, 이 곡에서 스트링은 소금의 선율에 동화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곡의 전반부에는 소금과 스트링, 피아노가 조화를 이루고, 징이 리듬부를 이끈다. 이처럼 다양한 악기가 중첩되며 어울어진다. 전반부의 타령과 같은 느낌의 코러스와 후반부 방준석이 읊조리는 스페니쉬 가사는 이러한 조화에 종지부를 찍는다. 참고로 공연에서 공명은 한국어로 된 가사를 부르는데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스페니쉬 가사가 만드는 이미지는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복원 공사 중인 청계천을 버스를 타고 지나간 적이 있다. 주변의 경관을 보면서 청계 고가도로를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이었을 1960년대의 어느 날을 상상해 보았다. 그 당시에도 교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공사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을 것이다. 그 때의 모습이나 다리를 뜯어내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나 너무 한국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은 전통에 대해 고쳐야 할 혹은 버려야 할 낡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지키고 보호해야 할 무조건적인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인이 전통음악을 대하는 시각 역시 마찬가지이다. 물론 두 시각 모두 음악감상을 방해할 뿐이다. 나는 공명의 음악을 접하는데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를 권해본다. 공명의 뿌리는 국악에 있지만 그들은 다양한 접목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40130 | 이성식 landtmann@empal.com 5/10 수록 곡 1. Sunflower (해바라기) 2. Camelopardalis (기린자리) 3. Rain (비) 4. La Mujer En Un Ardol (나무 위의 여인) 5. Weather Is Nice 관련 사이트 공명 공식 홈페이지 http://groupgm.com 공명 팬사이트: 공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http://cafe.daum.net/gongm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