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04년 1월 9일 질문작성: 장육/최민우 인터뷰 진행: 장육/최민우 정리: 장육 그의 자취방이자 작업실은 홍대 근처에서 가장 인적이 뜸한 산울림 소극장 뒤쪽에 있었다. 가끔씩 지나치고 하던 이 후미진 거리의 좁은 방에서 그의 음악이, 그의 사랑과 열망이 숨쉬고 있을지는 몰랐다. 그의 방에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손때 묻고 낡은 성음 통기타였다. 중고상점이나 헌책방에서 몇 천원에 파는 이런 기타는 대부분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존재이며 비싸지는 않지만 사고 싶은 생각도 잘 들지 않는 물건이다. 그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 내놓은 기타 같아서 왠지 동료애 같은 것이 발동해 사게 됐다고 말했다. 역시 뮤지션답다는 생각이 들었고 잠시나마 여유로운 온기도 느낄 수 있었다. 술을 좋아한다는 그답게 우리는 음료수가 아닌 맥주병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스왈로우의 [Sun Insane] 보도자료 사진 [weiv]: 솔로 프로젝트 앨범인 [Sun Insane]을 내놓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이기용: 간단히 말씀드리면 좀 더 개인적이고 차분한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weiv]: 보도자료에 밝히고 있듯이 이 앨범은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의 제작 지원에 의해 발매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원 동기는 무엇이었는지요? 그리고 꽤 오랜 시간 동안 나오지 못하고 있는 허클베리 핀의 앨범이 아니라 이기용씨 솔로 음반으로 공모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요? 이기용: 허클베리핀 3집은 우여곡절이 좀 있어 아직 발매는 안됐지만 일단 녹음이 진행중인 상황이라 공모할 수 없었고요, 좀 더 개인적인 음악을 하고 싶던 차에 프로젝트 공모건을 알게 되어 지원하게 된 겁니다. [weiv]: 경쟁은 치열했겠죠? 몇 팀이나 지원했나요? 이기용: 한 백 팀 안팎으로 지원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weiv]: 이런 정부 산하기관의 지원제도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기용: 해보니까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처음에는 관에서 주도하는 것이라 좀 안 맞을 줄 알았는데, 막상 관계자 분들을 뵈니 생각 밖으로 인디 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작업하기에도 까다롭지 않았습니다. 물론 금전적인 지원도 큰 도움이 되었고요. [weiv]: 스왈로우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요? 이기용: 개인 밴드 하겠다고 마음먹은 후에 (원래 현악을 좋아하는 편이라) 오디션을 통해 스트링 세션을 먼저 구했습니다. 그 때 지원했고 결국 앨범에 참여하게 된 임지영씨는 만나기도 전에 느낌이 좋아서 같이 일하자고 얘기를 했는데, 지영씨 이메일 아이디가 ‘swallowit’이었어요. 원래 발음을 중시하는 편인데, 스왈로우 발음도 괜찮은 것 같고 뜻도 ‘ 삼키다’ 왠지 에로틱하기도 하고 이걸로 하면 좋겠다 싶어 정하게 된 겁니다(웃음). [weiv]: 말이 나온 김에 앨범에 참여해주신 분들을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이기용: 임지영씨는 현재 서울 팝스오케스트라 단원이시고요, 밴드 활동은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베이스와 건반을 맡은 장혁조씨는 옛날에 한음파라는 싸이키델릭 밴드에서 베이스를 쳤었는데 저랑 코드가 잘 맞아 부탁을 하게 됐습니다. 또 허클베리핀 보컬 이소영씨가 녹음과정을 다큐멘터리식으로 담은 메이킹 필름 제작과 엔지니어링도 맡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허클베리 핀의 드러머 김윤태씨는 재킷 디자인을 해주셨고요. [weiv]: 재킷 그림도 김윤태씨가 그리셨나요? 이기용: 그림은 여기 옆방 102호 사시는 여자분이 그려주셨어요(웃음). 최선씨라고 화가이신데 제가 우연히 그림을 보고 마음에 들어 써도 되겠냐고 부탁을 했더니 흔쾌히 들어주셨죠. [weiv]: 누구나 앨범을 들으면 느끼게 될 테지만 솔로 앨범이니 만큼 허클베리 핀의 음악과는 사운드적으로 차별화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Sun Insane]에서는 주로 어떤 느낌을 유도하셨고 그러한 감성이 허클베리 핀의 그것과는 어떤 차이와 공통점이 있는지요? 이기용: 허클베리 핀은 아무래도 스왈로우보다는 로킹하잖아요. 1집 때는 악기 자체도 기타, 베이스, 드럼 이런 편성이었고, 2집부터는 현이 들어오긴 했지만 어쨌든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느낌은 스트레이트한 것이었죠. 스왈로우에서는 좀 더 개인적인 것, 좀 더 골방에 가까운 것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디스토션을 쓰지 않는, 아 물론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스트레이트한 걸 좋아하지만, 사람이 항상 그럴 수는 없고 펑크 록 하는 사람이 집에서 클래식을 들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조금 더 편안한 음악을 해보고 싶었어요. [weiv]: 그러고 보니 “Deja vu” 같은 곡에서는 기타가 뒤로 물러났다는 느낌을 받게 되더군요. 그리고 이번 앨범의 색채를 대변하는 곡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이기용: 예, “Deja vu”는 원래 오래 전에 데모 작업을 해두었던 곡인데 허클베리 핀 앨범에 담기는 애매했어요. 지나치게 우울하다고 생각되었거든요. 그런데 스왈로우가 그 분위기라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수록하게 된 거죠. [weiv]: 특히 “Deja vu”는 가사가 인상적이었는데요, 가사가 직설적이지는 않지만 왠지 후일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회한 같은 거요. 가사 내용이 대략 어떤 건지요? 이기용: 먼저 가사 쓸 때 직설적인 것보다는 다소 감추는 걸 좋아하는 건 맞습니다. “Deja vu”에 대해 지적하신 건 대체로 맞는데, 말하자면 저는 세상이 여전히 살만하지 못한 부분이 많고 뭔가 뒤집어지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역사상 그런 일들은 많았지만 한번도 제대로 성공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가사에 보면 “검은 깃발 아래 모이는 우리는 겁쟁이” 이런 구절이 나오는데, 나는 겁쟁이이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그것은 결코 성공한 게 아니다. 뭐, 이런 얘기이고 구소련 사회주의 혁명 이전에 있었던 ‘블랙 플랙(Black Flag)’이라는 극좌 아나키스트 운동에 대한 책을 읽고 감동을 받은 적이 있는데 ‘검은 깃발’은 그것과 관련된 것입니다. 전체적으로는 개인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을 살리려 했어요. 타자에게 얘기하는 곡은 “Deja vu”와 “몇가지 오해들” 이 두 곡이고, “무엇이 나를 눈멀게 했을까”나 “긴 방랑이 끝나는 아침”은 지극히 개인적인 고백 같다고 할 수 있겠죠. 이기용의 연주 모습 [weiv]: “킹맨의 거짓말” 같은 곡도 뭔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기용: 킹맨은 말 그대로 모든 권력을 의미하는 겁니다. 거짓말로 나를 위로해 어떻게든 살아가게 만든다는 거죠. [weiv]: “몇가지 오해들”이 ‘평론가들에 대한 공격’이라고 보도 자료에 나와 있습니다. 이 곡은 코드 두 개만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이 공격적인 메시지와도 어떤 관련이 있는지요. 그러고 보니 코드 두 개를 쓴 곡이 모두 ‘공격적’이네요. 이기용: 그런가요? 이 곡의 부제가 원래 “Critic to the Critics”거든요. 저는 뮤지션과 평론가, 심지어 팬들까지 동업자라고 생각해요. 물론 나쁜 건 나쁘다고 얘기해야겠지만 최소한의 예의와 선을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못한 일부 평자들이 좀 안타깝고요. 음악을 미치게 좋아하던 처음의 생각이 변질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으려 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Silver”도 코드 두 개를 썼네요. [weiv]: “Silver”를 재녹음하게 된 계기는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요? 이기용: 원래 “Silver”는 허클베리 핀 2집에 실렸던 곡인데 후렴구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아, 그 곡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네요. 제가 악보에 기입하는 걸 귀찮아해서 곡을 만들면 소형 녹음기에 일단 녹음을 해두는데, 그 곡 쓸 때는 술 먹고 잃어버렸는지 고장이 났는지 아무튼 녹음기가 없던 상황이었어요. 어느 날 밤에 그 곡을 만들었는데 괜찮더라고요. 그런데 녹음기가 없어 불안해 하다가 친구가 준 핸드폰에 녹음 기능이 있다는 걸 떠올리게 됐습니다. 얼른 메인 리프랑 멜로디를 녹음하고 기분이 좋아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거나하게 한 잔 했죠. 다시 들어와 곡을 완성하려고 하는데 후렴구가 도저히 안 나오는 거예요. 아무튼 베스트로 뽑아낸 게 2집에 실린 버전인데 여전히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다시 녹음하게 됐고 이젠 그럭저럭 만족합니다. 아마 술 마시러 조금만 늦게 나갔다면 그 때 만들었을 겁니다(웃음). [weiv]: 보도자료에 레이첼스(Rachel’s)를 듣고 속된 말로 ‘꽂혔다’고 나와 있던데, 정확히 어떤 음반이었는지요? 그리고 이번 앨범에 어떤 측면에서 영향을 준 것인지요? 이기용: 소영이네 집에서 이번 스왈로우 음반제작 지원서를 쓰고 있을 때의 일이었는데, 앞집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참 잘 친다고 생각하고 계속 하던 일을 했는데 갑자기 현이 좍 나오는 거예요. 그때서야 놀러온 친구가 튼 음악이란 걸 알고 ‘야 이거 죽인다, 뭐냐?’라고 물었더니 레이첼스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는 음반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그 때 들었던 음반이 아마 [Music For Egon Schiele]일 겁니다. [weiv]: 일부 곡은 뉴욕에 가서 작업을 하셨다고 되어 있는데요? 이기용: 제가 직접 간 건 아니고 친구가 뉴욕에서 엔지니어링을 해요. Chung King 스튜디오라고 알고 봤더니 굉장히 유명한 곳이더라고요. 거기 엔지니어로 있어서 허클베리 핀 3집과 함께 믹싱을 했죠. [weiv]: 가셨으면 한 번 물어보려 했었는데, 우리나라와 그 쪽 스튜디오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그리고 전체 곡을 다 그 곳에서 녹음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는지요? 이기용: 일단 비싸대요. 물론 그 친구는 다 하고싶어 했는데, 녹음기한이 있었고 또 제가 주로 작업하는 이 곳 녹음실에도 잘 하시는 분이 있거든요. 일장일단이 있어요. 여기서 작업을 하면 제가 옆에 붙어있게 되니까 믹싱할 때 세밀한 부분까지 터치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가게되면 아무래도 그게 안되죠. [weiv]: 이 앨범은 이질적인 트랙들이 교차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현악 세션과 어쿠스틱한 연주가 주가 되는 클래식 스타일의 곡들과 허클베리 핀처럼 강력하진 않지만 일렉트릭 기타와 전자 음이 두드러진 곡들이 섞여 있는데요, 그렇게 트랙을 배치하고 구성한 프로듀싱상의 원칙 같은 것이 있었는지요? 처음에는 첫 곡 “봄의 피로”와 같은 곡이 일관되게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기용: “봄의 피로”와 같은 곡으로만 채워져 있었어도 좋았을 것 같아요. 이 곡은 영화 [The Hours]를 볼 때 인트로 음악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저런 거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다 레이첼스 들었을 때 확실히 이거다라는 느낌이 들어 만들게 된 겁니다. 그리고 리얼 드럼을 가급적 안 쓴다든지, 코드 두 개만 쓴다든지 해서 최대한 미니멀하고 단순하게 가고 싶었어요. 전자 음은, 사실 제가 전자악기들을 잘 모르는데 전자악기와 어쿠스틱한 소리들을 섞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고요. 그래서 구성이 그렇게 된 것 같아요. [weiv]: 허클베리 핀의 앨범에서도 주로 코러스를 통해 이기용씨 노래를 들을 수는 있었는데요, 이번 앨범에서는 솔로 앨범답게 진정한 ‘싱어’송라이터가 되신 것 같습니다. 자신의 노래 스타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자연스러운 걸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요. 이기용: 저는 바이브레이션을 극도로 싫어해요. 하려면 미국 재즈 가수들처럼 제대로 하거나 노래 부를 때 모습도 추하고 쓸 데 없는 짓이라 생각해요. 소영이도 오디션 할 때 데모를 가져왔는데, 목소리는 제가 좋아하는 톤이더라고요. 몽상적이고 약간 쓸쓸하고 모노적이고. 그런데 바이브레이션이 조금 있었어요. 헤비 메탈 보컬리스트처럼요. 그래서 제가 너랑 같이 일해보고 싶은데 다만 바이브레이션만은 안 썼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했고 그 후론 안 쓰더군요. [weiv]: “어느 배우”와 같은 곡에서 3박자의 피아노 연주로 진행되는 인트로 부분과 중반부의 피아노 솔로는 클래식 소품과 같은 느낌입니다. 클래식적인 편곡 방식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아니면 그것을 록의 문법과 결합시키는 데 있어서 난점 같은 것이 있었는지요? 이기용: 제가 클래식은 잘 모르긴 하는데, 그 곡의 엔딩 부분 연주는 혁조의 아이디어예요. 원래 처음에 그 부분 만들었던 게 마음에 안 들었었는데, 어느 날 작업실에 와서 혁조가 슬쩍 피아노를 치더라구요. 듣는 순간 마음에 들어 갖다 붙였죠. [weiv]: 또 그 곡의 인트로는 코코어의 이우성씨가 만들었다고 들었는데요? 이기용: 예, 그 형하고 술도 많이 마시고 친한데, 그 곡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요. 둘 다 밴드하기 전 옛날 일인데, 그 형이 제 앞에서 그 멜로디를 딱 한 번 쳤어요. 그런데 그 형은 그걸 치고 까먹었고 저는 바로 꽂힌 거죠. 그 때 형이 너 가지라고 한 걸 잊고 있다가 이번에 생각나서 수록하게 된 겁니다. [weiv]: “어느 배우”는 영화음악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혹시 영화음악 쪽에 관심이 있으신지요. 이기용: 최근에 관심이 생겼어요. [The Ours]나 [The Others]와 같은 영화 음악이라면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아, 또 일화가 있는데 저희 공연에 [버스 정류장] 제작한 영화사 관계자가 온 적이 있었어요. 실은 저희 음악이 어떨까해서 왔던 건데, 게스트로 연주한 루시드 폴을 보고 발탁을 했답니다(웃음). [weiv]: 허클베리 핀의 음반에서도 그렇고, 현악 사용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음악을 표현하고자 할 때 어떤 부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기용: 저는 현을 좋아해요. 무지하게 예민한 악기라 연주자에 따라 음색도 달라지잖아요. 사실 1집 당시에는 현을 싫어했어요. 뒤늦게 현과 피아노 같은 악기를 잘 쓰면 훌륭한 사운드가 나온다는 걸 알게 됐죠. 실은 첼로를 좋아했는데, 가지고 다니기도 힘들고 비싸고 그래서 바이올린으로 대신한 거죠. [weiv]: 비트 파트와 관련해서 베이스와 드럼의 존재감은 다소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거론한 이 앨범의 컨셉과 관련이 있는 것이겠지요? 이기용: 예, 베이스를 안 쓴 곡도 있습니다. “저녁의 룸펜” 같은 곡에서처럼 현이 리듬감을 살리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weiv]: 앞으로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허클베리 핀의 새 앨범에도 적용하는 등 계속 시도하실 계획이신지요? 이기용: 허클베리 핀 4집은 전혀 예상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이번 스왈로우 작품을 통해서 조금 다른 걸 해보면서 허클베리 핀 4집의 방향을 잡아보려 했던 측면도 있습니다. [weiv]: 일반적으로 인디 록 팬들은 허클베리 핀을 지나치게 어둡고 골수적인 이미지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무엇이 나를 눈멀게 했을까” 같은 곡의 가사에는 희망적인 고백도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이미지에 조금 변화를 주실 생각은 없는지요? 이기용: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골방 냄새가 너무 많이 나고, 한 마디로 왕따 당하기 쉬운 음악이죠. 이번 앨범에 대한 반응도 살펴보았는데,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들어보지도 않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미지만 가지고 고집 세다, 독선적이다 뭐 이렇게 보는 시선이 있는 것도 알고 있어요. 잘 모르겠어요.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건 저를 싫어하시는 분들 중에 저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반대로 좋아하는 분들은 좀 자폐적인 성향이시라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고… [weiv]: 그런 분들은 아마 조용히, 그러나 더 강렬히 연대할 겁니다. 이기용: 그런가요(웃음)? 아무튼 음악 듣는 분들이, 물론 일부이겠지만 조금 편견을 버려주시길 바래요. 음악 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섬세하고 소심한 구석이 있거든요. 저는 [반지의 제왕]에서 가장 공감 가는 캐릭터가 골룸이예요. 또 사실은 다들 골룸과 같은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다 소심하고, 비겁하고, 그러면서도 공격적인 그런 면을 가지고 있을 텐데 참 안 그런 체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weiv]: 일전에 정치적인 지향도 드러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스왈로우의 음악과 허클베리 핀의 음악은 정치성과는 무관한, 아니 어찌 보면 대단히 개인적이고 내향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지요? 이기용: 남들만큼 관심 있죠. 그런데 음악과 정치 성향이 단순하게 연결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저항운동의 기수라는 칭호에 대해 밥 딜런 스스로는 싫어했을 것 같거든요. 사람은 다면적이고 그런 여러 가지 살아가는 모습들이 음악에 복합적으로 녹아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음악만 듣고 저 사람은 한없이 우울할 것만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고, 정치활동에 조금 참여했다고 그런 측면으로만 보는 것도 원하지 않아요. [weiv]: 앨범 작업하시면서 특별히 좋았던 점이나 솔로 앨범만의 매력 같은 것이 있었는지요? 좀 가볍게 말씀해 주세요. 예를 들면, 혼자 하니까 귀찮지 않아 좋더라 라든지…(웃음) 이기용: 그거 맞아요(웃음). 일단 합주비 안 들고 끝나면 술 값 나가야 되는데 그거 안 들고. 혼자 편하게 할 수 있더라고요. [weiv]: 반대로 힘들었던 점, 예를 들면 외롭다는 기분은 안 드시던지요? 이기용: 안 좋았던 점도 소영이가 엔지니어라 또 맨날 봐야 하고…… 농담입니다(웃음). [weiv]: 스왈로우 이름으로 공연 계획이 있나요? 이기용: 푸른 새벽과 스플릿 공연 형식으로 같이 하게 됐습니다. 2월 13일 7시 반이구요, 장소는 홍대 앞 클럽 DGBD입니다. 꼭 오세요. [weiv]: 홍대 앞 인디씬의 1세대 밴드인 허클베리 핀을 지금까지 이끌어오셨고 이기용씨 개인으로서도 고참격에 속하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음악적 비전과 계획을 밝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기용: 제가 강요에 의해 음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돈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언가를 선택한다면 제 스스로에게 납득이 되어야 해요. 그런 상태에서 작품이 나오겠고 아니면 아마 음반을 안 낼 거예요. 여건만 된다면 스왈로우 다음 작품도 해보고 싶긴 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아요. 어쿠스틱 기타 한 대만 가지고도 할 수 있는 음악은 무한하니까요. [weiv]: 오랜 시간 말씀 감사합니다. 허클베리 핀 3집도 빨리 나오길 바라겠습니다. 이기용: 예, 소주나 한 잔 하러 가시죠. 20040122 | 장육 jyook@hitel.net 관련 글 스왈로우 [Sun Insane] 리뷰 – vol.6/no.1 [20040101] 관련 사이트 스왈로우 공식 사이트 http://www.swallowme.co.kr 스왈로우 팬 카페 http://cafe.daum.net/projectswal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