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서
2003 Most Favorite Top 10

1. Radiohead [Hail To The Thief]
– 개인적으로는 네오 거라지 씬을 엿먹이는 음반이라는 생각도… [Kid A]부터 시작된 일렉트로닉 사운드 탐색에 대한 최종보고서? 2년 후엔 자신들의 [Dark Side Of The Moon]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디스코그라피의 변천과정을 보면 확실히 핑크 플로이드와 닮은 면이 있다)?

2. The White Stripes [Elephant]
– 록의 미래는 더 이상 없다는 생각을 안겨준 앨범. 하지만 이렇게 죽어간다면 록의 최후는 그리 추하지도, 안쓰럽지도 않을 것 같다.

3. Blur [Think Tank]
– 누가 뭐라고 해도 이 음반은 고민의 산물이다. 절치부심이라던가 임기응변이 아닌, 진심으로 치열한 고민의 산물. 데뷔 10년이 넘은 밴드가 아직 이런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블러는 존중 받아 마땅하다.

4. Basement Jaxx [Kish Kash]
– 비트의 대향연. 이 정도로 몸을 들썩거리게 만드는 음반이 [The Fat Of The Land] 이후 과연 얼마 만이던가?

5. Super Furry Animals [Phantom Power]
– 여유로운 음반. 이들이 어째서 대가인지를 알려주는 황금의 팝송 모음집

6. Yeah Yeah Yeahs [Fever To Tell]
– 아직 스스로의 음악에 대해 전적인 통제력을 갖진 못한 것 같지만, 그래도 충분히 훌륭하다. 올 최고의 데뷔음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7. Wrens [The Meadowlands]
– 정말 훌륭한 인디팝/얼트컨트리 음반. 클리셰(cliche)란 말로 폄하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매혹적이고 설득력 강한 사운드.

8. 코코어 [Super Stars]
– 이 음반에 대해서는 사실 지나치게 과대평가 되었다는 생각이 없지 않다. 하지만 올 발매된 국내 음반들 중 이 정도의 음반이 없었던 것 또한 사실. 그리고 이들의 음악 또한 고민의 산물임에 틀림없다.

9. Beth Gibbons & Rustin Man [Out Of Season]
– 누군가는 이제 이런 음악은 지겹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 [Dummy]를 잊지 못했다. 21세기의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베스 기븐스에게 경배를!

10. 더더 [The The Band]
– 국내 ‘모던록 형 가요’가 충분히 괜찮을 수 있음을 증명한 (아마도 최초의) 음반. 아직 의구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려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초기의 모습과 비교하면 정말 의외의 일격이었다.

2003 최악의 음반 (무순)

1. [Results May Vary] – Limp Bizkit
– 결과는 물론 다양할 수 있다. 아니, 다양할수록 좋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음반은 구리다.

2. [ChocoCream Rolls] – 초코크림 롤스
– 이게 정말 베테랑들이 만든 사운드 맞나?

3. [Live : SCUM in Seoul vol.4] – 아스트로노이즈
– ‘아방’한 건 다 좋은데, 이게 진짜 ‘아방’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무의미한 소음덩어리. 그게 목표였다면 돈 받고 팔지 말았어야지..

4. [St. Anger] – Metallica
– 난 분명히 헤비메틀 팬은 아니다. 하지만 [Metallica]는 멋진 음반이었다. 그리고 [Load] 역시 거장의 풍모를 느낄 수 있었다([Master Of Puppets]는 확실히 내가 듣기엔 조금 버겁다). 하지만 이 음반은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지도, 자신들의 무게감을 증명해내지도 못한 어정쩡한 작업이 되어버렸다. 글쎄… 나는 최소한 “Enter Sandman”을 들으며 폭소를 터트린 적은 없다.

5. [2적] – 이적
–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와 “서쪽 숲” 같은 곡에서 드러나는 여전한 애늙은이 정서. 하지만 이적은 더 이상 ‘애’가 아니다. 범상한 작곡능력을 애매한 가사로 커버하지 말고 음악에만 집중해주기를… 이미 이런 기대 역시 저 멀리 날아가 버린 지 오래지만…

6. [Liz Phair] – Liz Phair
– 생각처럼 그렇게 구리진 않지만, 배신당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솔직히 리즈 페어는 할 만큼 해줬다. [Whip-Smart] 같은 앨범이 그렇게 무참히 외면당했는데 누군들 기운이 나겠는가?

7. [YB Stream] – 윤도현 밴드
– 기대를 가진 적도 없었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다. 아직도 록만 하면 형편 없는 재능은 용서된다고 생각하는 구시대의 유물. 하지만 전혀 진귀하지도 않다.

8. [003: The Third Eye] – 체리필터
– 그만… 이런 음악은 이제 제발 그만…

9. [Fallen] – Evanescence
– 미국산 ‘체리필터’. 예쁜 척 하는 여성 프론트 우먼의 별볼일 없음은 막상막하, ‘있는 척 하지도 못하는’ 것 또한 막상막하. 상상을 초월하는 음악의 구림은 체리필터 (근소하게)승.

10. [Dear Catastrophe Waitress] – Belle & Sebastian
– 자폐소년은 귀엽지만 자폐아저씨는 징그럽다.

2003년 평가유보 음반 (무순)

1. [A Promise] – Xiu Xiu
– 음악을 듣는 순간 고막을 찢어버리는 ‘오바이트 쏠리는’ 노이즈의 대향연. 대단한건 알겠는데 너무 곤욕스럽다.

2. [Sumday] – Grandaddy
– 사랑할 수밖에 없는 멜로디. 하지만 그랜대디에게 바란 것은 조금은 다른 것이었다… 라고 말하려는 순간 다시 한 번 밀려드는 멜로디의 향연.

3. [Permission To Land] – The Darkness
– 정말 곤란한 음반. 이것은 ‘1980년대의 과장된’ 기타록 음반이 아니다. ‘1980년대를 과장한’ 패러디 음악. 미국의 마를린 맨슨(Marylin Manson)에 대한 영국의 대답? 마를린 맨슨이 좀 더 영리해 보이긴 하는데… 이들의 음악이 재미있긴 하지만 아직 “익룡에게 강간당한 우주선에서 태어났다”는 밴드 탄생설화보다 재밌진 않다.

4. [Magic And Medicine] – The Coral
– 올 한 해 가장 즐겨 들었던 음반 중 하나이지만 아직 “바로 이거다” 싶은 무언가는 없다. 다음 음반을 기대해보고 싶지만 들려오는 소리의 병약함이 약간 걱정되기도…

5. [Summer Sun] – Yo La Tengo
– 거물 인디록 밴드에게도 황혼이 다가오는가? 하지만 여전히 아름답다.

2003 과대평가 음반 (무순)

1. [Room On Fire] – The Strokes
– 좋다는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다. 스트록스 같은 음악은 언제나 있어왔고, 게다가 이들이 그런 음악을 하는 이들 중에 유달리 독보적인 것도 아니다.

2. [Youth & Young Manhood] – Kings Of Leon
– 재밌는 밴드고 어찌 보면 진귀해 보이기까지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유례가 없는 건 아니다. 블랙 크로우스(Black Crowes) 같은 밴드가 이미 있지 않았던가? 게다가 웬 또 거라지?

3. [So Much For The City] – The Thrills
– 듣기 좋은 음반인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너무 부풀려졌다.

4. [De-Loused In The Comatorium] – Mars Volta
– 아트록과 만난 펑크.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한 사운드. 그런데 별로 익숙해지고 싶은 맘이 안 생기는 이유는?

5. [Monday At The Hug And Pint] – Arab Strab
– 피곤한 삶에 지친 이들을 위한 읊조림. 음악에서까지 피곤한 인생과 마주하고 싶진 않다.

사족 : 2003년 팝스계 – 이토록 기대를 품게 해놓고 ‘결정적 한 방’이 터지지 않았던 해는 없었다. 수작 음반들의 홍수. 그러나 난 아직 배가 고프다.

2003 과소평가 음반 (무순)

1. [Mary Star Of The Sea] -Zwan
– 분명 끝내주는 음반은 아니다. 어쩌면 이미 증명할 만큼 한 빌리 코건의 송라이팅 능력을 다시 한 번 늘어놓은 정도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훌륭하다. 개인적으로 올 한 해 가장 즐겨 들었던 기타 음반 중 하나.

2. [Take Them On, On Your Own] – Black Rebel Motorcycle Club
난 이 음반을 들으면서 오아시스(Oasis)의 오직 훌륭할 뿐인 데뷔음반 [Definitely Maybe]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던 생동감을 느꼈다. 그런데 오아시스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반면 이들은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오아시는 데뷔 음반 이후 점점 별볼일 없는 밴드가 되어갔다. 그렇다면 블랙 레블 모터사이클 클럽은?

3. [Want One] – Rufus Wainwright
– 좋다. 깊이가 없어졌다느니, 어울리지 않는 사운드를 들고 나왔다느니 말들이 많긴 하지만, 이 정도 훅을 잡아내는 ‘젊은’ 싱어송라이터가 지금 달리 누가 있는가? ‘패션잡지를 읽는’ 골 빈 남자가 돼버린다 해도 이 정도로 사랑스러운 음반을 만들 수 있다면 불만 없다.

4. [100th Window] – Massive Attack
– 썩어도 준치. 시너드 오코너(Senead O’Conor)와의 궁합도 썩 나쁘지 않다. 물론 [Blue Line]이나 [Mezzanine] 같은 음반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흠 잡을 구석은 없다(어쩌면 그게 문제일지도…).

5. [Body Language] – Kylie Minogue
– 뭐 이 아주머니의 음악을 대단하다고 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이 음반엔 “Can’t Get You Out Of My Head” 같은 훅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도 이 정도 원숙한 댄스팝을 들려주는 여성 가수는 현재 카일리 미노그가 유일하다.

사족 : 2003년 팝스계 – 이 정도로 수작이 많이 나왔던 해는 정말 오랜만이다. 한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하지만, 난 대단한 음반 한 장과 쓰레기 같은 음반 99장 보다는 괜찮은 음반 100장이 더 좋다.

신현준
당신이 절대 후회하지 않을 한국 대중음악의 고전들 10선

2002년부터 한국 대중음악계에 대해서도 ‘고전 발굴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봐야 [weiv] 독자들처럼 ‘세상은 넓고 들을 음악은 많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그리고 주머니에 돈도 넉넉치 않은 사람들에게 이런 작업들이 실감있게 다가올 리는 만무할 것도 압니다.

그래도 이 음반을 사 두면 나중에 이런저런 용도로 사용될 일이 있을 겁니다. 우선은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에 부모님께 선물로 드리면 좋을 것입니다. 물론 부모님이 이미자와 나훈아가 전부인 줄 아는 분이라면 곤란하겠죠. 아, 집에 턴테이블이 없어도 곤란하겠네요.

더욱 실용적인 용도는 잘 보관했다가 나중에 희귀본이 되면 비싼 값에 되팔 수도 있을 겁니다. 수요자가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꽤 있으니 값 내려갈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면 각설하고 2003년에 나온 음반들 가운데 ‘가보’로 가지고 있어도 좋을 음반들 10종을 소개해 봅니다. 아무래도 발매된 타이틀이 많지 않아서 특정 시대의 작품과 특정 레이블에 치중된 면이 있습니다만 아무튼 진행합니다. 아, 참 ‘순위’는 매기지 않고 ‘순서’만 참고하십시오.

김정미 [Now] (Merry Go Round BMRL K1) – LP
– 육감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신중현의 ‘소울․싸이키 가요’의 최고봉.

박경 [Experimental Naked Eyes] (DL-10017, 1990/2003) – CD
– ‘전인권도 울고 가고, 김현식도 피해 갔다’는 방랑의 가객, 그 생전의 절규.

히 식스 [히 식스와 함께 고고를! vol.1/vol.2](Merry Go Round BMRL K 7~8, 1971/2003) – 2LP
– ‘경음악’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불렸던, 즉흥 잼 연주의 절정의 순간.

데블스 [획기적인 쏘울과 싸이키델릭의 6인조(제2집)] (Merry Go Round BMRL K4) – LP
– 그룹으로 음악을 하려면 이들처럼. ‘쇼맨십’을 부리려면 이들처럼.

키 보이스 [그녀 입술은 달콤해] (레트로 뮤직 RMLP-0001, 1964/2003) – LP
– 단지 그것이 ‘최초’였다는 이유만으로? 아니 이것저것 재고 가리지 않는 원초성(primitivism)의 미학.

김의철 [김의철 노래 모음] (솟대/Round, 1974/2003) (1974/2003) – CD/LP/박스세트
– 한국 포크가 ‘통기타 가요’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이 음반을…

윤용균/더 멘 [내 곁에 있어주오/거짓말이야] (Merry Go Round BMRL K5, 1973/2003) – LP
– 23분에 달하는, 길고 몽환적이고 막 나가는, ‘거짓말같은’ 그 시절의 기록.

히 식스 [당신은 몰라/아름다운 인형(5집) (Bihaengsun GBRL 1, 2003) – LP
– 신중현의 그룹을 제외한 한국의 ‘그룹 사운드’는 별 볼 일 없다는 편견을 버려!

신중현과 퀘션스 [In-a-Kadda-da-Vida] (Merry Go Round BMRL K6) – LP
– 서울 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에서 헤비 기타의 리프가 울려퍼지던 날의 기록

신중현과 엽전들 [신중현과 엽전들 1집] (SJHMVD 0009, 1974/2003) – CD
– ‘록 음악’이 한국적일 수 있고, 나아가 ‘대중가요’일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한, 그러나 이상하게 ‘현대적으로’ 믹싱된 판본.

장육
Best Albums (orderly)

1. The White Stripes, [Elephant]
– 그들이 굳건히 지키고 있는 원초적 로큰롤의 영토. 네오 거라지 록은 그래도 희망적이다.

2. The Rapture, [Echoes]
– 주체할 수 없는 광희에 전율하며 나는 서서히 중독되어 갔다.

3. Radiohead, [Hail To The Thief]
– 흠 잡으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감탄하고만 21세기 록 사운드의 때 이른 경지.

4. M. Ward, [Transfiguration of Vincent]
– 유려한 멜로디와 진득한 훅으로 빚어진 젊고 소박한 컨트리 록의 매력. 어쿠스틱 기타, 하모니카, 플란넬 셔츠, 그랜대디(Grandaddy), 그리고 데이빗 보위!

5. The Wrens, [The Meadowlands]
–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어제 만난 친구처럼 편안하게 미소짓다. 황량한 초원의 창고 속에서 세월을 버텨낸 농익은 음률들. 나는 “Happy”를 한 백번은 들었던 것 같다.

6. Yeah Yeah Yeahs, [Fever To Tell]
– Fever to listen! 라이엇 걸의 도발성과 노련한 록 싱어의 기교를 동시에 지닌 캐런 오(Karen O)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

7. Basement Jaxx, [Kish Kash]
– 2003년의 일렉트로니카 씬에서 건져 올린 퍼덕거리는 대어, 충격적인 광기의 그루브.

8. Super Furry Animals, [Phantom Power]
– 브릿팝은 아직 죽지 않았다. 우주로 날아가 버린 라디오헤드의 빈자리를 지키고 있는 슈퍼 퍼리 애니멀스의 노련한 수작.

9. 더더(The The), [The The Band]
– 처참한 흉작으로 막을 내리고 있는 2003년 국내 대중음악계이기에 이 앨범의 존재는 더욱 큰 위로가 된다. 다만 더더의 용각산 광고는 최악이었다.

10. Mojave 3, [Spoon and Rafter]
– 이토록 고즈넉하게, 이토록 황량하게, 이토록 변함 없이 아름다운, 이토록 질긴 그들과의 인연.

Best Singles (without order)
1. Yeah Yeah Yeahs – Y Control
2. Mojave 3 – Starlite No. 1
3. My Morning Jacket – Golden
4. Longwave – Everywhere You Turn
5. M. Ward – Outta My Head
6. The Minus 5 – The Days of Wine and Booze
7. Lowlights – How Does It Feel
8. The Wrens – Happy
9. Tobin Sprout -Doctor #8
10. Yoko Ono & Yo La Tengo – Hedwig’s Lament/Exquisite Corpse – in [Wig In a Box (Hedwig Tribute)]

Worst Albums (without order)

1. Limp Bizkit, [Results May Vary] – 할 말 없다.

2. Metallica, [St. Anger] – 곱게 늙어 가는 법을 배워야 할 퇴역 헤비 메탈리스트들의 발악. 그 옛날 이들에 대해 열광했던 추억이 부끄럽게 되지 않기를……

3. Liz Phair, [Liz Phair] – 그저 그런 ‘여자 가수’로 전락하는 것인가. 그녀가 옷과 함께 벗어 던진 도발적 얼터너티브 록 스피릿.

4. Evanescence, [Fallen] – 톨스토이는 “(인간이) 천사의 흉내를 내다가는 짐승이 된다”라고 말했다. 나는 “얼치기 메탈 밴드가 고딕 흉내를 내다가는 에버네슨스가 된다”라고 말하련다.

5. Kings of Leon, [Youth & Young Manhood] – 복고주의 록은 그냥 되는 게 아니다. 메이저 음반사와 주류 언론의 전형적인 스타 밴드 협작 프로젝트.

6. 별(Byul), [83] – 무엇을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7. Zwan, [Mary, Star Of The Sea] – 그래도 한 때 빌리 코건을 좋아했다. 그리고 이 앨범을 듣고 차라리 그를 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8. Pink, [Try This] – trash this! 사이비 걸 펑크의 이미지를 도용한 무섭도록 천박한 댄스 팝.

9. 노브레인(No Brain), [안녕, Mary Poppins] – 조선 펑크의 열혈남아들, 사탕발림의 세계를 기웃거리다. 어울리지 않게…

10. 윤도현 밴드, [YB Stream] – 노래방에서 딱 한 번 불러본 “잊을께”. 장쾌하게 한국 록 음악을 말아먹고 있다.

Overrated Albums(without order)

1. Mars Volta, [De-Loused In The Comatorium] – 이것은 흉측한 카오스다. 오히려 앳 더 드라이브인(At The Drive-In)을 더욱 그리워하게 한 무의미한 소음의 남발.

2. Strokes, [Room On Fire] – 이 앨범을 과대평가 앨범으로 꼽는 것 자체가 진부하지만 할 말은 하자. 세련된 빈티지 룩을 입은 스타 팝 밴드의 록 음악 착취하기.

3. Muse, [Absolution] – 누군가를 연상시킨다는 것은 때로는 치명적인 결함이 된다. 톰 요크는 뭐라 말할까.

4. Xiu Xiu, [A Promise] – 혁신성보다는 앙상한 공격성만이 점철되어 있는 난장판. 그리고 무정형의 노이즈를 구사한 밴드는 한 둘이 아니다.

5. The Shins, [Chutes Too Narrow] – 가끔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의 잔치가 벌어진다. 지성적이지만 매력 없는 진부한 백인 취향 인디 팝.

Underrated Albums (without order)

1. Black Rebel Motorcycle Club, [Take Them On, On Your Own] – 그들이 아직까지 고집하고 있는 거칠고 남성적인 노이즈 록의 세계. 지저스 앤 메리 체인(The Jesus and Mary Chain)의 환영만 거둬낸다면 평가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2. Beulah, [Yoko] – 철저히 무시되었지만 “Hovering”과 같은 로맨틱한 곡을 담고 있는 국내 취향 인디 팝. 유명 스트리밍 사이트에 이 앨범이 올라와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3. Spiritualized, [Amazing Grace] – 의외로 야박한 평을 들은 역설과 파격의 실험작. 드림 팝과 거라지 록을 조합한 기발한 시도.

4. Califone, [Quicksand/Cradlesnakes] – 성긴 노이즈와 친숙한 멜로디가 공존하는 비교적 듣기 편한 익스페리멘탈 록.

5. Lowlights, [Lowlights] – 스치듯 흘러가는 일상속에서 놓친 음의 美光, 2003년 가장 소박한 하이라이트는 그들이었다고 수줍게 말하련다.

Disappointing Albums (without order)

1. Grandaddy, [Sumday] – 더 이상 달콤하지 않은 전자오락실 로-파이 음향. [The Sophtware Slump]까지가 좋았다.

2. Yo La Tengo, [Summer Sun] – 리뷰를 쓰며 가장 아쉬웠던 앨범. 나는 아직 그들을 사랑한다.

3. Blur, [Think Tank] – 공들인 노작이지만 예상을 뛰어넘지 못했다. 아, 이제 블러마저 명을 다해 가는가.

4. Broadcast, [Haha Sound] – 데뷔 앨범이 너무 좋았기 때문일까. 약발이 떨어진 전자음을 담은 두 번째 외계파.

5. Fog, [Ether Teeth] – 비트와 선율을 상실한 채 더욱 알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든 자폐적 뮤지션의 음울한 골방.

차우진
2003 Private Favorite Albums

Radiohead [Hail To The Thief]
: 기대하거나 기대하지 않거나, 이미 라디오헤드는 자기 궤도를 그리며 비행 중.

The Wrens [The Meadowlands]
: 한 해의 끝에서 건져올린 대물, 이게 바로 손맛.

Mojave 3 [Spoon and Rafter]
: 여전히,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박하고 아름다운 사운드를 어떻게 거부할 것인가.

The Postal Service [Give Up]
: 쿨한 그들. 술 한 잔 나누고 싶은, 혹은 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오케이?

White Stripes [Elephant]
: 더욱 견고해지다, 하드록의 유머와 원시성의 21세기적 재현.

코코어 [Super Star]
: 계속 발전해간다, 앞으로 제치고 나아간다. 이들과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은 행운.

푸른새벽 [Blue Dawn]
: 가라앉을 만큼 가라앉아도 더 내려갈 곳이 있더라, 2003년 가장 매력적인 인디 음반 중 하나.

뜨거운 감자 [U Turn]
: 2% 모자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의 마음.

피터팬 컴플렉스 [Radiostar]
: 방에서 듣지 마세요, 자전거 타기 BGM의 베스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Infield Fly]
: 소박한 사운드, 소박한 가사, 소박하지 않은 음반

2003 Private Favorite Compilations

HEDWIG AND THE ANGRY INCH 2: WIG IN A BOX (TRIBUTE)
: 영화이면서 영화가 아닌, 개인적으로 몰래 품은 일생의 영화 중 하나, 헤드윅을 사운드로 재해석하다.

하나뮤직 옴니버스 음반 [꿈]
: 빛의 속도의 시대를 자기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느리지만 매혹적인, 아니 차라리 그것은 공동체를 향한 느린 걸음.

빵 컴필레이션 2 [Lawn Star]
: 날 것의, 거친, 조악한, 그러나 인정하고 좋아할 수 밖에 없는.

Happy Robot Compilation
: 때로는 이국적인 취향이 그리울 때도 있다, 사무치게.

여행자의 노래
: 길에서 시작해서 길에서 끝나다, 반드시 길 위에서 들을 것.

2003 Private Favorite Original Sound Tracks

Kil Bill OST
: 영화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완결적인, 부가적이 아니라 전체적인 지도를 그려주는 음악들. 더불어 쿠엔틴 타란티노에게만 있는 어떤 것.

Love Actually OST
: 사랑과 위악은 동전의 양면. “Christmas Is All Around”를 부른 지글거리는 음색에 원츄!

선택 OST
: 타악 그룹 공명 출신 최윤상의 역작, 타악기와 신서사이저, 그리고 오케스트레이션의 조화로운 결합, 영화가 미처 채우지 못한 공간을 사운드로 메우다.

별의 목소리(animation)
: 우주전쟁 시대의 러브스토리, 돌비 디지털 5.1 채널 시대의 bgm.

최민우
2003 베스트

1. Dizzee Rascal [Boy In Da Corner]
– 에너지로 꽉 찬 이 음반은 힙합에 ‘젊음’을 수혈하고 있다. 물리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2. Postal Service [Give Up]
– 21세기의 펫 샵 보이스라는 말에 동의한다. 멜랑콜리한 무드와 선율, 전자음의 쿨한 감성을 모두 갖춘 탁월한 팝 음반.

3. Basement Jaxx [Kish Kash]
– [Rooty]와 이 음반의 관계는 [The Bends]와 [OK Computer]의 관계와 같다. 스타일에 대한 야심과 댄스 음악의 활기찬 단순함이 놀랍도록 조화를 이룬 멋진 예.

4. Radiohead [Hail To The Thief]
– ‘연말 베스트용 음반’이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어떤 ‘경지’에 오른 커리어를 이런 식으로 균일하게 끌고 가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5. The Rapture [Echoes]
– 댄스 플로어 비트와 펑크 록이 SM 플레이를 하는 음반. 듣고 있는 동안만큼은 듣기 싫은 부분이 나와도 빨간 구두의 아가씨처럼 계속 움직이게 된다. 아웃 허드와 !!!과 비슷하게 엮일 수도 있겠지만, 이들이 훨씬 더 냉소적이다.

6. Super Furry Animals [Phantom Power]
– 장난기 가득한 로큰롤 넘버와 쓸쓸한 싸이키델릭 팝. 감동인지 존경인지 분간이 안가는 마음가짐으로 듣다 보면 어느새 음반이 끝난다.

7. Outkast [Speakerboxxx/The Love Below]
– 메인스트림 힙합 씬의 백과전서파가 내놓은 이 음반은 힙합의 미래를 비추는 마술 거울보다는 미래가 보이는 척 하는 사기꾼 점술사에 가깝다. 그러나 대개 미래란 그런 식으로 정해지지 않던가.

8. Manitoba [Up In Flames]
– 목가적인 IDM? 포 텟(Four Tet)의 [Rounds]와 더불어 이 음반은 IDM이 [A.I.]의 꼬마 로봇처럼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처럼 들린다. 그게 아니라도 지골로 로봇 정도는 되겠지.

9. Joe Strummer & The Mescaleros [Streetcore] / Warren Zevon [The Wind]
– 이 두 음반은 해당 뮤지션의 죽음으로 인해 다소 과장된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 들어 있는 소리의 퀄리티까지 무시할 수는 없다. 스트러머는 클래쉬 이후 가장 유쾌하고 안정된 소리를 들려주고, 워렌 제본의 유작은 삶에 대한 욕망, 죽음에 대한 두려움, 달관한 인생철학이 교차하면서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남긴다. 둘 다 겉보기와는 달리 쉽게 낼 수 있는 소리는 아니다.

10. Xiu Xiu [A Promise]
– ‘의외로’ 귀에 잘 들어온다. 이 음반이 ‘멜로디’를 무시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어쨌든 [Knife Play] 정도는 아니다. 끊임없이 소외 효과를 유도하는 사운드는 청자의 몰입을 방해하지만 이내 그 반작용으로 음반에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번외편

11. 더더 [The The Band]
– 2+2=5. 시의적절한 발전을 보이는 감성적인 음악. 시장에서 통하지 않았다는 점은 지금 생각해도 유감이다.

12. Blood Brothers [Burn, Piano Island, Burn]
– 간만에 임자를 만난 로스 로빈슨. 이 친구들 다루느라 무척 애 먹었을 것 같다. 순도 100%의 과격함으로 똘똘 뭉친 진짜 하드코어 펑크.

13. White Stripes [Elephant]
– 정말로 이들은 레드 제플린이 되고 싶은가 보다. 이미 사라진 줄 알았던 로큰롤의 어떤 ‘체취’가 살아 있다. 단, 다음 음반은 보장 못한다.

14. Prefuse 73 [One Word Extinguisher]
– 앱스트랙트 힙합이 모두 DJ 섀도 같은 건 아니다. 글리치와 힙합 그루브를 발군의 솜씨로 조화롭게 구겨넣은 음반.

15. Yeah Yeah Yeahs [Fever To Tell]
– 찢어진 망사 스타킹과 금목걸이 패션을 음악으로 옮겨놓은 듯한 이 음반은 적당히 더럽고 엉성하게 매끈하며 무지막지하게 계산적이다. 매력치고는 좀 난삽한 매력이지만 그렇다고 매력이 아닌 건 아니다.

16. Jay-Z [The Black Album]
– 제때 떠나는 모습은 멋있다. 컴백만 안한다면. 나스는 심심하겠군. MTV 힙합의 모범적인 성과.

17. Kelis [Tasty]
– 넵튠스의 가공할 비트에는 그저 입이 벌어질 뿐. 훅도 충실히 보강했으니 이번엔 제대로 성공하길.

18. British Sea Power [The Decline Of British Sea Power]
– 다소 흔한 감동. 하지만 감동 자체가 요즘은 흔하지 않다.

19. Delgados, [Hate]
– 발매 시기를 이상하게 타는 바람에 잊혀져버린 비운의 음반. 여전히 자학하는 로 파이 챔버팝.

20. 푸른새벽 [Bluedawn]
– 빵에서 나온 ‘빵스러운’ 음반. 소리의 여백이 좀 과하다 싶을 때가 있지만 그 여백이 주는 효과도 만만치 않다는 점 때문에 무승부.

21.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사랑의 유람선]
–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소리.

과대평가

곧 나올 서태지의 신보
– 만약에 안하던 스타일을 하게 될 경우, 선각자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Blur [Think Tank] – 잘 만든 소리라는 것은 알겠다. 범작 이상의 음반이라는 것도 알겠다. 그러나 페미 쿠티까지 언급하며 호들갑을 떤 외지의 평가는 이해가 안 간다.

Mars Volta [De-Loused In The Comatorium] – 드림 씨어터의 하드코어 펑크 버전. 본능에 따르는 프로그레시브. 모순으로 가득찬 계산된 소음.

Strokes [Room On Fire] – 처음 들었을 때 모두들 듣기 좋다고 말했다. 슬슬 질릴 때가 되었으니 다시 물어보고 싶다.

이적 [2적] – 만약 시장이 ‘정상적’이었다면 이런 음반의 수명은 석 달이었을 것이다. ‘음악성 있는’ 음악이 ‘대접’받는 상황이 너무 오래 계속되고 있다.

Darkness [Permission To Land] – 좋아, 머틀리 크루. 앤드류 W.K.와 아름다운 경쟁을 해 보라구.

Shins [Chute Too Narrow] – 성실하고 꼼꼼하게 만든 아름다운 인디 록. 그런데 자꾸 평론가용 밴드라는 생각이 든다.

과소평가

곧 나올 서태지의 신보
– 만약에 하던 스타일을 할 경우, 밑천이 바닥났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Cat Power [You Are Free] – 다들 잔혹할만큼 관심이 없었다.

My Morning Jacket [It Still Moves] – 전작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실망했을지 모르지만 맥주 파트너로 이보다 더 좋은 음반이 얼마나 있을까.

Hidden Cameras [The Smell Of Our Own] – 이 명랑상큼한 챔버 팝은 놀랄 만큼 천대받았다. 벨 앤 세바스찬이 인기있는 나라에서는 어쩔 수 없나 보다.

Spiritualized [Amazing Grace] – ‘오 마이 걸’과 ‘할렐루야’. 이 둘을 신실하게 일궈내는 밴드는 별로 없다.

Massive Attack [100th Window] –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 이 음반은 2년 차쯤 되어 보인다. 그런데 벌써 다들 3년이 넘은 걸로 취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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