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h Gibbons & Rustin Man – Out Of Season – Go Beat/Sanctuary, 2002/2003 부서진 영혼의 목소리 제프 배로우(Geoff Barrow)와 (어쩌면 ‘영원’이 될지도 모를) 잠시 떨어져, 톡 톡(Talk Talk)의 베이시스트인 폴 웹(Paul Webb, 혹은 러스팅 맨(Rustin Man))과 작업한 베스 기븐스(Beth Gibbons)의 솔로작 [Out Of Season](2002)은 베스 기븐스가 보컬리스트로서 자신만의 ‘경지’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음반이다. 황량한 바람소리에 이어지는 애절한 포크(folk) 넘버 “Mysteries”는 [Out Of Season]이 제프 배로우가 빠진 ‘반쪽짜리’ 포티스헤드의 음반이 되리라는 우려를 기우로 만들어버린다. [Out Of Season]은 전자음향에 기대지 않은, 베스 기븐스의 ‘노래’의 파급력을 오롯이 전달하는 보컬음반이다. 폴 웹은 어쿠스틱 기타에서부터 브라스, 올갠, 무그 신디사이저, 오케스트레이션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소리의 층를 쌓아가지만, 이는 베스 기븐스의 보컬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내에서 그녀의 감정전달을 충실히 보조하는데 머무르며 포티스헤드와는 다른 사운드 영역을 구축해간다. 음반을 들으면서 느끼게 되는 것이라면, 포티스헤드의 힙합 리듬에 기반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베스 기븐스의 ‘아날로그’적 보컬이 만들어내는 극적 대비도 출중하지만, 그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상의 음악은 바로 자신의 목소리 ‘자체’만을 부각시키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데뷔작이었던 [Dummy](1994) 때부터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한 베스 기븐스이지만, [Out Of Season]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이전 그녀가 확립한 경지마저 뛰어넘는다. 그녀의 목소리는 (소녀적인) 한없이 여리고 로맨틱한 음색을 보임과 동시에, 마치 노인과 같은 황량함과 공허함을 표현하는 데에도 천부적인 자질을 드러낸다. “Sand River”나 “Resolve”, (닉 드레이크(Nick Drake)에 대한 헌정인)”Drake” 같은 비교적 평이한 포크팝 넘버를 ‘잊을 수 없는 곡’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오로지 그녀의 보컬이 갖는 양면적인 흡인력에 기인한다(이 곡들에서 그녀는 니코(Nico)이다). “신은 내가 인생을 얼마나 흠모하는지 알거야”와 “삶에 너무 지쳤어”라는 가사를 같은 곡(“Mysteries”) 안에서 소화해 낼 수 있는 싱어는 베스 기븐스 뿐일 것이다. 그녀의 음색의 다재다능함은 “Show”와 “Romance” 같은 곡을 통해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Portishead](1997)에서도 이러한 재즈 싱어로서의 역량을 드러낸 베스 기븐스이지만, 상기 두 곡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부활한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처럼 질척한 감정을 표현해낸다. 또한 “Spider Monkey”는 마치 놀이동산의 ‘신밧드의 모험’에 배경음악으로 깔릴 듯한 신디사이저 소리와 음산한 베스 기븐스의 보컬이 점차 감정을 고조시켜나가는(하지만 결국은 내파되고 마는) 곡으로서, [Out Of Season]이 청자에게 제공하는 감상을 가장 극대화 시켜 보여주는 트랙이다. [Out Of Season]은 로맨틱한 겨울 음반이다. 하지만 그 ‘겨울’은 뽀송뽀송한 눈 내리는 온정 넘치는 크리스마스 거리가 아닌, 혹독한 추위를 피해 한없이 몸을 웅크린 채 그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황량한 벌판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피치포크(Pitchfork Media)의 “어쩌다 대단한 목소리를 타고나버린 정말 빌어먹게 비참한 여자”라는 비아냥도 수긍 가는 구석이 있지만, [Out Of Season]은 그녀가 제시한 여성싱어의 한 전형(자폐적이고 상처 입은 삶을 드러내는)이 여전한 호소력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아직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아류’가 등장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20031217 | 김태서 uralalah@paran.com 8/10 * 사족 : 2003 10월 발매된 [Out Of Season]의 미국 발매반에는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ound)의 “Candy Says” 라이브 커버송이 추가되었다. 수록곡 1. Mysteries 2. Tom The Model 3. Show 4. Romance 5. Sand River 6. Spider Monkey 7. Resolve 8. Drake 9. Funny Time Of The Year 10. Rustin Man 11. Candy Says 관련 글 Portishead [Dummy] 리뷰 – vol.3/no.13 [20010701] 관련 사이트 Beth Gibbons & Rustin Man 공식 사이트 http://www.bethgibbo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