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22011720-noisecat노이즈캣(Noise Cat) – Noise Cat (EP) – Dark Horse/Orangeshake Records, 2002/2003

 

 

엉뚱한 라떼르를 붙인 노이즈 남용물

2000년대 들어 해외 록 씬에는 네오 거라지 록(neo garage rock)으로 명명되는 복고풍 로큰롤 열풍이 불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록 음악판 자체의 상황도 열악하기 그지없지만 그나마 생산되고 있는 작품들도 예쁘고 감성적인 소위 ‘모던 록’이 아니면 반대로 현란한 핌프 록 스타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그런지 록이 몇 년 지나 한국 인디 씬을 점령했듯이 조금 있으면 거라지 록을 지향하는 밴드들도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날 지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아니다.

이런 정황에서 일단 눈에 띄는 앨범 하나가 있다. 영국의 인디 밴드 제로스타(Zerostar)에서 기타를 치던 한국인 뮤지션 노이즈캣의 솔로 프로젝트 앨범인 [Noise Cat]이 EP이긴 하지만 네오 거라지 록이라는 과감한 라떼르를 붙이고 발표된 것이다. 그러나 잔뜩 유발되었던 호기심이 허탈함으로 뒤바뀌는 데는 이 앨범의 러닝 타임만큼 짧은 시간이 걸렸다. 욕설이 섞인 영국 억양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되는 “Fill It Up”은 맨체스터 씬에서 활동한 경력답게 업비트의 발랄한 기타 플레이로 전개되고 있는데, 곡의 느낌은 리버틴스(The Libertines) 정도에 가까운 듯 하지만 다소 상투적인 보컬 멜로디와 썰렁한 엔딩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티니 밥(teeny bop) 같은 상큼한 멜로디를 함유한 “Shine”, 해먼드 올갠의 출렁거리는 느낌을 의도한 듯 강하게 에코를 건 기타 음에 살랑거리는 허밍을 조합한 “Days Blow By”, 차분한 어쿠스틱 기타 백킹으로 진행되다 강렬한 피드백 노이즈와 함께 변조되어 우악스러운 기타 애드립으로 마감하는 “Phase”까지 과도한 퍼즈 톤의 노이즈에 둔감한 보컬 하모니만을 얼버무려 놓았을 뿐 복고주의적 방식과는 무관해 보인다.

홍보자료의 과감한 선전문구에 비해 내용물이 부실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요인은 더 있다. 먼저, 무의미한 노이즈를 남발하는 기타 음으로 인해 보컬은 웅얼거리기만 할 뿐 표현력과 가사 전달력이 떨어지고 있다. 또, 역시 기타 노이즈의 장벽에 막혀 세션 연주로 삽입된 베이스와 드럼 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그만큼 리듬감을 상실하고 만다. 특히 이것이 로-파이한 질감을 노린 의도적 작법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운드 퀄리티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본토의 록 씬에서 경력을 쌓은 우리 뮤지션의 야심찬 작품이라는 점은 일단 반갑지만 완성도와 독창성 면에서 드러나는 음악적 한계는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그리고 늘 느끼는 것이지만 해외 유행 트렌드를 별 생각 없이 가져다 붙이는 레이블과 평단의 관행은 제발 좀 자제되었으면 한다. 20031213 | 장육 jyook@hitel.net

3/10

수록곡
1. Fill It Up
2. Shine
3. Days Blow By
4. Noise Island
5. Ph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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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노이즈캣 공식 사이트
http://www.thenoiseca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