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El) – Soft Breeze (EP) – 버블검사운드, 2003 21세기 캥거루를 위하여 라틴어로 ‘빛나는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밴드 엘(El)은 1999년에 결성되어 2003년 여름 데뷔 EP [Soft Breeze]를 발표했다. “캥거루를 위하여”, “Real n’ Fake”, 그리고 “호텔 아프리카”와 같은 매력적인 곡을 들려주고 있는 엘은, 모두 7곡이 수록된 이 음반에서 드림 팝적인 감수성을 가진 전기 기타 음악과 따라부르고 싶게 만드는 멜로디가 공존하고 있는 트랙들로 채웠다. 특히 이강주의 [캥거루를 위하여], 박희정의 [호텔 아프리카]에서 모티브를 빌려온 곡들은 서정적인 기타 연주와 보컬로 구성되어 있는데 “캥거루를 위하여”의 기타 리프와 “Real n’ Fake”의 터질듯 내지르는 사운드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음반에서 귀에 걸리는 곡들은 어딘지 어색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 곡들이 모두 결성 시기 즈음에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들의 사운드는 왠지 모르게 1990년대 중반과 후반 어디쯤에서 정지해있는 듯 한 느낌을 준다. 물론 그것이 이들에게 장점으로 작용할지 장애로 작용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성이후 음반을 발표하기까지 걸린 시간만큼 고민하고 고치고 다듬은 느낌의 사운드는 어딘지 따뜻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물론 거기에는 모자란 부분도 있고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도 존재한다. 데뷔 음반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결핍과 과잉이 오롯이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미흡함과 과잉 정서가 공존하고 있는 이들의 사운드와 가사에는 쉽게 나올 수 없는 고민이 녹아있다. 그것만으로도 이 오래된 밴드의 따끈한 데뷔 음반에 대한 평가는 긍적적이다. 사족처럼 말하자면, 1990년대에 청년 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창작물에는 어떤 공통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것 같다. 엘의 경우에는 1990년대를 대표하던 작가였던 이강주와 박희정의 이름을 2003년에 다시 환기시키고 있다는 점이 어떤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같다. 그 시절을 관통하던 어떤 정서가 지금 어떤 의미를 다시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호기심과도 같은 맥락일 듯 하다. 가사에 대한 비중, 사운드의 낡은 느낌, 어떤 향수와 정서를 자극하는 것은, 일종의 1990년대가 앞으로 어떤 느낌으로 재현될 것인가, 라는 호기심이다. 2003년 말미에 이르러서 세기말의 정서를 언급한다는 것이 시대착오적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1990년대에 청년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닿아있는 정서가 그들의 음악으로 발현된다는 것, 혹은 그 시절의 음악이 바로 지금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감수성을 자극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파장으로 전개될까. 엘의 음악은, 정작 본인들과는 상관없을지도 모를 이런 질문들과 단상들을 떠올리게 한다. 20031214 | 차우진 lazicat@empal.com 5/10 수록곡 1. Soft Breezes(Intro) 2. 캥거루를 위하여 3. Real n’ Fake 4. Natural High 5. 괜찮아질거야 6. 난다 7. Hotel Rfrica(Outro) 관련 글 intro: 데뷔 EP음반의 전성시대 – 인디밴드들, 나홀로 데뷔하다 – vol.5/no.24 [20031216] 엘(El) [Soft Breeze](EP) 리뷰 – vol.5/no.24 [20031216] 위스키리버(Whisky River) [Oldness Style Confusing](EP) 리뷰 – vol.5/no.24 [20031216] 눈뜨고코베인 [파는 물건](EP) 리뷰 – vol.5/no.24 [20031216] 노이즈캣(Noise Cat) [Noise Cat](EP) 리뷰 – vol.5/no.24 [20031216] 이스페셜리 웬(Especially When) [The Evening Air](EP) 리뷰 – vol.5/no.24 [20031216] 프리키(Freaky) [b1](EP) 리뷰 – vol.5/no.24 [20031216] 관련 사이트 엘 다음 까페 http://cafe.daum.net/band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