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락(Gosrak) – Collage – 12 Monkeys/Sony Music, 2003 현재를 응시하는 과거의 눈 고스락의 데뷔 음반에 대한 [weiv]의 평가는 “새로운 시도를 감행한 곡들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허전한 듯한 인상을 주는 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고스락 스타일, 즉 훵키한 스타일의 곡들은 꽉 차고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였다. 이경원의 솔로 프로젝트 형식으로 2년만에 발매된 고스락의 두 번째 음반은 이와 정 반대이다. 예전 멤버와 같이 만든 ‘훵키’ 사운드는 어색해진 반면 이경원 혼자만의 작업물은 비교적 자연스럽다. 솔로 프로젝트 형식으로 거듭나게 된 까닭이 멤버들과의 ‘심각한’ 음악적 견해차에 있었던 것은 아닌가, 라는 추측이 가능할 정도이다. 깔짝거리는 기타와 곧이어 쭉 뻗는 신서사이저 혼, 슬그머니 둥둥거리는 베이스의 인트로로 시작하는 “Journey The World”는 아마도 음반에서 가장 균형잡힌 곡일 것이다. 매끄러운 훅을 갖고 있는 이 곡은 그 훅만큼이나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나 그 뒤를 잇는 (‘Past’라고 이름붙인) 두 곡, “Coming Out”과 “X-tasy”는 재차 들어도 어색하다. 듣는 내내 배킹 코러스와 연주, 래핑이 따로 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Coming Out”같은 곡에서 시도하는 ‘선동’에 넘어갈 사람이 그리 많을 것 같지는 않다. ‘당신도 알 거 다 알면서 너무 빼지 마’ 식의 가사는 2003년에 듣기에는 민망하다. ‘Present’라고 명명한 나머지 곡들은 이경원의 현재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들려주고 있다. “오후에 뜨는 달”부터 시작되는 이 흐름은 ‘과거’를 상기하는 듯한 “올챙이” 정도를 제외한다면 일관된 흐름을 갖고 있다. 하나음악의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간소한 포크 발라드와 모던 록’이라고 부르면 적절한 말이 될까. 에둘러 말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구식 가요’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오후에 뜨는 달”과 “서영”을 제하고는 딱히 인상에 남는 곡이 없다는 점도 고스락의 ‘현재’에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 음반의 구성이 EP 두 장을 이어붙인 것처럼 일관성이 없다는 점은 고스락이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를 정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음악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현재’를 흡수하지 않았다는 점은 음반의 한계가 될 지 모르겠다. 만약 과거를 떨치고자 마음먹었다면 좀 더 ‘독하게’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대중음악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방법은 언제나 ‘미래’를 생각하는 일이 될 것이다. 현재의 위치에서 현재만을 바라볼 때, 음악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대중음악의 속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번 음반이 아쉽다. 20031202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4/10 수록곡 1. Journey The World 2. Coming Out 3. X-tasy 4. 오후에 뜨는 달 5. 서영 (샤랄랄라) 6. Child 7. Lean On Me 8. 올챙이 9. 눈 10. Child (Instrumental) 관련 글 고스락 [Monologue] 리뷰 – vol.3/no.3 [20010201] 관련 사이트 고스락 공식 홈페이지 http://www.jhand.net 12 Monkeys 홈페이지 http://www.blue31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