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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tney Spears – In The Zone – Jive, 2003

 

 

여전히 재능 없는 연예인의 변신과 기로

일단 이 뜬금 없는 리뷰에 의아할 사람들이 많으리라 예상된다. 유난히 화제작이 많았던 2003년의 대미를 장식하기라도 하듯 드디어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정규 4집 앨범 [In The Zone]이 출시되었다. 특히, 새 앨범 홍보를 위해 현재 내한해 있어 국내 팬들은 더욱 흥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촌구석의 인디 록 밴드들이나 뒤지던 필자가 이 앨범의 리뷰를 맡겠다고 자청한 것은 팝 음악의 최신 사운드 작법과 트렌드를 들여다보고 주류 팝 음악계의 담론지형을 파악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앨범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주류 팝 음악계에는 여전히 담론은 없고 가십만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그쳤지만). 하지만 삐딱한 시선으로 블록버스터 틴팝의 상징적 존재에 대해 설을 풀어놓을 의도는 없으며, 그녀의 사생활을 둘러싼 주류 언론의 정신산란한 가십에 이 아까운 지면을 할애할 생각도 없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그녀 스스로 음악으로 승부하고자 하는 욕심을 보이고 있기에 철저히 음악적 공과를 살펴보는 것이 평자의 예의일 것이다.

일단 앨범의 외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브리티니의 이전 앨범 모두를 제작했던 맥스 마틴(Max Martin)이 빠졌다는 사실이다. 작곡, 연주, 프로듀싱 등 뮤지션으로서 별다른 재주가 없는 아이돌 스타에게 유능한 프로듀서의 도움은 결정적이지만 그만큼 예속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깨달았을 수도 있고 둘 사이에 뭔가 의견충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정확한 사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브리트니는 앨범의 안정적인 품질을 보장해줄 자신의 최대 조력자를 버리는 대신 다양한 이력을 지닌 뮤지션들과 프로듀서들을 불러들였다. 물론 브리트니 자체가 거대 기업이긴 하지만 마돈나(Madonna)의 피처링뿐만 아니라 서던 랩 듀오 잉 양 트윈스(Ying Yang Twins)의 작곡과 백 보컬, 알 켈리(R. Kelly)의 래핑, 리시 리치(Rishi Rich)의 리믹싱, 일렉트로니카 진영의 거물들인 모비(Moby)와 매트릭스(Matrix, 본명 Jamie Quinn)의 제작 참여 등 앨범 크레딧에 등장하는 일류 프로듀서, 엔지니어, 그리고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의 이름은 휘황찬란하다.

이제 그녀가 현란한 몸짓으로 유혹하는 화려한 팝의 구역(zone)으로 들어가보자. 일단 여러 번 등장하는 ‘sexy’라는 단어만 참을 수 있다면 [In The Zone]이 잘 만들어진 댄스 팝 앨범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먼저, 마돈나의 피처링으로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온 첫 싱글 “Me Against the Music”은 빠른 템포의 힙합 리듬 위로 두 여성 팝 스타가 끈적거리면서도 도발적인 듀엣 송을 주고받는 흥미로운 곡이다. 진의야 어쨌든 브리트니의 입장에서는 스스로 피처링을 자처하며 러브 콜을 보내오는 마돈나와의 작업을 통해 여성 댄스 팝의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다. 또 팝 음악에서 별로 익숙하지 않은 훈훈한 여성 멘토어(mentor) 관계로 비쳐지기도 한다. 게다가 외형상에 드러나는 레즈비언 코드도 음악적 파트너십으로 포장되었기에 2003년 MTV Video Music Award에서 마돈나와 브리트니,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가 펼쳐 보인 작위적인 레즈비언 퍼포먼스에 비해 좀 더 무게가 있어 보인다. 반면, 마돈나와의 작업은 속되게 말해 엄청난 짬밥 차이를 노출하고 말았으며, 사실 별 상관도 없는 (어떤 측면에서는 극복해야할 상대인) 왕언니의 회춘(?)을 돕고 부수입만 늘여준 꼴이 되었다는 조소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일각에서 지적하듯이 이 곡에서 브리트니의 존재는 마돈나의 카리스마에 눌려 뮤직 비디오의 화려한 댄스로밖에 기억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은 여전히 부족한 그녀의 보컬 능력이다. 약간 허스키한 신음성 같은 창법이 흑인 가수들의 성량과 기교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치더라도 다양한 스타일의 트랙들마다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백 그라운드 보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방식만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그녀 최대의 약점이다. 특히, 보컬이 더욱 두드러지게 되는 “Everytime”과 같은 발라드 곡에서 브리트니의 노래는 전혀 감미롭지도, 호소력 있지도 않다(차라리 감상적 성인 취향 발라드의 디바인 셀린 디온(Celine Dion)에게 한 수 배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없는 재능과 감각이 욕심을 부리는 데 제약이 되지는 않는 법이다. 전작 [Britney](2001)가 넵튠스(The Neptunes)의 훵키한 터치말고는 색다른 부분이 없었던 천편일률적인 앨범이었던 것에 비해(특히 브리트니가 부르는 “I Love Rock ‘N’ Roll”은 견디기 힘들었다), [In The Zone]은 앨범에 참여한 다양한 조력자들의 손길과 목소리 덕에 힙합과 훵크, 일렉트로니카, 라운지 댄스 등 다채로운 사운드와 무드를 선보이고 있다. “(I Got That) Boom Boom”과 같이 래핑이 들어간 곡들이나 “Brave New Girl”의 훵키한 리듬은 꽤나 흥겨운 그루브를 조성하고 있으며, “Shadow”와 같이 관습적 발라드에 어설프게 전자음을 삽입한 질 낮은 트랙도 있긴 하지만, “Breathe On Me”, “Toxic”, “Early Mornin'” 등 이번 앨범의 대세를 이루는 일렉트로닉 댄스 곡들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Toxic”과 같이 기타와 스트링 연주가 멋지게 삽입된 댄스 곡은 천박함과는 거리가 멀며, 목소리가 잘 어울리지 않긴 하지만 모비의 손길을 빌린 “Early Mornin'”은 달콤한 일렉트로니카 넘버로 손색이 없다. 또한, “Outrageous”와 “Me Against the Music” 리믹스 버전 등에는 인도풍 연주가 삽입되어 있고 “Touch of My Hand” 역시 중국 가요 같은 느낌의 선율을 담아 이국성을 포섭할 뿐만 아니라 들을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이제 유혹의 구역에서 나와 멀리서 바라보자. 12월 2일은 그녀의 22번째 생일이었다. 브리트니가 발표한 4장의 앨범 재킷만 보아도 감지되는 그녀의 성숙 과정은 사실 록 음악의 망조가 짙어가는 것과 궤를 같이했다(덕을 본 프레드 더스트(Fred Durst )같은 인간도 있긴 하지만). 그래서인지 복잡한 애증의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긴 골방에서 신세한탄이나 하는 주류 마초 로커들보다는 자기 변신을 꾀하며 대중들과 호흡하려는 나이 어린 연예인의 야심이 더 진솔하긴 하지만. 한편, 이제 소녀티가 완전히 사라진 그녀가 보다 깊이 있는 성인 취향의 댄스 팝으로 변신을 모색한 것은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외통수이다. 결국 성패의 관건은 음악적 변신과 성숙을 통해 10대들만의 핀업 스타라는 이미지를 과감히 청산하고 새로운 타킷으로 설정된 성인 리스너들의 깐깐한 귀와 눈을 어떻게 만족시키느냐일 것이다. 그리고 다른 뮤지션들의 도움이나 막강한 프로듀싱의 지원 없이도 앨범을 완성해낼 수 있는 ‘독립적 뮤지션’으로 거듭나야한다는 꽤나 어려운 과제도 남아 있다. 옷을 더 벗느냐 연예인이 아닌 뮤지션이 되느냐, 브리트니가 맞닥뜨린 기로이다. 20031209 | 장육 jyook@hitel.net

5/10

수록곡
1. Me Against the Music (featuring Madonna)
2. (I Got That) Boom Boom (featuring Ying Yang Twins)
3. Showdown (featuring Ying Yang Twins)
4. Breathe On Me (featuring Ying Yang Twins)
5. Early Mornin’
6. Toxic
7. Outrageous
8. Touch of My Hand
9. The Hook Up
10. Shadow
11. Brave New Girl
12. Everytime
13. Me Against the Music (featuring Madonna) Rishi Rich’s Desi Kulcha Remix

관련 사이트
Britney Spears 공식 사이트
http://www.britneyspea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