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ness, The – Permission To Land – Must Destroy Music/Atlantic, 2003 딱 20년 전 가격으로 모십니다 요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얘기. 1980년대 헤비메틀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글쎄 난,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 소식이라 솔직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하긴 요즘 듣고 있으면 예전 기억들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 짓게 되는 음반들을 자주 만나는 것 같기도 하다. 1980년대 초반 파티 록(party rock)이라 불리던 음악이 그대로 다시 재현된 듯한 앤드류 W.K.(Andrew W.K.)나 자신의 파티 록밴드를 결성한 Bret Michaels의 신보, 소위 L.A. Metal이라 불리던 X.Y.Z, 빈스 닐(Vince Neil), 새미 헤이거(Sammy Hager)의 재기작들, 쓰래쉬 씬이 다시 타오르는 듯한(이들을 메틀 코어라고 부르기도 하더군) 섀도스 폴(Shadows Fall), 힘사(Himsa), 헤이트브리드(Hatebreed), 등등. 여기 영국서 날아온 또 하나의 ‘추억은 방울방울’표 밴드가 있다. 이름 하여 다크니스(The Darkness)! AC/DC를 연상시키는 리프와 고음의 가성을 휘두르는 “Black Shuck”으로 시작하는 음반 [Permission to Land]는 그 옛날 NWOBHM(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과 초기 L.A. 메틀이 뒤섞인 듯한 음악으로 가득하다. 사운드 뿐 아니라 음반의 구성도 1980년대를 상기시킨다. 총 10곡이 수록된 음반에는 두 곡의 발라드가 들어 있는데, 이 곡들은 5, 10번 트랙에 배치되어있다. LP시절 각 면의 마지막 곡으로 무슨 규칙처럼 발라드가 수록되었던 사실을 기억하시는지? 보컬, 기타, 신디사이저를 담당하는 실질적인 브레인 저스틴 호킨스(Justin Hawkins)를 중심으로 친형제인 기타리스트 다니엘 호킨스(Daniel Hawkins), 리듬 섹션 에디 그레이엄(Eddie Graham:드럼)과 프랭키 풀레인(Frankie Poullain: 베이스)로 구성된 이 4인조 밴드는 1997년부터 활동해왔다. 웬만한 여자보다 높은 음역을 구사하는 “Get Your Hands Off My Woman”같은 곡에서 느껴지는 것은 블리츠크리크(Blitzkrieg)같은 1980년대 초반 NWOBHM의 막차를 탔던 거친 밴드들의 모습이다. 또한 초기 머틀리 크루(Motley Crue)나 콰이엇 라이엇(Quiet Riot)이 연상되는 “Stuck in a Rut”같은 곡도 이들의 음악성을 엿볼 수 있게 하는 곡이다. 두 기타리스트가 모두 레스 폴을 애용한다는 것도 이 밴드의 사운드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인데, 이 기타 사운드를 잘 살린 프로덕션 덕분에 특유의 카랑카랑한 톤이 음반 전체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진부해 지기 쉬운 음악을 정통과 개성 사이에 칼날같이 서있게 한다고 할까? 날카로운 기타 톤은 발라드인 “Holding My Own”까지도 칼칼하게 만들고 있다. 시원시원 날카로운 기타 톤과 가성을 이용하는 보컬 뿐 아니라 드럼의 경우도 화려한 심벌웍이 수시로 등장하는데 이 요소들의 합은 밴드 음악의 송곳 같은 면이 된다. 그러나 실제 음반을 찬찬히 뜯어보면 생각만큼 가벼운 사운드는 아니다. 꽤 균형 잡힌 이 사운드의 핵은 바로 단순하면서도 중심을 굳건히 지키는 베이스에 있다. 화려한 필 인이나 현란한 오른손의 기교를 들려주진 않지만 로큰롤의 기본이 살아있는 교과서적인 연주다. 몇몇 곡에서 들리는 라인은 베이스 교본에 실려 있는 패턴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일견 뻔해 보이는 이 밴드가 영국의 차트를 강타한 힘은 도대체 무엇일까? 우선 음악이다. 신선하기는커녕 구닥다리가 연상될 법한 음악임에도 자꾸 귀 기울이게 되는 것은 바로 촘촘하게 쓰인 멜로디에 숨어있다. 잘 만들어진 멜로디란 기본이 충실해야 한다. 즉 대부분의 곡에서 리듬 파트가 안정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멜로디가 탄탄하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다크니스의 곡들이 대부분 기본적인 베이스 라인을 바탕으로 연주되고 있음에도 촌스럽지 않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리듬 섹션 위에 펼쳐지는 두 호킨스 형제의 기타는 펜타토닉 스케일을 벗어나지 않는 솔로임에도 메인 멜로디와 조화롭기 이를 데 없다. 좀 더 기타가 질러주기를 바랄 정도로 리프와의 호흡에 주안점을 둔 연주이다. 각 파트의 이러한 성향은 밴드의 인터플레이에 좀 더 힘을 실어주게 되고 결과적으로 개성 있는 보컬을 좀 더 부각시키고 있다. 저스틴의 보컬은 가성이면서도 섬찟한 날카로움을 던지지 않는다. 편안한 음색이라고 말할 수 없는 가성 창법임에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의 창법(저스틴은 다크니스 이전 활동하던 밴드에서 “Bohemian Rhapsody”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을 일부 빌려온 듯싶기도 하다. 특색 있는 보컬이 힘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방법을 밴드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더욱 중요한 이유, 엽기적이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상상력이다. 이들의 가사에는 섹스, 약물, S/F가 혼재해 있다. 커버에서 드러나는 이미지는 가사, 악곡, 그리고 모든 비주얼을 통해 완전히 구현된다. 멤버들의 복장도 글램 록의 전성기로 돌아간 듯 하다. 특히 깡마른 상반신을 거의 드러내는 자켓을 입은 저스틴은 정점이다. 이러한 복장과 상상력은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도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다크니스에 조금이라도 흥미가 간다면 필히 비디오클립을 볼 것을 권하고 싶다. 특히 이들의 탄생 설화(?)를 담고 있는 “Growing On Me”는 필견 클립, 필청 트랙(단순하면서도 함축적인 악곡도 주목할 앨범 최고의 싱글이다)이다. 이 비디오의 컨셉이 저스틴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상상력은 밴드의 음악을 보이지 않은 곳에서 살찌우는 힘이 된다. 테크닉 집단보다 다크니스가 더 무서운 밴드인 것은 앞으로 꾸준히 새로운 음악을 만들 커다란 상상력을 가진 밴드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해서도 계속 기대를 갖도록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시대를 거슬러 오히려 듣는 재미를 주고 발칙한 상상력으로 보는 즐거움까지 함께 주는 밴드. 다크니스. 추억의 20년 전 음악으로 모시고 재밌는 비주얼 세트도 보너스로 드립니다~~ 20031126 | 조일동 heavyjoe@empal.com 6/10 수록곡 1. Black Shuck 2. Get Your Hands Off My Woman 3. Growing On Me 4. I Believe in a Thing Called Love 5. Love is Only a Feeling 6. Givin’ Up 7. Stuck in a Rut 8. Friday Night 9. Love On The Rocks with No Ice 10. Holding My Own 관련 사이트 다크니스 공식 사이트 http://www.thedarknessroc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