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sailor – Silience Is Easy – EMI, 2003 스스로 자신을 증명하라 2000년 말, ‘혜성같이’ 등장한 스타세일러(Starsailor)의 존재는 당시 영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유해가던 콜드플레이(Coldplay)와 트래비스(Travis)와 대등한 존재가 될 만큼 강렬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라디오헤드 이후(정확히 [OK Computer]이후) 그들을 대체할만한 이슈를 찾아 헤매던 미디어의 선정성에 결박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 즈음, 뜻밖에도 스타세일러에 대한 영국 사회의 폭발적인 반응은 사실, 라디오헤드가 [Kid A]로 ‘변신’한 이후, 전기기타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시대를 흘러가는 자들의 자기연민 가득한 송가를 그들로부터 발견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그것은 청승이다. 그래, 데뷔작 [Love Is Here](2001)를 관통하는 정서는 청승이다. 그것도 중독성이 강한, 한번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그렇게 지랄맞은 청승 말이다. 2001년의 스타세일러를 정의하던 것은 92%의 정서 과잉과 2%의 부족한 어떤 것이었다. 그리고 2003년이 되자, 동화나라의 착한 소년들은 간절한 목소리로 울먹거리는 오이디푸스 대신 상기된 톤으로 노래하는 신나는 새떼들이 되기로 마음먹은 듯 하다. “Music Was Saved”의 건강한 울림으로 시작되는 [Silence Is Easy]는 이들이 얼마나 많이, 그리고 자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을 지를 짐작케 하는 앨범이다. 그리고 그 질문들(과 대답들)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사운드의 행간에 오롯이 묻어난다. 업템포와 미드템포를 넘나들며 촘촘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제임스 월시(James Walsh)의 기타 연주가 그러하고 지난한 트레이닝을 거친 듯 적절한 조절능력을 들려주는 그의 보컬이 역시 그러하다. 게다가 “Music Was Saved”, “Fidelity”, “Shark Food”에서의 매력적인 훅(hook)과 격앙된 멜로디 라인, 대범한 구성이 돋보이는 “Silence Is Easy”, “Bring My Love”와 “Four To The Floor”에서의 화려한 현악 연주, 멜랑콜리함이 묻어있는 “White Dove” 등의 곡들은 이들이 ‘다른’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다시 말해 [Love Is Here]의 음영으로부터 탈주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확인하게 해준다. 특히 ‘사운드의 벽(wall of sound)’ 이론을 실천해 음악의 표현 영역을 확장한 필 스펙터(Phil Spector)의 참여(“Silience Is Easy”, “White Dove”)와 라디오헤드, 스톤로지스(Stone Roses), 그리고 뮤즈(Muse)의 음반을 맡았던 존 레키(John Leckie)의 프로듀싱은 스타세일러에게 반짝이는 잠옷을 새로 만들어 입힌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하는 느낌이다. 스타세일러는 세상이 그들에게 입힌 두껍고 낡고 거추장스러운 외투를 한번에 벗어 던진 기분일지도 모른다. 낭만적 자기애의 과시가 스타세일러의 데뷔작을 정의하던 감수성이었다면, 야심만만한 두 번째 앨범을 지배하는 감수성은 절제와 조율이다. 감정은 충만하게 흐르지만 넘치지 않는다. 사운드는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생물체처럼 스피커와 헤드폰을 타고 섬세하게 흐른다. 여전히 따뜻하지만 냉소적인 가사는 그 소리들 틈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는다. [Silence Is Easy]에는 바닥이 깊은 그릇에 가득 담겨 아슬아슬하게 찰랑거리는 긴장감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Silence Is Easy]에 대한 호평의 근거는 그들이 변화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들이 앞으로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다는데 있다. [Silence Is Easy]를 통해 적어도 스타세일러가 별 고민 없이 데뷔작의 성공에 안주할 생각은 하지 않는(그리고 않을) 밴드라는 점은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2003년의 말미에 이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밴드를 ‘다시’ 발견했다는 것이 가장 기쁘다. 별을 항해하는 자들은 스스로 자신을 증명해 나갈 것이다. 20031102 | 차우진 lazicat@empal.com 8/10 수록곡 1. Music Was Saved 2. Fidelity 3. Some Of Us 4. Silence Is Easy 5. Telling Them 6. Shark Food 7. Bring My Love 8. White Dove 9. Four To The Floor 10. Born Again 11. Restless Heart 관련 글 Starsailor [Love Is Here] 리뷰 – vol.3/no.22 [20011116] Muse, [Absolution] 리뷰 – vol.5/no.21 [20031101] Travis, [12 Memories] 리뷰 – vol.5/no.21 [20031101] Elbow, [Cast Of Thousands] 리뷰 – vol.5/no.21 [20031101] 관련 사이트 Starsailor 공식 사이트 http://www.starsailo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