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 – Absolution – Taste/Warner, 2003 진솔한 과장 “This iiiiiiiiis the eeeeeeeeend of the wooooooooooooooorld” 제목부터 거창한 “Apocalypse Please”를 꿰뚫는 매튜 벨라미(Matthew Bellamy)의 절규는 뮤즈의 새 음반이 제작된 방법을 적절히 요약한다. 그 방법이란 ‘늘림(extension)’이다. 비탄도, 좌절도, 그리움도 모두 이 ‘늘림’ 안에서 힘을 얻거나 사그라진다. 두 번째 음반 [Origin of Symmetry]에서부터 나름의 구성미를 갖추고 선을 보인 이 수법은 신보에서 무르익은 모양새로 나타난다. 엘 그레코(El Greco)가 기타와 피아노를 배웠다면 예수의 팔다리를 늘리는 대신 뮤즈의 프로듀서를 맡았을 것이다. 이 늘림을 표현하는 도구는 싱코페이션과 아르페지오, 후기 낭만파, 마이너 키의 우울하고 달콤한 선율, 그리고 헤비 메틀이다. 싱코페이션과 아르페지오는 음의 공간에서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전자는 가로축, 후자는 세로축이다. 이는 각종의 효과음과 32인조로 이루어진 현악 세션의 연주를 풍성하게 채우기 위한 준비 작업이며, 이 와중에 드럼조차 싱코페이션과 아르페지오를 구사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여기에 후기 낭만파 스타일의 통속적 장엄함이 또 한 자리를 차지한다. 3부 구성의 “Butterflies and Hurricanes” 중반부를 휘젓는 피아노 ‘카덴짜’는 라흐마니노프를 동경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래서 이들이 헤비 메틀의 과장된 연주와 허장성세에 기댄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통속적 장엄함이란 록 음악계에서는 헤비 메틀의 전매특허에 다름 아닐 것이다. 딸깍거리는 베이스라인이 인상적인 “Time Is Running Out”이나 말 그대로 휘몰아치는 “Stockholm Syndrome”, 퀸(Queen)의 “I Want It All”을 연상시키는 “Hysteria” 같은 트랙에서 리듬 파트가 구사하는 광폭하고 복잡하며 절도있는 진행은 헤비 메틀의 그것이다. 독특하게 잡은 퍼즈 톤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펙트를 구사하는 벨라미의 기타는 브릿팝의 ‘단순명료하게 들리는’ 연주와 거리를 둔다. 이 모든 것을 우울하고 달콤한, 충분히 다음 소절이 예상되나 그래도 듣고 싶은 선율과 울먹이는 보컬이 껴안는다. “Sing For Absolution”, “Blackout”, “Endlessly” 처럼 ‘노을 아래 눈물 한 방울’ 분위기의 곡들은 이들이 ‘라디오헤디즘’의 감상적 클리셰를 여전히 부풀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를 ‘따라쟁이’라 매도할 수 없는 까닭은 두 장의 음반을 내는 사이 ‘클리셰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판단 탓이다. 왈츠 리듬의 “Blackout”, ‘재지’한 드럼과 ‘스크래치’ 같은 효과음이 받쳐주는 “Endlessly”도 ‘뮤즈의 곡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솔직히 말하자. 나는 이들이 ‘거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거장이 될 것 같지도 않다. 안 싣는 게 나았을 것 같은 “Thoughts Of A Dying Atheist” 같은 곡은 이 밴드가 아직도 ‘앨범 록’과 ‘싱글 중심의 록 음반’ 사이에서 어색한 줄타기를 하고 있음을 들려준다. 그러나 이들은 좋은 밴드이고, 사랑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밴드이다. 처음에는 코믹하기까지 했던 이들의 과장된 몸짓은 자신들의 스타일을 바로 그 과장된 몸짓을 통해 설득력있게 제시함으로써 진솔해진다. 무엇보다, 대중적이되 상업적이지는 않은 양질의 음반을 꾸준히 만드는 밴드를 비난할 수는 없다. 20031031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7/10 수록곡 1. Intro 2. Apocalypse Please 3. Time Is Running Out 4. Sing For Absloution 5. Stockholm Syndrome 6. Falling Away With You 7. Intelude 8. Hysteria 9. Blackout 10. Butterflies and Huricanes 11. The Small Print 12. Endlessly 13. Thoughts Of A Dying Atheist 14. Ruled By Society 1. This Little Life Of Mine 관련 글 Muse [Showbiz] 리뷰 – vol.3/no.12 [20010616] Muse [Origin Of Symmetry] 리뷰 – vol.3/no.22 [20011116] Travis, [12 Memories] 리뷰 – vol.5/no.21 [20031101] Starsailor, [Silence Is Easy] 리뷰 – vol.5/no.21 [20031101] Elbow, [Cast Of Thousands] 리뷰 – vol.5/no.21 [20031101] 관련 사이트 Muse 공식 사이트 http://www.muse.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