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수 – 1975 고무신 in Seoul ~ 1997 후쿠오카 라이브 – 도레미(DRMCD 1548), 1999 서울, 뉴욕, 후쿠오카 사이의 월경(越境)의 음악 ‘한대수 6집’으로 명명되는 이 앨범에 대한 설명은 꽤 복잡하다. 일단 ‘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아티스트가 일본의 후쿠오카에서 가진 공연’이라는 월경(越境)의 실천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앨범을 발표한 계기가 1997년 일본 후쿠오카의 IMC 홀에서 열린 공연이라는 사실이라는 점도. 일본의 여가수 카르멘 마키와의 합동 공연이었던 이 행사는 [천사들의 담화](1991)를 발표한 뒤 깊은 침묵에 빠져 있던 한대수가 음악활동을 재개하는 사건이었다. 이 앨범은 공연 실황을 담은 CD와 1975년에 발표한 [고무신]을 복각한 CD로 이루어진 두 장의 CD로 발매되었다. [Human Opening]이라는 제하의 사진집이 두터운 부클렛 형태로 함께 들어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가운데 첫 번째 CD인 [고무신]에 대한 리뷰는 별도의 리뷰가 있고 사진집에 대한 설명은 능력을 벗어나므로 후쿠오카 공연에 대한 리뷰로 국한해도 무방할 것이다. 후쿠오카 공연 실황을 다룬 음반은 레퍼토리가 총 8곡(한 트랙은 멤버 소개다)에 재생시간은 49분 정도다. ‘짧다’는 뜻인데 이는 이 공연이 한대수의 단독공연이 아니라는 사실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레퍼토리의 선곡은 알차다. “AIDS Song”, “No Religion”. “Spare Parts”는 그의 7집 앨범 [이성의 시대, 반역의 시대](1999)에 수록될 신곡이며, “One Day(나 혼자)”, “마지막 꿈”은 ‘중기 한대수’를 대표하는 곡들이다. 이 곡들을 연주할 때는 뉴욕에서 그의 동료가 된 김도균(기타), 이우창(피아노)과 더불어 일본인 연주자들이 참여하여 록 세션을 들려주고 있다. 이상은(코러스)이 코러스로 참여하고 있는 점도 이색적이면서도 적절하다(이상은의 코러스는 “마지막 꿈”의 후반부에서 특히 인상적이다). 블루스에 기초한 하드 록 사운드가 신선하게 들리는 시대는 아니지만 한대수 특유의 자유분방한 보컬과 어우러져 청중과의 자연스러운 교감을 형성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편 후반부에 수록된 네 트랙 “바람과 나”, “물 좀 주소”, “행복의 나라” 등은 이제는 고전이 된 그의 초기작들이다. 어쿠스틱 기타가 마이크를 통해 공명되는 소리가 원곡의 무욕(無慾)의 아우라와는 다소 상이한 질감을 던져서 불만스러울 사람도 있겠지만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단, “물 좀 주소”는 이후의 라이브 공연에서도 1974년의 레코딩의 질감을 되살리지 못하는데 이는 이 음반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대수의 목소리가 의외로 저음이기 때문에 다른 악기음과의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아쉬움은 이 공연이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열렸다는 사실 앞에서는 무색해진다. 한대수의 도큐멘터리를 본 사람이라면 후쿠오카 공연을 찾아온 일본인 관객들이 [멀고 먼 길](1974)이나 [고무신](1975)의 LP 음반을 들고 와서 사인을 부탁하는 모습을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가 아니라 일본에서 더 먼저 그리고 더 강렬하게 일어났다는 사실이 비감할 따름이다. 20031024 | 신현준 homey@orgio.net P.S. 1. 후쿠오카에서의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한 강신자(1961년생)는 재일교포 3세로서 동경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한 뒤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를 거쳐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ごく普通の在日韓國人]이라는 책을 저술하여 아사히 신문의 저널 논픽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중음악과 관련된 저서로는 [日韓 音樂 ノ-ト](岩波, 1998) 있다. 2. 앨범 표지에는 분명히 적혀 있는 9번 트랙 “하늘을 보면서 걸어가자(Sukiyaki)”는 실제로 CD에는 들어 있지 않다. 이 곡의 원곡은 큐 사카모토(Kyu Sakamoto)가 불러서 1963년 빌보드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한 “Sukiyaki”인데, 이 곡이 누락된 것은 ‘일본문화 개방’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정으로 보인다. 만약 그런 이유라면 “행복의 나라”의 후반부에 즉흥적으로 일본어 가사로 부르는 것은 왜 금지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또한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앨범에 이와 관련된 아무런 설명이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수록곡 Disc 1: 1975 고무신(재발매) 1. 오면 오고 2. 오늘 오후 3. 그대는 내 마음 아는가 4. 아들아 내 아들아 5. 자유의 길 6. 고무신 7. 여치의 죽음 (경음악) 8. 희망가 (구전가요) Disc 2: 1997 Fukuoka Live 1. Aids Song 2. One Day (나혼자) 3. Member소개 4. No Religion 5. Spare Parts 6. 바람과 나 7. 마지막 꿈 8. 물 좀 주소 9. Sukiyaki 10. 행복의 나라 관련 글 보헤미안 혹은 문화적 경계인의 두 개의 초상 – vol.5/no.20 [20031016] 멀고 먼 길을 걸어온 나그네의 회고담: 한대수와의 인터뷰(1) – vol.5/no.20 [20031016] 멀고 먼 길을 걸어온 나그네의 회고담: 한대수와의 인터뷰(2) – vol.5/no.20 [20031016] [다큐멘터리 한대수]: 한반도에 불시착한 외계인의 반대기(半代記)에 대한 감상문 – vol.4/no.21 [20021101] 한대수 1집 [멀고 먼 길] 리뷰 – vol.4/no.20 [20021016] 한대수 2집 [고무신] 리뷰 – vol.4/no.23 [20021201] 한대수 3집 [무한대] 리뷰 – vol.5/no.20 [20031016] 한대수 [Masterpiece] 리뷰 – vol.2/no.12 [20000616] 한대수 4집 [기억상실] 리뷰 – vol.5/no.20 [20031016] 한대수 5집 [천사들의 담화] 리뷰 – vol.5/no.20 [20031016] 한대수 7집 [이성의 시대, 반역의 시대] 리뷰 – vol.5/no.20 [20031016] 한대수 8집 [Eternal Sorrow] 리뷰 – vol.2/no.24 [20001216] 한대수 9집 [고민(Source Of Trouble)] 리뷰 – vol.4/no.22 [20021116] 배리어스 아티스트 [Drop the Debt] 리뷰 – vol.5/no.20 [20031016] 관련 사이트 한대수 공식 사이트 http://hahndaes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