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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y J Blige – Love & Life – MCM, 2003

 

소울 여왕의 추억놀이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는 1992년 피디디(P.Diddy)가 프로듀싱 한 [What`s The 411?]로 데뷔했다. 이 두 사람은 두 번째 앨범인 [My Life](1994)에서도 호흡을 맞췄는데 당시 신인 프로듀서였던 피디디는 이를 통해 상당한 인지도를 얻게 된다. 메리 제이 또한 그와의 작업을 통해 ‘힙합 소울의 여왕'(Queen Of The HipHop & Soul)이란 칭호를 얻으며 특별한 입지를 다지기 시작한다. 메리 제이의 훌륭한 가창력과 피디디의 비트를 위한 비트가 아닌 ‘힙합’이라는 원류에 충실했던 프로듀싱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후배 여성 싱어들에게 모범을 제시하였다. 그러던 중 메리 제이가 소속사와 결별하면서 피디디와의 작업도 자연스럽게 끝이 났다.

세 번째 앨범인 [Share My World](1997)에서부터는 베이비 페이스(Baby Face)나 지미 잼과 테리 루이스(Jimmy Jam & Terry Lewis), 로드니 저킨스(Rodney Jerkins), 알 켈리(R. Kelly)와 같은 이들과 함께 작업하였는데 이때부터 메리 제이는 소울의 원형에 좀 더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다. 피디디와의 작업에서는 힙합과 소울의 요소가 비슷한 비율을 가지며 팽팽하게 어울렸던 것에 반해 그와 결별한 세 번째 작품에서부터는(물론 힙합이라는 화두를 버리지는 않았다) 소울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듯 했다. 자신의 앨범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그녀이기에 이와 같은 변화를, 그녀와 함께 작업했던 명 프로듀서의 명성에 기대어 나온 결과라 할 수는 없다.

피디디는 [My Life] 이후로 많은 대박 앨범들을 쏟아 냈으나 ‘적절한 비트와 샘플링 짜집기’에 더욱 재능을 발휘하며, 당시 새롭진 않았지만 주류를 앞서가던 메리 제이와의 결과물과는 분명 차별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메리 제이는 피디디에게서 독립한 이후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과 비견되며 ‘올드 스쿨 소울 시대를 연상시키는 질펀함’에 (단순히 쪼개지는 비트 이상의) 힙합이라는 원료를 섞으면서도 그 둘의 원형이 온전히 드러났던 수작들을 기복 없이 발표해 왔다. 그러던 중 10여년 만에 피디디와 메리 제이가 다시 만났다.

드럼 프로그래밍이 일정한 간격으로 탁탁거리는 “Don`t Go”는 1980~90년대 초반의 R&B 음반들을 연상시킨다. 인트로가 끝나자마자 바로 나오는 이 곡을 듣고 있으면 피디디와 메리 제이가 ‘그들이 함께 작업을 시작했던 시점으로 회귀하려 하는구나’라는 첫인상을 강하게 받게 된다. 경쾌한 “When We”는 단순한 멜로디와 드럼 프로그래밍으로 짜여진 노래이지만 메리 제이의 보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흥겨운 그루브를 형성하는 업템포 곡이다. 다음 곡인 “Not Today”는 닥터 드레(Dr. Dre)가 요즘 한창 재미를 보고있는 통통 튀어 오르는 맑은 시그네쳐 사운드와 이브의 래핑을 지원사격 받았고 “Ooh”에서는 `후우~ 라는 후렴구와 함께 메리 제이의 밀고 당기는 보컬이 아주 맛깔스럽게 흐른다.

“Love @ First Sight”는 핸드폰 CF에 삽입되어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Family Affair”의 1980년대 버전 같다. 중독적인 비트로 무장했다는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모든 소리들이 화려하게 부풀려져 있고 보너스로 메소드 맨(Method Man)의 래핑도 들을 수 있다. “Willing & Waiting”은 보컬 스타일은 다르지만 1980년대 휘트니 휴스턴(Whitney Huston)의 음악이 연상되며, 비장미가 흐르는 가스펠 풍의 감동적인 어덜트 컴템퍼러리 R&B “Friends”를 지나 “Press On”과 “Feel Like Making Love”에 이르면 반복되는 코러스를 어루만지며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는 메리 제이만의 ‘연륜 넘치는 가창’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메리 제이가 만약 힙합과 소울 사이에서, 소울로 기울어진 무게 중심을 다시 중간으로 옮기고 싶었다면 피디디보다는 다른 이와 작업을 하는 편이 더 좋았을 뻔했다. 당시엔 격찬을 받았던 그들 콤비였지만 그때를 되풀이하고만 있는 이번 사운드는 좀 의아하다. 그들이 함께 일했던 시점을 재건한 이번 시도는 단순한 ‘추억의 반복’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당시 메리 제이와 피디디가 엮어 낸 사운드는 주류 흑인 음악의 사조를 앞서 갔으나 이젠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으며 그렇다고 이렇다 할 재해석을 가미하지도 않았다. 피디디는 초기처럼 진일보한 사운드 메이킹을 하기엔 팝적인 감각에 너무 찌들어 있는 상태이고, 이와 맞물려 그 둘의 재회는 과거를 비추어 미래를 설계하기보다는 과거의 추억에 천착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피디디와 메리 제이가 뮤지션으로서 서로에게 남다른 애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피디디가 이전의 사운드를 재현하고자 하는 데 있어 메리 제이만한 적임자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둘에게는 이번 [Love & Life]가 상당히 재미있는 기획이며 의미 있는 앨범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청자 입장에서는 1980~1990년대 초 중반 사운드가 듣고 싶으면 그 당시 음반을 직접 찾아 들으면 그만이다. 게다가 메리 제이의 1집이나 2집을 구하는 일은 어렵지도 않다. 그동안 힙합/소울에 대한 범접할 수 없는 절대 영역을 확보하며 올드 스쿨 소울을 풍부한 연륜으로 재해석 해 온 그녀가 이번 [Love & Life]에서는 (당시엔 놀라웠을지 몰라도 지금은) 이미 너무 흔해져 버린 스타일을 단순하게 재생하는 것 이상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기에, 이 앨범은 피디디와 메리 제이가 생각하는 것만큼 감동적이지 않다. 20031017 | 홍마녀 hong-e0122@hanmail.net

5/10

수록곡
1. Love & Life (Feat. Jay-Z)
2. Don’t Go
3. When We
4. Not Today (Feat. Eve)
5. Finally Made It (Interlude)
6. Ooh!
7. Let Me Be The 1 (Feat. 50 Cent)
8. Love @ First Sight (Feat. Method Man)
9. Willing & Waiting
10. Free (Interlude)
11. Friends
12. Press On
13. Feel Like Making Love
14. It’s A Wrap
15. Message In Our Music (Interlude)
16. All My Love
17. Special Part Of Me
18. Ultimate Relationship (A.M.)
19. Didn’t 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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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Mary J. Blige 공식 사이트
http://www.mjbli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