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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kast – Speakerboxxxx/The Love Below – Arista, 2003

 

 

절정의 균형감각으로 빚어낸 힙합/팝 앨범

결론부터 말해서, [Stankonia](2000)가 모든 사람이 지지하는 걸작이었다면, [Speakerboxxx/The Love Below]는 문제적인 걸작의 위치를 점한다. [ATliens](1996)와 [Alquemi](1998)를 통해 훵크와 힙합을 섞은 음악을 들려주었던 아웃캐스트(Outkast)는, [Stankonia](2000)에 이르러서는 드럼앤베이스와 팝 멜로디까지 흡수해 현란한 형태로 진화한다. 고집스런 비보이(B-Boy)인 빅 보이(Big Boi)와 종잡을 수 없는 떠벌이 앙드레3000(Andre3000) 두 멤버의 조화는 “Ms. Jackson”, “B.O.B.”와 같은 히트곡들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두었다.

[Speakerboxxx/The Love Below]는 바로 그 성공의 정점에서 튀어나온 앨범이다. 평범한 엠씨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던 이들은 점점 프로덕션의 영역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음악적 리더인 앙드레는 급기야 기타를 잡고 프린스(Prince)와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에 자신의 지향점을 두기 시작했다. [Stankonia]를 채우고 있는 베이스와 기타 소리들은 그러한 변화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앙드레는 그때부터 [The Love Below]의 곡들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힙합과 점점 멀어져 가는 그의 음악을 빅 보이와 공유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솔로앨범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빅 보이도 나서서 자신의 솔로앨범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거듭되는 발매일 연기 끝에 이들은 서로의 앨범에 랩과 버스를 추가해주면서 ‘아웃캐스트’라는 이름 하에 더블앨범을 발매하기에 이른다. 물론, 이는 사실상 두 멤버의 솔로 앨범 패키지에 다름이 아니지만 말이다.

앨범 타이틀과 웹사이트까지 따로 정한 치밀한 더블 앨범답게 [Speakerboxxx]와 [The Love Below]는 확연히 다르다. 빅 보이의 [Speakerboxxx]가 전통적인 아웃캐스트의 그루브를 한층 세밀하게 다지고 있다면, 솔로 프로젝트로 작정하고 만든 앙드레3000의 [The Love Below]는 전혀 다른 종류의 실험을 선보인다. 빅 보이가 힙합의 느낌을 온전히 보존하면서 아웃캐스트 특유의 재기 넘치는 라임들을 계속 뱉어내고 있다면, 앙드레는 재즈, 소울, 훵크에서 드럼앤베이스와 컨트리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들을 자신만의 색깔로 재조립해내고 있다.

[Speakerboxxx]는 “B.O.B”와 같이 인상적인 싱글은 없지만, 솔로로서 빅 보이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된 수작이다. 플로어용 트랙인 “Ghettomusick”과 오밀조밀한 비트의 “The Way You Move”, 제이지(Jay-Z)가 훅을 피처링한 “Flip Flop Rock”까지, 빅 보이의 랩은 정신없이 쏟아진다. 완벽하게 짜여진 댄스 비트 위로 대통령 선거와 같은 정치적 주제(“War”)를 부담스럽지 않게 슬쩍 끼워 넣은 [Speakerboxxx]의 균형감각은, ‘잘 만든 힙합음반’이라는 평가를 내리게 한다.

반면 [The Love Below]는 상대적으로 약간은 산만한 구성 속에 다양한 장르를 들려주고 있다. 앙드레는 훵크를 섞은 비트와 랩을 옆으로 약간 제쳐둔 체, 나른한 재즈와 소울의 느낌으로 [The Love Below]를 완성하는 길을 택했다. 재즈와 소울, 훵크, 드럼앤베이스와 컨트리까지, 이질적인 장르의 질감들이 세밀하게 짜여진 가벼운 비트를 골격 삼아 결합하는 것이 [Love Below]의 기본 구성이다. 그리고 그 위로 앙드레의 ‘노래’가 실린다. 재즈 보컬 스타일부터 간지러운 팔세토까지 넘나드는 그의 보컬은 랩만큼이나 인정해 줄만하다.

그러나 이 야심찬 기획은 약간은 들쭉날쭉한 결과를 낳고 있다. 통통 튀는 “Happy Valentine”, 부드러운 “She Loves In My Lap”, 컨트리 사운드가 압도적인 “Hey Ya”와 같이 성공적인 결과물도 있지만, 몇몇 곡들은 어딘가 어긋난 느낌을 준다. 욕심을 너무 많이 낸 재즈 “Lover Hater”나 다소 호기를 부린 드럼앤베이스 “My Favorite Things”, 노라존스(Norah Jones)와의 어색한 듀엣 “Take Off Your Cool”과 같은 트랙들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전체적인 균형을 헤칠 정도는 아니다. [The Love Below]는 앙드레 특유의 색깔을 중심으로 잘 짜여진 음반이며, 조금의 참을성만 있다면 끝까지 흥미롭게 들을만한 실험이다. 특히 마지막 트랙인 “A Day In The Life Of Benjamin Andre”에서 멋진 가사의 랩까지 들려주고 있으니, 힙합팬들도 참을성을 가지고 들어보길 권한다.

[Speakerboxxx/The Love Below]는 특정한 시대의 정서를 완벽하게 잡아냈거나 전체 힙합 씬에 커다란 충격을 줄 정도의 결과물은 아니다. 하지만 블루스와 재즈, 훵크 등의 다양한 흑인 음악의 장르들을 수용해 훌륭하게 재조립한 걸작이다. [Speakerboxxx]는 댄스플로어의 흥겨움을 놓치지 않으면서 맛깔 나는 가사와 다양한 질감의 곡들을 모아놓은 안정감있는 힙합 음반이며, [The Love Below]는 서로 다른 장르들이 앙드레의 비트의 지휘하에 결합한 수작이다.

분명히 [Speakerboxxx/The Love Below]는 파격적인 변신이지만 기본적으로 아웃캐스트는 자신들의 기존 스타일 – 댄서블(danceable)한 비트와 약간은 주류에서 벗어난 실험성, ‘더티 사우쓰(dirty south)’의 태도에 더해진 적당한 정치성과 침착함을 갖춘 스타일 – 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더블 앨범을 통해서도 차트 상위권에 올라갈 수 있는 힘은 바로 이러한 균형감각에서 나오는 것일 테다. 그 균형 감각의 절정은 이제 어디로 향할지 궁금하다. 20031023 | 선민 sun1830@hotmail.com

8/10

수록곡

CD1 Speakerboxxxx
1. Intro
2. Ghetto Musick
3. Unhappy
4. Bowtie
5. The Way You Move
6. The Rooster
7. Bust
8. War
9. Church
10. Bamboo (Interlude)
11. Tomb of the Boom
12. E-Mac (Interlude)
13. Knowing
14. Flip Flop Rock
15. Interlude
16. Reset
17. D-Boi (Interlude)
18. Last Call
19. Bowtie (Postlude)

CD2 The Love Below
1. The Love Below (Intro)
2. Love Hater
3. God (Interlude)
4. Happy Valentine’s Day
5. Spread
6. Where Are My Panties?
7. Prototype
8. She Lives in My Lap
9. Hey Ya
10. Roses
11. Good Day, Good Sir
12. Behold a Lady
13. Pink & Blue
14. Love in War
15. She’s Alive
16. Dracula’s Wedding
17. Take Off Your Cool
18. Vibrate
19. A Life in the Day of Benjamin And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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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kast [Stankonia] 리뷰 – vol.3/no.2 [20010116]

관련 사이트
아웃캐스트 공식홈페이지
http://www.outka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