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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Bowie – 1.Outside – EMI, 1995

 

 

되살아난 [Diamond Dogs]의 망령

[Let’s Dance](1983)의 거대한 대중적 성공 이후 (비평에서는 물론이고 상업적으로도)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던 데이빗 보위(David Bowie)는, 1995년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와의 야심 찬 프로젝트 [OUTSIDE]를 진행시키며 그 첫번째 작업인 [1.Outside](1995)를 발표한다. 이 프로젝트는 간단히 말해 세기말을 살아가는 인간들을, 어느 곳에도 속할 수 없는(않는) ‘이방인’으로 규정하여 그 내면의 불안과 광기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리고 구체적인 내용은 1999년 12월 31일 0시 정각에 벌어진 소녀 그레이스(Grace)의 ‘변태살인’ 사건과 이를 파헤치는 사설탐정 나단 애들러(Nathan Adler) 및 그를 둘러싼 기기묘묘한 인간 군상들을 통해 구성된 ‘엽기 추리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음반 발매 당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1.Outside]가 브라이언 이노와의 재결합 작품이라는 점이었다. 보위의 황금기였던 ‘베를린 3부작([Low](1977), [Heroes](1977), [Lodger](1979))’을 함께 한 이노의 합류는, 당시 음악적으로 ‘아이디어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를 받던 보위를 다시 평단의 관심권으로 불러들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1.Outside]는 베를린 시기의 앰비언트(ambient)/크라우트록(krautrock) 음반과 유사하다기보다는(앰비언트 사운드는 첫 곡 “Leon Takes Us Outside”와 “Wishful Beginnings”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나타날 뿐이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1949년作 소설인 [1984]의 로큰롤 버전이었던 [Diamond Dogs](1974)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보위의 경력 중 가장 치명적이었던 [Diamond Dogs]와 마찬가지로 [1.Outside] 역시 성공작이라고 보기에는 중대한 결함을 가진 음반이었다.

[1.Outside]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운드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음반의 ‘서사구조’에 의해 정작 중요한 음악이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노래’ 만으로 완벽한 내용전달이 어려웠다는 점은 이해가 가지만, ‘부가설명’에 다름없는 ‘세구에(segue)’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 게다가 거진 나레이션으로만 이루어진 이 부분에서 곡과 곡 사이를 이어줄 별다른 음악적 아이디어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은 ‘컨셉트 앨범’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음반의 ‘일관성’을 깎아먹는 요소로 작용했다(게다가 1인 4역을 해냈다는 보위의 코믹한 나레이션은 음반의 심각한 분위기를 손상시킬 뿐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은 다른 ‘노래’들에서도 드러난다. [1.Outside]에 수록된 노래들의 경향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분류 할 수 있다. 첫째가 “Outside”, “The Heart’s Filthy Lesson”, “Hallo Spaceboy”, “No Control”, “I’m Deranged”등에서 드러나는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사운드의 차용이라면, 두 번째는 “A Small Plot Of Land”, “The Motel”의 프리 재즈(free jazz) 구조에 대한 탐색이었고, 마지막으로 “I Have Not Been To Oxford Town”, “The Voyeur of Utter Destruction (As Beauty)”, “Strangers When We Meet” 같은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1980년대 보위 풍의 로큰롤 댄스곡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래들의 진행 역시 대체로 지나치게 ‘서술’적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게다가 [1.Outside]가 말하고자 하는 것, ‘세기말 현대인의 불안과 광기’라는 주제는 이미 너무나 진부한 것이었다. 그것을 ‘엽기살인’이라는 코드로 풀어내고자 한 점 또한 신선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광기를 풀어내는 주된 방식이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통해서라는 점 역시 통속적인 선택에 다름 아니었다. 이러한 음반의 ‘도식적’인 서사구조는 보위와 이노의 ‘신경향’에 대한 이해가 너무 단편적인 것은 아니었나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므로 ‘음악적 야심에 비해 아이디어는 빈곤했다’는 [Diamond Dogs]에 대한 비난은 [1.Outside]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물론 음반을 통해 빛나는 몇몇 순간은 있다. “The Heart’s Filthy Lesson”이나 “I’m Deranged”의 음산한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는 보위의 최신경향에 대한 이해가 결코 얕은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좋은 예이다. 하지만 보위가 [1.Outside]를 통해 거둔 성과라 할 위 두 곡이 빛을 발한 순간은 음반 내에서가 아닌, [OUTSIDE]와 비슷한 주제를 다루었던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 감독의 [Seven](1995)과 데이빗 린치(David Lynch) 감독의 [The Lost Highway](1996)라는 점 역시 보위가 음반 내에서 각각의 수록곡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결국 데이빗 보위의 (부진했던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를 만회하기 위한) 절치부심의 산물이었던 [1.Outside]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였고, 원래 3부작으로 구상되었던 [OUTSIDE] 프로젝트 또한 다음 결과물을 선보이지 못한 채 어중간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이후 데이빗 보위와 브라이언 이노 간의 교류 역시 끊어졌다). 그리고 2년여의 시간이 지난 후 보위는 [Earthling](1997)을 발표하고 [1.Outside]에서 놓친 ‘멜로디에 대한 고민’을 다시금 전면에 부각시키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시작한다. 20031018 | 김태서 uralalah@paran.com

4/10

*사족 : [The Lost Highway OST](1996)에 수록된 “I’m Deranged”의 리믹스 작업을 시작으로 관계를 맺은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트렌트 레즈너(Trent Raznor)는 이후 [Earthling](1997)의 “I’m Afraid Of Americans”의 리믹스 작업에도 참여하며, 보위/믹 론슨(Mick Ronson)이나 보위/이노의 뒤를 이을 새로운 파트너쉽을 쌓아 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후 보위가 레즈너의 [Fragile](1999) 프로듀싱 요청을 (스케줄 상의 이유로) 거절하자 이 관계는 흐지부지 막을 내리게 된다.

수록곡
1. Leon Takes Us Outside
2. Outside
3. The Heart’s Filthy Lesson
4. A Small Plot Of Land
5. Segue : Baby Grace [A Horrid Cassette] 6. Hallo Spaceboy
7. The Motel
8. I Have Not Been To Oxford Town
9. No Control
10. Segue : Algeria Touchshriek
11. The Voyeur Of Utter Destruction (As Beauty)
12. Segue : Ramona A. Stone/I Am With Name
13. Wishful Beginnings
14. We Prick You
15. Segue : Nathan Adler
16. I’m Deranged
17. Thru’ These Architects Eyes
18. Segue : Nathan Adler [Remix] 19. Strangers When We M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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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The Heart’s Filthy Lesson”

관련 사이트
David Bowie 공식 사이트
http://www.davidbowie.com
http://www.davidbowie.co.uk
Bassman’s Bowie Page
http://www.algonet.se/~bassman
Bowie at the Beeb
http://www.bowieatthebeeb.com
A Cyberspace Oddity
http://home.no.net/tr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