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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p Bizkit – Results May Vary – Universal, 2003

 

 

결과가 정말 좋지 않은걸…

아아, 알고 있다.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의 3년만의(대망의) 신보 [Results May Vary](2003)가 발매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는지를… 기타리스트 웨스 볼랜드(Wes Borland)가 웬일인지 몰라도 밴드에 대해 험악한 마음을 품고 뛰쳐나간 사실도, 직후 밴드가 “새 기타리스트를 모집함과 동시에 팬들을 위한 파티를 열”자는 쿨(cool)한 목적을 갖고 ‘공개 오디션 전국투어’를 돌았다는 사실도, 하지만 의도와는 달리 이 투어가 실상은 로디들의 무분별한 진압으로 인해 ‘팬서비스’와는 거리가 먼 행사가 되었다는 사실도, 또 오디션 자체도 처음부터 응모자들의 창작곡을 도둑질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음모론’이 일면서 –스낫(Snot) 출신의 마이크 스미스(Mike Smith)를 슬쩍 영입하며– 흐지부지 막을 내렸다는 사실도, 이미 전부 다 알고 있다. 그리고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프레드 더스트(Fred Durst, 보컬)는 자신이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와 지저분한 하룻밤을 보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폭로하셨고, 또 아직 미성년자임에 틀림없는 에이브릴 라빈(Avryl Lavigne)에 대해서도 검은 속마음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셨다.

그러는 와중 밴드 외적인 상황도 많은 것이 변했다. 뉴메틀(nu-metal)이 더 이상 ‘쿨’하지 않게 된 것이다. 주목할 만한 신진밴드의 등장이 없는 것은 물론이었고, 언제까지나 영원한 인기를 누릴 줄 알았던 ‘대가’들의 신보는 (이미 실망할 준비를 모두 마친) 거대한 기대감 속에 발매되었으나, 예상치 못했던 (혹은 예상했던 대로의) 쓰라린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림프 비즈킷은 여유만만이었다. 그리고 9월 공개된 밴드의 새 싱글 “Eat You Alive”는 정말 놀랍도록 흥미진진한 것이었다. ‘실망에 대한 기대치를 가뿐히 뛰어넘는’ 곡의 비디오 클립에서 프레드 더스트는 다이어트에 성공한 몸을 날래게 움직이며 “산채로 먹어주마!”라고 으름장을 놓지만, 우리는 그 외침이 이미 뉴메틀 씬의 몰락과 더불어 림프 비즈킷의 시대도 끝나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단말마 이상은 될 수 없음을 곧 알게 될 것이다.

새로운 기타리스트와 함께 한 새로운 음악? 하지만 실상 [Results May Vary]의 ‘음악’에 대해선 그다지 새로 할 말이 없다. 음반은 여전히 과격한 샤우팅과 적당한 래핑을 번갈아 가며 묵직하면서도 날카로운 리프를 난사하고 있지만, 또 DJ 리썰(DJ Lethal)의 ‘디기디기’ 디제잉이 나름의 그루브(groove)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활력’과 ‘훅(hook)’의 부재이다. 스눕 독(Snoop Dogg)을 데려와 ‘본격 힙합’ “Red Light-Green Light”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더라도, “Underneath The Gun”, “Build A Bridge”, (후(The Who)의 곡을 커버한) “Behind Blue Eyes”, (레인 스탤리(Layne Staley)와 제리 캔트렐(Jerry Cantrell)이 빠진 엘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 같은) “Drown”등의 (들을거리 없는) 슬로우 템포 곡들을 갖고 ‘밴드의 야심 찬 새로운 시도’라고 주장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Results May Vary]가 지독히도 재미없는 음반이라는 사실이다.

림프 비즈킷은 누가 뭐래도 ‘신나는’ 밴드였다. 이들 음악의 ‘생각 없음’에 치를 떠는 사람일지라도, “Faith”나 “Nookie”, “Break Stuff”, “Rolling” 같은 곡들이 분명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못할 터였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 거창한 70분 짜리 음반에선 더 이상 그런 흥겨움은 발견되지 않는다. 모든 곡들은 마치 그런 의도를 갖고 만들어진 마냥 지루하고, 무겁고, 맥이 빠져있다. 이를 두고 “웨스 볼랜드 = 림프 비즈킷”이라는 섣부른 평가를 내리고 싶진 않지만, 결국 [Results May Vary]가 그의 빈 자리를 여실히 드러낸 음반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 ‘재미’에 대해 (지나치게) 잘 알고 있던 림프 비즈킷이기에 이들은 결코 이해받지도, 기억되지도 못할 것 같다. 또한, 그간 조심스레 점쳐지던 뉴메틀의 몰락은 [Results May Vary]를 정점으로 하여 가파른 내리막길로 들어설 것임에 분명해 보인다. 뭐, 하지만 이것이 밴드 입장에서 나쁜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 한 씬의 ‘종말’을 ‘확신’시킬 음반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쩌면 꽤 해볼만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허나 그렇게 된다면, 에이브릴 라빈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프레드 더스트와 음악 판에서 만나게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20031008 | 김태서 uralalah@paran.com

2/10

수록곡
1. Re-Entry
2. Eat You Alive
3. Gimme The Mic
4. Underneath The Gun
5. Down Another Day
6. Almost Over
7. Build A Bridge
8. Red Light-Green Light
9. The Only One
10. Let Me Down
11. Lonely World
12. Phenomenon
13. Creamer (Radio Is Dead)
14. Head For The Barricade
15. Behind The Blue Eyes
16. D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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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Limp Bizkit 공식 사이트
http://www.limpbizk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