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ous Artist – Las Buenas Cuban Divas – Splash Music, 2003 꾸바 음악의 감성적 측면, 반쪽짜리 에피토메 꾸바 음악 얘기할 때면 어김없이 부에나 비스따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 얘기부터 꺼내게 되는 건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다. 언젠가 [Buena Vista Social Club Five](2001)라는 제목의 CD 다섯 장짜리 편집음반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에나 비스따 소셜 클럽의 인기에 기댄 시류 영합적 기획물’이라는 일부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다섯 장의 CD에 빼곡하게 들어찬 꾸바 음악들은 가벼이 보기 힘든 옹골찬 내용물을 담고 있었다. 특히 라이 쿠더의 손길을 거쳐 뼈와 내장을 발라낸 통조림처럼 매끈해진 O.S.T의 수록곡들과 비교할 때, 꾸바 발매반 들에서 선곡한 음원은 대체로 꾸바 음악 본연의 야성과 트라이벌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때문에 음반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이런 음반이 남발되지만 않는다면 초심자에 대한 러프한 가이드로서는 좋을 것 같다’는 정도였던 것 같다. 최근 같은 음반사에서 새로운 꾸바 음악 컴필레이션이 출시되었는데, 이번에는 꾸바 여가수들의 노래를 4장의 CD에 꾹꾹 눌러 담았다. 이름하여 [Las Buenas Cuban Divas], 무려 56곡이 담겨 있을 뿐더러 수록곡들에 대한 상세한 해설과 가사 번역이 실린 해설지도 [Buena Vista Social Club Five] 때와 마찬가지다. 편집 음반 같은 건 안 키우는 청자들로서는 이런저런 불만이 있겠지만, 우선 어떤 음악들이 담겨 있는지 살펴본 이후에 투덜거려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언뜻 보면 음반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다양한 음악들로 구성된 것처럼 보인다. 외견상으로도 20세기 초를 주름잡은 아티스트부터 21세기의 주목받는 신예들까지 고루 망라하고 있다. 때문에 마리아 떼레자 베라(Maria Teresa Vera)나 셀레스떼 멘도자(Celeste Mendoza)가 다야니(Dayani)나 아주카(Azucar) 등의 신예와 같은 음반에 존재하는 시공간 초월 현상이 가능하게 된다. 비유를 비유로만 생각한다면, 이건 패티김과 이미자가 보아, 유진과 한 음반에 담기는 것과 매한가지다. 뿐만 아니라 음악 스타일 또한 한 세기의 간격을 훌쩍 오간다. 물론 음반에서 주축을 이루는 것은 오래된 음악 양식이다. “Mimosa”와 같은 차랑가(charanga)부터 “El Cuarto De Tula”로 대변되는 쏜(son), “Suavecito” 같은 룸바(rumba)가 대표적이다. 그나마 이런 전통적 양식들의 경우에는 기따와 봉고, 띰발레를 비롯한 주요 악기 구성이 유사하고 꾸바 음악 고유의 트라이벌함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한데 묶여도 크게 이질감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Me Bastaria Tu Luz” 같은 팝 발라드와 “Because You Loved Me”로 대변되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 살사’의 공존은 다소 산란한 감이 있다. 다양한 음악 양식을 깊이있게 구비해 놓은 편집 음반은 아닌 셈이다. 더하여, 자세히 살펴보면 이 음반이 꾸바 음악의 감성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 꾸바 음악의 강점이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밀한 연주와 인간 감정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매만지는 정서적인 호소력에 있다고 본다면, 이 음반은 일련의 여성 보컬들이 표출하는 ‘감성’의 일면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실상 부에나 비스따 소셜 클럽의 O.S.T. 때도 가장 사랑받은 곡이 결고운 볼레로 “Veinte Anos”였음을 기억한다면, 음반사 입장에서 이러한 전략은 충분히 상업적으로 고려해 볼만 했을 법하다. 실제로 음반은 “El Chala Con Chacha”나 “Seguire Sin Sonar”처럼 강렬한 리듬과 격정적인 보컬로 이루어진 곡보다는 “No Se A Donde Ir”나 “Ay, Amor”와 같은 편안하면서도 풍부한 정서의 표현이 담긴 볼레로가 주를 이루고 있다. 굳이 볼레로가 아니라 2/4 박자에 폴리 리듬으로 짜여진 곡들도 ‘춤추기 위한 곡’이라기보다는 기타 아르페지오가 채색하는 감상적인 러브송(마리아 떼레자 베라의 “Cara A Cara”를 비롯)의 느낌이 강하다. 이런 연유로, 이 음반을 제대로 된 꾸바 여가수 모음집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꾸바의 그 다채로운 음악과 수많은 거물들을 한 음반에 단일한 컨셉으로 담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겠지만, 그보다도 본작은 여성 보컬이 갖는 특정한 ‘효과’에만 중점을 두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점이라 하겠다. 정리하자면, 이 편집음반은 꾸바 여가수들의 음악 가운데서도 감성적인 노래들만을 모아놓은 일종의 에피토메(Epitome)라고 보면 되겠다. 표면적으로는 다양한 여가수의 다단한 음악 양식을 모아놓은 것처럼 보이고 이것만 들으면 꾸바 여가수에 대해서는 박사라도 될 것처럼 느끼게 하지만, 실상은 감상적이고 서정적인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꾸바 음악’들로만 메워져 있는 셈이다. 대저 꾸바 여성이라면 고립된 공산 국가의 여인들일지언정 내리치는 태양과도 같은 강인함으로 무장한 여장부들일진대, 여기 실린 음악들은 불공정하게도 지나치게 곱고 유약하며 순종적인 느낌을 준다. 더하여 꾸바 디바들 특유의 거침없는 사설을 내뱉는 소네오(soneo)가 주는 카타르시스도 본작이 거의 제공하지 않는 점까지 아우른다면, CD 4장의 규모나 56곡의 물량이 갖는 메리트는 상당부분 감퇴하고 마는 것이다. 지나치게 앞선 우려인지 모르나, 이런 유형의 편집음반이 계속된다면 한국에서의 꾸바 음악 또한 재즈처럼 ‘기능성’ 음악으로 소모되고 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어떤 기능? 어두운 불빛 아래 그이와 함께 시가를 태우며 분위기 잡을 때 쓰는 배경 음악 말이다. 꾸바 음악의 다채로운 면모와 한정없는 깊이를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끔찍한 일 아닌가. 20030910 | 배성록 schmaltz99@empal.com 7/10 수록곡 CD-1 1. Porque Me Siento Triste (슬픈 이유) – Maria Teresa Vera 2. Ponerse A Pensar (생각하며…) – Omara Portuondo 3. Veinte Anos (스무살) – Celeste Mendoza 4. El Cuarto De Tula (뚤라의 방) – Celina Gonzalez 5. La Vie En Rose (장미빛 인생) – Miriam Ramos 6. Rompiendo La Rutina (일상을 깨면…) – Paulina Alvarez 7. Quizas,Quizas,Quizas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 Omara Portuondo With Teresa Garcia Caturla 8. Nena (네나) – Celeste Mendoza 9. Te Prometi (당신에게 약속했죠) – Farah Maria 10. Cosas Que Pasan (있을 수 있는 일) – Ela Calvo 11. Paisajes Naturales (자연의 풍경) – Celina Gonzalez 12. Imagenes (회상) – Elena Burke 13. Mi Voz Es Tu Amor (나의 목소리는 당신의 사랑) – Colaito 14. Me Bastaria Tu Luz (립스틱) – Dayani CD-2 1. Nuestrogran Amor (우리) – Omara Portuondo 2. Suavecito (부드럽게) – Celeste Mendoza 3. Es Mi Venganza (나의 복수) – Maria Teresa Vera 4. Mimosa (미모사) – Paulina Alvarez 5. El Viaje (인생의 여행) – Ela Calvo 6. Persistire (끝까지 가겠어요) – Elena Burke 7. Cuando Me Vas A Dar (언제 제게 주실 건가요?) – Farth Maria 8. Cantando Celina (셀리나를 부르며) – Celina Gonzalez 9. Caprichoco (변덕쟁이) – Celelste Mendoza 10. Viento (바람이여) – Omara Portuondo 11. No Quiero Que Me Quieras (날 사랑하지 말아요) – Miriam Ramos 12. El Alma No Basta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 Dayani 13. Si Tu No Estas (당신이 곁에 없으면) – Yamile 14. Because You Loved Me – Azucar CD-3 1. Aurora (오로라) – Celina Gonzalez 2. Soy Tan Feliz With (너무 행복해요) – Celeste Mendoza With Jose Antonio Mendez 3. El Amor De Mi Bohio (내 사랑 보히오) – Omara Portuondo With Kiki Corona (03:13) 4. Cara A Cara (얼굴을 맞대고..) – Maria Teresa Vera 5. No Se A Donde Ir (어디로 가야하나요?) – Farth Maria 6. Deseame Suerte (날 사랑해 주세요) – Omara Portuondo 7. Seguire Sin Sonar (변치 않을 거에요) – Celeste Mendoza 8. Ay,Amor (아, 사랑!) – Miriam Ramos 9. Lunas Rotas (조각난 달) – Martha Duarte 10. Profecia (예언자) – Las D’aida 11. El Chala Con Chacha (찰라 콘 차차) – Elena Burke 12. Llego Hasta Ti (당신 곁으로) – Yamile 13. Madriguera (마드리게라) – Colaito 14. Loca Fantasia (환상에 미쳐) – Azucar CD-4 1. Santa Cecilia (산타 쎄실리아) – Celeste Mendoza With Manuel Corona 2. Esta Vez Toco Perder (이번에는 내가 양보할게요) – Maria Teresa Vera 3. Libre De Pecado (무제) – Omara Portuondo With Maria Felicia Perez 4. Te Quiero Como A Mis Rosas (장미보다도 사랑해요) – Farth Maria 5. Mi Tierra Es Asi (내 세상은 아시) – Celina Ginzalez 6. Drume Negrita (잘 자라 검둥아) – Miriam Ramos 7. No Se Que Voy A Hacer (어찌할까 모르겠어요) – Las D’aida 8. Qiumera Fugaz (이루어 질 수 없는 꿈) – Celeste Mendoza 9. Cuando Estes Aqui (당신이 여기에 있는 날은) – Yamile 10. Panama Mue Tombe – Martha Duarte 11. Espirituales Cubanos (쿠바인의 혼) – Merceditas Valdes 12. Una Noche Mas Sin TI (당신 없는 밤) – Dayani 13. Imperdonable (용서할 수 없는) – Colaito 14. Lapiz De Labio (Salsa) (립스틱) – Azuc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