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Bowie – Reality – Sony, 2003 노병은 죽는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Earthling](1997)의 ‘부당한’ 평가절하 이후,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작업은 일종의 ‘후일담’ 형식을 띄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옛것의 재탕’이라고 만은 할 수 없는 종류로서, ‘1970년대의 보위’라는 이름을 떠올릴 때 연상할 수 있는 ‘글램(glam)’ 사운드를 기본 골격으로 하여, 거기에 최신의 흐름을 조금씩 반영해 가는 방식이라고 거칠게 정의 내릴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었던 [Hours](1999)는 [Earthling]의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에 대한 ‘축소해석’ 판이었고, [Heathen](2002)은 좀 더 ‘거친’ 로큰롤 사운드를 데이브 그롤(Dave Grohl,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의 보컬 겸 기타)이나 피트 타운센드(Pete Townshend, 후(Who, The)의 기타) 같은 외부 인사의 수혈로써 조합해 내고자 한 음반이었다. 그리고 1년 만에 발표한 [Reality](2003) 역시 이러한 ‘옛것 + 새것’의 조합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에 보위가 택한 ‘새것’은, –아무래도 요새 영국 음악계의 새로운 화두인 듯한– ‘중동 음계’이다. 첫 곡 “New Killer Star”의 매혹적인 기타 스트로크 도입부부터 이런 점은 감지되며, 이어지는 모던 러버스(Modern Lovers)의 리메이크 곡 “Pablo Picasso”는 아예 이러한 음반의 성향을 대놓고 드러내듯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따라서 원 곡의 건조하고 불안한 느낌은 화려하고 과시적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일본어 나레이션을 삽입하여 비슷한 효과를 불러일으켰던 “It’s No Game, Pt.1″의 [Scary Monsters](1980) 시절을 환기시킨다. 또한 눈에 띄는 부분은 –그로테스크한 만가(輓歌) “The Loneliest Guy”를 제외하면– 슬로우 템포의 곡이 없다는 점인데, 이로 인해 음반은 1990년대 이후 그가 작업한 모든 음반 중 가장 ‘꽉 짜인(tight)’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전체적으로 [Reality]는 (앰비언트(ambient)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던 [Low](1977)를 배제한) [Station To Station](1976)부터 [Scary Monsters]에 이르는 보위의 ‘황금 실험기’에 대한 향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Staion To Station”을 다시 부른 듯한 “Never Get Old”를 비롯하여 “Heroes”의 ‘노년 버전’으로 들리는 “Fall Dog Bombs The Moon”, 그밖에도 텐션 넘치는 드러밍의 “Looking For Water”와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의 사려 깊은 블루스 사운드를 포크(folk)의 기묘한 변형이었던 [Honky Dory](1971)의 옷을 입혀 해석한 “Try Some, Buy Some” 등을 통해 보위는 매우 실험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여기서 ‘제스처’란 말을 사용한 이유는, 이것이 과거를 환기시키는 역할 이상은 수행하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서이다). 또한 [Reality]는 이전 두 음반과 비교했을 때 가장 스케일이 큰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러한 긴박감과 장중함의 충돌이 선사하는 충격을 효과적으로 잡아내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의문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것은 [Reality]의 문제는 아니다. 말하자면 이는, 데이빗 보위가 지금 처한 ‘딜레마’에 대한 것이다. 그는 음반을 너무 ‘많이’ 냈다. 물론 [Reality]는 간만에 보위의 음악이 ‘활기’를 되찾은 순간으로 기억되겠지만, 또 이러한 평가가 치사한 트집잡기로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보위의 음악이 예전과 같은 ‘신선함’을 선사하기엔 ‘데이빗 보위’라는 이름으로 수식되는 음악은 너무나 많고 다양하다. 한마디로 보위는, 보위의 음악에 앞서는 하나의 거대한 ‘전형’이 되어버렸다. 이것을 데이빗 보위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부당한 처사겠지만, 그렇다고 애써 ‘보위’라는 수식을 때어내고 [Reality]를 감상하는 수고를 떠 안아야 할 이유 역시 없다. 물론 이것은 ‘거장’이라는 이름으로 칭해지는 대중음악계의 큰 존재들이 지고 나가야 하는 숙명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거장들에게 바라는 것은 때로(혹은 자주), 신선함이 아닌 ‘거기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묵직한 자기증명 뿐인 경우가 많다(그런 식으로 생각하자면 [Hours]이전까지의 1990년대 보위에 대한 평단의 비아냥은 조금 억울한 감이 있더라도 수긍할 만한 것이다). 그리고 [Reality]는 이런 보위의 ‘존재감’에 대한 증거임과 동시에, ‘퇴보하고 있지는 않은’ 현재진행형의 보위를 반영하는 그럴 듯한 ‘절충안’으로서 성공한 듯하다. 허나 이렇듯 거대한 존재감은 대중음악 특유의 ‘지조 없음’으로 인해 언제 그 빛을 잃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모르는 성질의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보위라는 이름이 주는 육중함은, 어느 순간 한없는 ‘가벼움’으로 변질될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그렇지만 [Reality]에서는 아직 그런 위험이 감지되지는 않는다. 항상 최신 트렌드(trend)를 민감하게 잡아내는 보위의 ‘교활함’ 자체가 이미 ‘보위다움’으로 굳어져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보의는 여전히 그것을 ‘진부하지 않게’ 조리해 내는 법을 (아직까지는) 알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는 곧, 보위의 교활함에 대한 ‘안도’와 ‘감사’로 이어질 것이다. 20031006 | 김태서 uralalah@paran.com 7/10 수록곡 1. New Killer Star 2. Pablo Picasso 3. Never Get Old 4. The Loneliest Guy 5. Looking For Water 6. She’ll Drive The Big Car 7. Days 8. Fall Dog Bombs The Moon 9. Try Some, Buy Some 10. Reality 11. Bring Me The Disco King 관련 글 David Bowie [Hunky Dory]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Diamond Dogs]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Young Americans]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Station To Station]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Low]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Heroes]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Let’s Dance]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Earthling] 리뷰 – vol.5/no.19 [20031001] David Bowie [All Saints] 리뷰 – vol.3/no.22 [20011116] 관련 영상 “New Killer Star” 관련 사이트 David Bowie 공식 사이트 http://www.davidbowie.com http://www.davidbowie.co.uk Bassman’s Bowie Page http://www.algonet.se/~bassman Bowie at the Beeb http://www.bowieatthebeeb.com A Cyberspace Oddity http://home.no.net/tr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