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05041625-Black Eyed Peas

Black Eyed Peas – Elephunk – A&M, 2003

 

 

힙합을 접목한 팝 앨범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는 고등학교 동창인 윌 아이 앰(Will.l.am)과 애플 디 앱(Apl. De Ap)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그룹이다. 이들은 고등학교 때 트라이벌 네이션(Tribal Nation)이라는 브레이크댄싱 팀에서 함께 활동을 했고 이후 애트반 클란(Atban Klann)이라는 이름으로 그룹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하였다. 애트반 클란(Atban Klann)은 ‘A Tribe Beyond A Nation’의 약자로 국경을 초월하는 부족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1992년 N.W.A. 출신의 이지이(Eazy-E)가 만든 루스리스 레코드 (Ruthless Records)와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이지이의 휘하에 있던 3년 동안 애트반 클란이 녹음한 음원은 앨범으로 승화되지 못했다.

그들은 이지이(Eazy-E)가 지병으로 죽으면서 루쓰리스 레코드(Ruthless Records)와의 계약에서 자유로워졌는데 이때 댄서이자 래퍼인 타부(Taboo)를 영입하고 팀명도 블랙 아이드 피스로 바꿨다. 그리고는 1998년 [Behind The Front]라는 제목으로 데뷔 앨범을 내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여성 싱어를 백 보컬로 기용하여 귀에 감기는 훅을 만들어 내는 것을 즐겼는데 그 동안은 주로 킴 힐(Kim Hill)이라는 포크 계열의 가수와 조우하였다. 이렇게 여성싱어를 그때그때 조달하던 블랙 아이드는 이번 3집 앨범에 와서 보컬 실력은 물론이요 프로듀싱 능력까지 갖춘 백인 여성 보컬 퍼기(Fergie)를 추가하여 네 명으로 멤버를 확정지었다.

뛰어난 래핑이 득실거리진 않지만 대신에 다양한 소스들이 사용되었다. 어찌 보면 힙합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장르까지 섭렵해가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듯싶지만 솜씨가 어설프진 않다. 장르뿐만 아니라 노래 한곡 한곡에 쓰이는 소스조차도 연관되지 않는 것들을 신나게 갖다 붙였다. 예를 들어, “Let’s Get Retarded”같은 경우 알리샤 키스(Alicia Keys)가 부른 “Falling”의 도입부분을 흉내 내어 시작하지만 노래가 중반부를 넘어서면 블러(Blur)의 “Song2″에서 들을 수 있었던 그 유명한 후렴구 “우후~”가 나온다. 게다가 “Falling”의 인상적인 도입부를 카피한 멜로디가 끝나고서 나오는 기타 연주 또한 왠지 “Song2″의 기타 패턴이 연상된다. 물론 같진 않다.

“Labor Day”같은 경우도 후렴구는 마돈나(Madonna)의 “Holiday”에서 따왔고 곡의 기본 골격을 구성하고 있는 비트는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의 “Night Of The Baseheads”와 같다. 그 위에 악기를 입히고 “Holiday”의 후렴구와 똑같은 멜로디로 코러스를 처리했다. 그들은 힙합 음반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레게나 댄스홀(Dancehall) 뿐만 아니라 라틴음악도 적극적으로 사용하였다. 그들의 라틴에 대한 관심은 1집의 “Karma”에서 언뜻 엿보였지만 이번 앨범에 와서는 아주 노골적으로 도입하여 “Latin Girls”나 “Sexy”같은 트랙을 만들었다.

이처럼 이번 앨범은 사람들에게 익숙할만한 멜로디나 재료들을 조합하여 처음 듣는 노래도 친숙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이런 대중성은 지금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Where Is The Love”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 노래는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가 곡 작업과 코러스에 참여하였고 저스틴과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의 공동 투어 공연 [Justified And Stripped]에서 오프닝을 하면서 적지 않은 홍보효과를 얻었다. 더군다나 귓가를 떠나지 않는 “Where Is The Love~”라는 코러스는 퍼프 대디(Puff Daddy)의 “I’ll Be Missing you”와 대적할 만한 대중성을 가졌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곡의 핵심은 블랙 아이드 특유의 메시지가 담긴 가사말이다. “Where Is The Love”에는 ‘아직까지도 미국에는 테러리스트들이 존재하고 CIA는 그들의 소굴을 피범벅으로 만들지만 이기적으로 자신의 인종만을 사랑한다면 인종차별을 더욱 심해진다’라든가 ‘대중매체는 잘못된 정보를 주고 잘못된 이미지가 판단의 기준이 되며 아이들은 영화처럼 행동한다’, 또는 ‘사랑을 전파하는 대신 증오를 전파하고 있으며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서로를 소외시키고 있다’라는 내용의 가사들이 나오는데 그로 인해 이 곡은 “What’s Going On”의 21세기 버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조근조근하고 촉촉한 멜로디는 이런 계몽적인 가사보다는 사랑스런 노랫말이 더 어울릴 듯 싶다. 팝스타 같은 몸짓을 하며 전쟁이나 대중매체의 폐해 같은 것을 꼬집는 건 별로 진실 되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사랑은 어디에 있나요?’라는 물음은 그들이 해야할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이것은 오히려 미국인이 아닌 우리가 미국인들에게 물어야할 질문이 아닐까?

전반적으로 힙합 음반이라기 보단 팝 음반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다. 루츠와 비견되던 그들이 유행가 같은 음반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을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지금 상당히 유명해 졌다. 당초 그것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작업이었다면 그들은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그러니 이번 앨범은 힙합 음반을 만들 때 많이 쓰는 (예를 들어 샘플러 짜집기 같은) 방법을 이용하여 만든 팝 앨범이라고 생각해두자. 다만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중간 중간 너무 이질감을 주는 곡들이 뜨악하게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파파 로치가 참여한 “Anxiety”같은 경우 곡이 나쁜 건 아니지만 씨디를 걸어 놓고 앨범을 훑어듣는 청자 입장에서는 이 곡이 나올 때마다 ‘내가 누구 앨범을 듣고 있었지?’라는 생각이 스친다. 게다가 이 노래가 끝나면 이 음반을 통틀어 가장 말랑말랑한 트랙인 “Where Is The Love”이 바로 나온다. 또 라틴 기분을 지나치게 낸 “Latin Girls”나 “Sexy”같은 곡들도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분위기를 너무 급변시켜 다소 황당하다. 앨범을 듣는 내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이색적인 분위기들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지만 너무 알록달록한 나머지 오히려 곡 하나 하나에 집중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20030929 | 홍마녀 hong-e0122@hanmail.net

4/10

수록곡
1. Hands Up
2. Labor Day (It’s A Holiday)
3. Let’s Get Retarded
4. Hey Mama
5. Shut Up
6. Smells Like Funk
7. Latin Girls
8. Sexy
9. Fly Away
10. The Boogie That Be
11. The Apl Song
12. Anxiety
13. Where Is The Love
14. Third 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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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Black Eyed Peas 공식 사이트
http://www.blackeyedpe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