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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Morning Jacket – It Still Moves – ATO/RCA, 2003

 

 

평상의 록 사운드로 환원된 우주적 메아리

마이 모닝 재킷(My Morning Jacket)은 2000년대 들어 미국 인디 록 밴드들이 쏟아놓고 있는 엇비슷한 음악들 가운데서 비교적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는 밴드이다. 컨트리와 서던 록의 소박한 풍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미려한 선율과 실험적인 사운드를 겸비한 이들의 음악은 이제 대중적 성공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일각에서 플레이밍 립스(The Flaming Lips)의 [The Soft Bulletin](1999)에 필적하는 명반으로 치켜세웠던 [At Dawn](2001)은 ‘포크적 감성으로 충만한 멜로디와 웅혼한 공간감을 조성하는 습기를 먹은 듯한 리버브의 조합’이라는 그들의 문법을 확립한 앨범이다. 한 마디로 미국 중부의 광활한 평원을 연상케 하는 웅장한 사운드 스케이프야말로 리스너들이 체험할 수 있는 환상적인 파노라마의 극치였다.

신작 [It Still Moves]는 Darla 레코드로부터 데이브 매튜스(Dave Matthews)가 설립한 메이저 레이블 ATO/RCA 레코드로 이적하여 발매된 앨범으로서 이들의 메이저 진출은 전작 [At Dawn]에 대한 평단과 록 팬들의 극찬과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가진 활발한 공연활동으로 밴드의 주가가 높아진 결과일 것이다. 이제는 흔한 일이 되어버린 인디 록 밴드의 메이저 입성 자체야 삐딱하게 볼 일은 아닐 테고, 중요한 것은 인디 씬의 스타에서 오버그라운드의 삼류로 전락한 많은 밴드들을 거울삼아 흙탕물 튀기는 쇼 비즈니스와 저널리즘의 세계에서 초심을 잃지 않는 일일 것이다. 이들도 이를 잘 알고 있었는지 새 앨범 작업에 대해 레이블의 간섭이 조금이라도 없을 것을 전제로 계약서에 서명을 했고 자신들에게 관심이 커진 언론의 반응을 경계하고 있다(하이틴 잡지에 실린 자신들의 사진에 대해서는 당혹감을 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It Still Moves]는 익숙함과 색다름 모두를 기대하게 하는 앨범이다. 첫 곡 “Mahgeetah”는 도입부의 영롱한 기타 트레몰로와 메아리처럼 울리는 보컬 하모니가 마이 모닝 재킷의 앨범임을 확인시켜준다. 이러한 안도감은 이 앨범에서 가장 소박하고 아름다운 포크송인 “Golden”이나 어쿠스틱 기타 연주만을 배경으로 공명감 충만한 보컬 하모니가 지속되는 “One in the Same”과 같은 트랙에서도 느껴진다. 그러나 전작의 “X-mas Curtain”과 같은 상큼한 팝송이나 마치 요들송을 듣는 듯 이국적인 화성으로 가득 찼던 “The Way That He Sings”와 같은 매력적인 싱글 넘버들이 부각되지 않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며 팝적인 선율감이 오히려 약해진 듯 하다.

또한 여전히 스케일이 큰 미려한 사운드에 하드 록의 흥분감까지 더해져 있긴 하지만 다소 지루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이는 전작에 비해 수록곡들의 러닝 타임이 훨씬 길어졌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완된 블루스 리듬으로 흐느적거리는 “Rollin’ Back”이나 전형적인 대곡의 구성을 띠고 있는 “I Will Sing You Songs”와 “Steam Engine”은 7분에서 9분을 넘고 있다(“Golden”과 “Just One Thing”을 제외하면 모든 곡들이 5분을 초과한다).

물론 러닝 타임이 길다는 외면적인 이유보다 사운드의 변화가 중요할 텐데,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브러스 파트의 잦은 혼용에 있다. 통통 튀는 피아노 연주와 화려한 브러스 세션이 흥겹게 협연하는 “Dancefloors”나 빅밴드 재즈 스타일의 브러스 연주를 펼치는 “Easy Morning Rebel”은 난삽하고 혼란스럽다. 그리고 블루지한 일렉트릭 기타 솔로로 시작해 갑자기 덥(dub) 베이스 음과 빠른 드럼 솔로가 등장하면서 완연한 하드 록 잼을 펼친 후 다시 늘어지는 기타 연주로 끝을 맺는 “Run Thru”에 이르면 이러한 혼란의 원인이 패턴의 과도한 변화와 장황한 솔로 연주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마이 모닝 재킷의 변질된 사운드를 메이저 냄새라고 하기엔 그들의 언행이 신중하고 대중적으로 밀어줄 만한 곡도 없지만 혁신을 꾀하려는 실험적 의도로만 보기도 어렵다. 팀의 리더 짐 제임스(Jim James)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강도를 높인 [It Still Moves]의 로킹한 사운드는 탈속적이고 우주적이었던 음의 전경에서 플로어의 현장감으로 안착하듯 생기가 넘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연주가 장인적 경지로 진일보했으며(“One Big Holiday”의 기타 애드립은 노골적인 기교파 하드 록의 방법론이다), 실체감 있는 청각적 쾌락을 안겨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울 정도로 낯설었던 환상경은 희미해져 버렸다. 탈속의 공간을 유랑하는 듯한 취기와 몽환을 휘감아 왔던 우주적 메아리는 생생하지만 속화(俗化)된 평상음(平常音)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20030928 | 장육 jyook@hitel.net

6/10

수록곡
1. Mahgeetah
2. Dancefloors
3. Golden
4. Master Plan
5. One Big Holiday
6. I Will Sing You Songs
7. Easy Morning Rebel
8. Run Thru
9. Rollin’ Back
10. Just One Thing
11. Steam Engine
12. One in the Same

관련 글
My Morning Jacket [At Dawn] 리뷰 – vol.4/no.3 [20020201]

관련 사이트
My Morning Jacket 공식 사이트
http://www.mymorningjacket.com
ATO Records의 My Morning Jacket 페이지
http://atorecords.com/artists/mmj/default.asp